고독하되 풍요로운 내면을 지닌 김주혜 시인은 생명과 존재의 파동을 노래하며 삶에 밀착된 진정성의 시를 추구한다. 타자에 예속된 시간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자 했던 시인은 새로운 시집을 통해 자기만의 시간에 도달하고자 내면의 탐험을 지속하여 자아통합을 꿈꾼다. 근원적 상실로 인한 그리움으로 충만한 결핍의 주체였던 시인은 예술작품을 매개로 한 깊은 애도의 과정을 거쳐 내면의 성장과 영성의 발달을 통해 미학적 성취를 시도한다. 시 「연잎의 자존심」에서 보여주듯 시인은 갇힌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마침내 무욕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성자의 모습에 도달한다. 즉자적인 시간을 벗어나 대자적인 시간에 이른 화자는 잔디와 잡초처럼 얽힌 존재의 실상을 직시하고 고통과 희망의 사회적 연대를 꿈꾼다. 이러한 김주혜의 미학적 성취가 더욱 넓고 깊어져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영성적 깨달음과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김주혜 시인은 1990년 신경림, 이근배 시인이 심사한 『민족과 문학』 신인상에 지금까지도 작시법의 전범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작품 「스트레스]」로 당선했다. 등단 이래 시집은 『때때로 산이 되어』 『아버지별』 『연꽃마을 별똥별』 등 3권을 출간할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엄격한 과작의 중견시인이다. 시인은 특히 “세밀한 묘사와 분위기 연출을 통해 작품의 전경과 후경의 이중적인 장치를 아우르는 테크닉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거침없이 시의 매직 포인트를 찾아내는 신선한 눈매, 깊은 시력, 역동적인 상상력의 전개”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번 시집 『파르티타 6번』 역시 ‘뜨거운 얼음’으로 불리는 글렌 골드의 작품을 배경으로 삶의 무상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교직하면서 겹쳐지는 영성의 깨우침과 예술미학의 성취가 긴 여운을 남기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