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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할 때 힘 빼고 릴렉스 한 상태로 호흡 풍부히 하면 소리 잘 빠지고 멀리 나간다. 소리도 예쁘다. 반대로 힘을 주면 호흡이 가쁘고 가슴 답답하고 급기야 뒷골이 땡긴다. 듣기 거북한 쇳소리도 난다. 예전에 레슨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노래 부를때 힘 빼고 릴렉스 한 상태가 되어야 목구멍이 활짝 열리면서 소리가 시원하게 빠져나가지 않겠어요? 근데 힘 주면 목구멍이 죄어지고, 소리 이상하고....물 호스를 생각하면 돼요. 물 잘 나오는 호스를 꽉 죄면 야릇한 휘파람소리 나면서 물이 잘 빠지지 않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나팔불 때 제발 힘 뻬라. 릴렉스하라.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제는 잘 안 된다. 손, 몸, 어깨, 입, 심지어 다리까지 힘이 들어가 뻣뻣하다. 몸 따로, 생각따로여서 막상 연주때는 생각대로 안 된다. 가뜩이나 힘이 더 들어갈 때가 있다. 곡을 처음 할 때, 높은 음을 낼 때, 긴장할 때, 포르테로 연주할 때 등등. 힘을 뺀다는건 몸을 릴렉스 시킨다는건대, 대체 어떻게 해야 힘을 빼고 연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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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올 해 4년차. 좀체 가정 재미를 모르고 사는 아들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아내의 얼굴도 따라 어두웠다.
- 결혼 생활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 엔간한건 네가 참고 아내를 먼저 생각해라. 설령 반찬이 맛 없어도 맛있다고 하고, 어쩌고 저쩌고.....하지만 아들녀석은 오불관언이었다.
- 제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 아버진 가만 계세요. 옛날하고 지금은 다르다니까요.
내둥 그랬던 아들이 요즘은 손주녀석 재롱에 쏙 빠졌다. 이뻐 죽겠다는듯 시도때도 없이 입을 쪽쪽 맞추질 않나, 제풀에 집 치장도 하고 음식물 통을 산다, 아이 옷걸이를 산다며 부산하다.
- 어라라~ 제가 왜 저래? 원래 저런 아들이 아녔는데....
아내와 나는 마주보며 어리둥절했다. 그래, 역시 결혼하고 자식나봐야 철이 들거든. 옆에서 아무리 이래라저래라 말로 해봐야 쓸데없고, 나이들어 스스로 경험하고 느껴야 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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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힘 빼고 연주 할 수 있을까가 늘 머릿속 화두였다. 편의상 트럼펫 음역대를 저음 중음 고음으로 나눈다면 중음까진 그런대로 힘을 뺄 수 있겠는데 고음역대에 오면 어김없이 힘이 들어갔다. 연습을 하기 전에 힘 빼기를 주문처럼 외었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힘을 빼면 소리가 약하다.
복식호흡으로 공기를 충분히 흡입한 후, 아랫배(단전)에 힘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서서히 숨을 내쉬어야 한다. 포르테일수록 더욱 아랫배의 힘을 강하게 유지하고, 아래 저음 역시 힘을 유지해야한다. (이건 엊그제 연습때 지휘자님의 팁이다). 단 이때도 중요한건 아랫배를 제외한 온몸 즉 입술, 혀부터 시작, 손, 어깨의 힘을 빼고 가볍게 해야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조금씩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연습에 더욱 매진했다.
또 하나. 요며칠 롱톤은 잠시 유보하고, 아르방 교칙본 립슬러 파트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혀로 텅잉하지 않고 저음과 고음역대를 슬러로만 불면 입술이 유연해지면서 소리가 부드럽게 날것 같아서다. 연습의 효과일까, 조금 힘이 빠졌다는것을 느낄수는 있었다. 그동안 힘을 빼라고 숱하게 들었지만 실제 안 된 이유는 머리로만 알았지 몸으로 몰랐기 때문이다. 그게 요즘사 비로소 감이 오는거다. 아하~ 이렇게 하는거구나. 그러자 재미가 났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어제 오늘 연습한 립슬러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한 꾸준한 연습에서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즉 힘 빼기는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고, 더욱이 누가 말로 해줘서가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꾸준한 연습- 아들 경우 인생체험, 결혼 체험 - 을 통해 서서히 가능해지지 않나 생각된다. 당연히 아직 힘 빼기가 완전히 되고 있지 않다. 다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약간 요령을 알 수 있는 단계는 된것 같다. 요즘 부쩍 힘 빼기를 염두에 두는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드보르작 <교향곡 '신세계'> 2악장 서두 다섯 마디와 4악장 피날레 때문이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경우 트럼펫은 투티 부분에서 한 음 한 음 단속적으로 내야한다. 그래서 어텍이 절대 중요하고, 그러려면 힘을 빼고 가볍고 맑게 불지 않으면 탁한 쇳소리가 난다. 그렇다고 아예 힘을 빼면 안 되고, 적당히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콘트롤해야 일정한 소리가 유지된다.
드보르작 교향곡 2악장 서두 다섯 마디는 아주 느리게 피아니시모로 연주해야 한다. 이때 힘을 완전히 빼고 아랫배 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질 않는다. 4악장 피날레도 마찬가지. 트럼펫은 피날레 부분에서 마지막 끝날때까지 거의 고음역대로 연속해서 연주해야하는데, 연주회장 끝까지 멀리 울려퍼지는 기분으로 연주해야할 것 같다.
그러자면 아랫배 터질정도로 빵빵히 힘을 유지한채 온몸의 힘을 완벽히 빼고 불지 않으면 어림 없을 것 같다. 근데 이게 말로는 알겠는데 잘 안 된다. 바로 이 점이 연주회때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인데, 제발 피날레만큼은 연주회장 전체가 꽉 찰 정도로 장엄하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연주하고 싶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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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연습, 오로지 연습! 평소 모든 문제들은 꾸준하고 반복적인 연습많이 해결해준다고 믿고 있다. 단 연습을 많이 하되, 어떻게 연습할까 방법을 고민하면서 해야 효율적이지싶다. 한가지 다행인것은 요즘 하는 연습이 참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했듯 조금씩이나마 힘 빼는 방법을 알게되고, 눈에 띄는 발전과 즐거움이 있으니 더욱 연습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남없이 분주한 일상 속에서 아마추어가 매일같이 꾸준히 연습을 한다는건 지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좀 과장하면 죽기아니면 살기? 단 한 번의 기회이며, 내 생애 마지막 무대라는 심정으로......
첫댓글 멋진 피날레를 기대합니다. 저도 연습을 해야하는데 녹음을 들어보니 이번에도 지휘자님이 불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ㅜㅜ
단장님 요즘 아주 잘 하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부럽고 보기 좋더라구요. 장차 칸투스를 빛낼 뛰어난 바수운 주자가 되실거라 확신합니다.
악기가 늘때는 자나깨나 악기생각 뿐입니다
네덜란드에서 클라리넷 렛슨받는데
입안 치아구조가 정말 안좋은 분이신데(Leo van Tol)
최고의 소리를 가지신 분이셨어요
인성도 좋으셨고
그분의 치아배열을 보고 느낀게 악조건도 연습에는 모든게 극복되는구나
핑계가 없어야 합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셔요 ~^^
핑계가 없어야 한다는거 동감입니다. 오로지 연습만이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는거 옳은 말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