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졸부, 빈자의 땅.
농부가 씨를 뿌리고 거두고 50년,
씨처럼 땅에 묻혔다.
그가 산 땅이 내려 보이는 언덕
두어 평 흙과 하나 되어 비석으로 말했다.
여기는 내 땅.
죽어도 소유자가 분명하여 침범 할 수 없는
농부의 땅.
졸부는
살줄만 알고 쓸 줄 모르는 땅.
졸부가 가면
씨도 안 뿌리고 거둘 것도 없는 그가 산 땅들에서
늘~ 땅따먹기 전쟁이 붙는다.
‘이놈은 네 땅 이놈은 네 땅 땅땅땅...’
법관의 망칫 소리로 끝내는 전쟁은 오래오래 끝나지 않는다.
졸부가 빈자에게 말했다.
‘빈자님~눈만 뜨면 보이는 무등산이 당신 땅이라고 생각하면 행복할거요.
나도 쓰지도 못하는데 내 땅이라는 이름만 가졌지 않소?’
졸부는
땅 한 평 차지하지도 못하고 납골당 딱딱하게 굳어버린 도자기에 갇혔다.
죽어도 소유자 없이 오래도록 떠도는 빈 땅.
빈자는
땅 한 평 없어 씨도 뿌려보지도 못하고 살았다.
졸부가 빈자에게 조소를 날리고도
비웃음인지 알지도 못하고 웃었다.
빈자는 웃으며
비처럼 바람처럼 무등 평평한 곳 하얀 가루로 누었다.
니 땅도 내 땅도 아닌 하늘 소유주 땅이 보인다.
훗날.
하늘소유자와 함께 소유할 수 있는 빈자의 땅은
동에서 서가 먼 것처럼 넓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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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3월13일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