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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in Cinema┨ 치매 노인의 절망적인 흔들림의 서사 [더 파더] 속 벨리니 '정결한 여신이여', 비제 '귀에 익은 그대 음성', 퍼셀 '콜드 송'
이충식 추천 0 조회 545 21.04.14 17:24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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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1.04.14 17:57

    첫댓글 영화 < 더 파더 > 는 평생 믿어왔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에 혼란을 느끼는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나약해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딸의 이야기입니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연극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관객들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죠.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스릴러 같다. 연극 무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러티브를 쌓으면서 관객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관객이 캐릭터와
    가깝게 느끼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 21.04.14 17:59

    프랑스 출신의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이미
    유명한 극작가였죠.

    2012년 초연한 연극 < 르 플레 - Le Pere :
    The Father > 가 미국 공연에 성공하며,
    이후 동일한 작품을 각색한 영화 < 플로리다 >
    (2015)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본인의 연극을 직접 각색해서
    이 영화 < 더 파더 > 를 만들었죠.

    영화가 제 93회 아카데미상 6개 부문의 후보로
    오르면서, 그는 프랑스 영화계의 루키로
    떠오릅니다.

    물론 영화의 주요 소재인 ‘치매’ 라는 화두는 다소
    고루해 보이지만 그의 관점만큼은 신선하죠.

    < 아무르 >(2012)나 < 스틸 앨리스 >(2014),
    < 노트북 >(2004) 등에서 상황의 설정을 위해
    사용된 소재가,

    < 더 파더 > 에서는 관점의 주요 주제가 되어
    등장합니다.

    시종일관 부서진 현실의 조각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일련의 상황이 수수께끼처럼
    '스릴러’ 나 ‘초현실적 사이코 드라마’ 의 장르적
    색채와 결합하죠.

  • 작성자 21.04.14 18:00

    영화의 엔딩 신... 카메라는 울먹이는 앤소니를
    뒤로 하며 한 장소에 멈추어 서죠.

    이 피날레 시퀀스의 창밖 풍경을 통해 관객은
    방금 눈앞에서 앤서니 홉킨스가 느낀 혼란을
    고스란히 전달받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인생의 역행이라는... 불가능한
    환상을 꿈꿀 수 있게 되죠.

    이제 갓 태어난 아이처럼 앤서니는 간호사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이 순간 방 안은 상상계가 되죠. 그리고 동시에
    사실과 연루된 실제 세계의 진행 공간이 됩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갇힌 ‘실내극’ 의 형태를 띄던
    드라마가, 이 장면에서 폐쇄된 개인의 내면을
    포착하는 장소로 변용되죠.

  • 작성자 21.04.14 18:02

    작품에 녹아 있는 인간의 감정과 연결, 공감의
    정서는 공간적인 배경을 뛰어 넘는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젤러 감독은 “앤서니는 엔지니어였고, 아마도
    좋은 취향의 소유자였을 것” 이라는 명제하에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발전시켜 나갔죠.

    특히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인 동시에 주인공의 혼란이 가중될 수록
    낯선 공간으로 느껴져야 하는 만큼...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개의 다른 공간처럼
    여겨지도록 만들기 위해,

    아파트의 구조나 문, 창문과 같은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골드에서 크림, 노랑, 갈색, 그리고
    파랑까지 색이나 톤, 가구의 디테일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세트를 디자인했습니다.

  • 작성자 21.04.15 10:22

    드라마 < 더 파더 > 속 앤서니는 혼자이고
    치매에 걸린 상태입니다.

    간혹 앤서니의 사위, 간병인이 그와 독대하지만
    그 어떤 인물도 이 노인을 온전히, 또 깊숙이
    이해하려 들지 않죠.

    질문을 위해 존재하는 여백처럼... 이 과정에서
    효녀 딸 앤 역의 올리비아 콜맨은 주요한 반사적
    캐릭터로 함께 합니다.

    가장 안락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인 아파트가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고, 돌연 낯설어지는 등
    주인공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변모하는데...

    아파트의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하면서
    앤서니는 자신의 세계가 변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죠.

    이처럼 < 더 파더 > 에서 아파트나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또 하나의 중요한 주인공으로 자리합니다.

  • 작성자 21.04.15 10:33

    < 더 파더 > 속 노인 앤서니가 처한 혼동과 상실의
    시간을 공유하는 방식은 너무나 비밀스러워서,
    관객들은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죠.

    시시각각 변하는 주관적인 시점을 영화는 '배우의
    얼굴’ 이란 불가결한 요소로 붙잡습니다.

  • 21.04.27 18:12

    영화를 보았는데, 선생님의 친절하고 자세한 해설로 더욱 심도있게 되짚어 보았습니다.
    영화중에 나오는 음악 안내도 대단히 감사합니다.

  • 작성자 21.05.09 17:37

    올해 84살(1937년생)인 홉킨스는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후보이기도 한데, 오스카 후보로
    정식 지명된 후엔 “이 늙은이를 믿어줘 고맙다”는
    소감을 SNS에 남기기도 했죠.

    발표 직전 까지도 분위기는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속 가상의 주인공 레비 그린을 열연한
    채드윅 보스만의 사후 수상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비록 앤서니 홉킨스가 영국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지만 영국은 홉킨스의 홈그라운드였죠.

    < 양들의 침묵 >(1991)으로 제64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이미 거머쥐었던데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만 6번째인 이 명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루하다거나 반칙 아니냐는
    말 또한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마지막까지 연기혼을 불태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보스만의 산을 넘긴 힘들어 보였죠.

    하지만 < 더 파더 > 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앤서니를 연기하는 앤서니 홉킨스는 기꺼이
    영화의 뿌리이자 줄기이자 꽃이 되어 명배우의
    명불허전을 보여줬습니다. 감탄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죠.

    결국 제93회 아카데미는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웨일즈 출신의 위대한 배우 필립 앤서니 홉킨스
    경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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