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2기 53. 반딧불
오후 여섯시 무렵이면 사방은 완전히 어둡다. 아래층 문단속을 하고 밀라가 퇴근을 한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가 TV를 본다. 이 곳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게 MBC이다.
그것도 돈을 내고 안테나 설치비를 한 다음, 매달 4만원 가량을 시청료로 내야한다.
일일 연속극을 보고 이어서 뉴스를 본다. 한국보다 한 시간 시차가 나니까 여덟시에 아홉시 뉴스가 나온다.
뉴스가 끝나면 대개 나는 컴퓨터 앞으로 온다. 남편은 이어폰을 끼고 전자사전을 들여다본다. 아홉시가 넘으면 한밤중이다. 한국은 열 시니까.
또 다른 프로를 보기도 하지만 채널을 선택할 수 없으니까 대부분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것저것 다 끝내고 밤 늦은 시각에 잠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오늘 하루도 잘 지냈네." 남편이 혼잣말을 하며 불을 끈다.
"헉!" 우리 두 사람이 동시에 본 것! 깜박 깜밖 깜박... 반딧불이다. 불을 끄는 순간 갑자기 그 빛이 명료해 진다.
"언제 들어온 걸까?" "방충망이 다 있는데 어떻게 들어온 걸까?"
천정 근처를 계속 깜박거리며 배회한다.
"저걸 어쩌지?" "어쩌겠어?" "내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잡아서 내보내?"
우린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눈을 뜨면 아직도 깜박거리며 어둠속을 선회한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전에도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
새벽녘에 화장실을 가려는데 드레스룸 바닥에 보석처럼 깜박깜박 빛을 내는 게 있었다. 날다가 지쳤는지 바닥에서 계속 깝박거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그 자리에 죽어 있었다.
다시 잠을 청한다. 또 다시 실눈을 뜨면 여전히 선명하게 깜박거리며 방안을 이리저리 날고 있다.그러다가 어느새 우리도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자 우리는 아무 곳에서도 그걸 못 보았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어젯밤에 반딧불 들어왔었지?" "응." " 어디 갔을까?" "몰라."
두어 달 전, 11월 초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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