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까지만 해도 비 예보가 없었다. 행사 전날 밤, 갑자기 5일간 이어지는 비 예보에 깜짝 놀라 학생 대표와
엄교수님께 톡을 보냈다.
재능기부 행사를 연기할 수 없는 진퇴양난,다음 주는 국화부 대회가 3번 있고 그 다음 주는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10월 초에는 팀장이 제주에 내려가서 취재 하고 10월 중순에야 서울로 오는 스케줄 때문이다.
그래서 9월 13일 수요일로 약속된 서울교대 재능기부는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늦은 밤 엄교수님께 답변이 왔다. 대강당은 안 되더라도 소강당은 마련하겠노라고. 금싸라기 땅에 있는 서울교대 주차비는 어마무시한데 주차권까지 마련해 주시겠다니 감사의 마음이 절로 솟았다.
매 달 하는 행사지만 비가 내리면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오후 일정이 빠듯해서 재능기부에 동행할 수 없다는 김태영 부장님께
플랜카드를 받아 익준씨 차로 짐을 싣고 출발했다. 비가 와서일까? 도로가 꽉 막혀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좌불안석. 교대 근처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송창식의 '날이갈수록'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이 아렸다. 나이 탓일까, 날씨 탓일까, 상황 탓일까?
간신히 재능기부 약속시간 15분전 도착. 운섭씨가 학생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피클볼을 레슨 할 수 있는 도구들을
모두 다 챙겨와 준비해 놓고 있었다. 미리 준비 해 놓은 팀원들이 고마웠다. 운섭씨의 순발력 좋은 아이디어는 종종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
피클볼은 테니스와 배드민턴과 탁구의 장점만 모아 놓은 운동으로 요즘 외국에서 매우 핫한 스포츠로 각광을 받는 종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몇 년 전 들어와 이제 막 태동기. 교대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이 되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엄교수님의 요청으로 한 시간은 운섭씨가 피클볼을 지도하고 한 시간은 순규씨가 테니스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과 발리까지 강의를 했다. 다행히 강당에 소프트한 볼들이 있어 직접 발리를 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어 학생들에게는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고마운 엄교수님과 동아리 대표, 그리고 임원들에게 비트로 운동화 50프로에 구매할 수 있는 티켓을 증정했다. 비트로 (VITRO)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학생에게도 증정했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이 성스러운 재능기부 행사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해 주시는 주)학산 비트로에 감사를, 그리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매달 동참해 주는 비트로 팀원들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는 다섯 시간의 주차 할인권 덕분에 편하게 차를 학교에 놓고 걸어가 저녁식사를 했다. 제주 오겹살은 맛있었다. 계산서를 보니 강남 한 복판이라서 그런지 깜짝 놀랄 정도의 금액이 나왔다. 이번 국화부에서 우승한 정선씨는 팀원들에게 선물을 전했다. 한 개씩 정성스럽게 포장해 놓은 마음의 선물을 받은 팀원들은 깜짝 놀라며 다시 한 번 축하의 의미를 되새겼다.
국화부 대회가 없는 주간이라 한두 잔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여성 팀원들을 위해 송팀장은 19도짜리 포트와인 한 병을 미리 준비해 갔다. 얼음에 재운 포르투갈 크루즈 와인의 색이 곱고 맛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팀원들끼리 부쩍 가까워 진 느낌이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팀원이 구성이 되면 무조건 1~2월에 1박2일이나 2박3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 혼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우린 해냈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올 때 라디오에서 들리던 음악은 발랄했고 경쾌했다. 팀장 송선순 씀
아래는 팀원들의 의견
*이순규
실내체육관이란 제약된 공간에서 설명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분위기도 산만해서 아쉬웠지만 피클볼이란 새로운 운동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체험 할 수 있도록 준비해준 운섭 팀원께 감사드립니다.
*정유진
아침부터 종일 적잖은 비가 내리는데도 재능기부를 위해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고 설렜습니다. 피클볼이라는 새로운 운동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피클볼은 테니스나 배드민턴에 비해 위험성이나 장소 제한성이 별로 없어 남녀노소 어디서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테니스만한게 없다라는게 결론입니다. 비님 덕분에 좀 아쉬운 듯 했지만 그 와중에도 실하게 재능기부를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장한구
항상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똑똑하게 살기 보다는...지혜롭게 살아야 한다고...
테니스란 운동은 실외 운동이기 때문에 정말 비에 취약합니다. 모두들 바쁜 시간 쪼개서 모이는 재능기부 당일에 비가 온다는 건 정말 난처합니다. 어제처럼 위기 상황에 운섭형님의 지혜가 발휘되어서 피클볼이라는 새로운 운동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서울교대 특성상 초등학교 교사로 나갈 텐데 다양한 종목을 접함으로써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 장비를 준비해 주신 운섭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양준호
임기응변^^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하여 뜻 깊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좋았습니다. 오늘의 좀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다음에도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운섭
비도 오고, 체육관에서, 테니스를 좋아하는 예비 선생님들에게, 교육대라는 특성에 맞춰 소개하게 된 피클볼이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해 다소 아쉬운 시간이었다. 피클볼을 통해 공을 대하는 태도와 테니스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함께 경험해보게 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런 준비와 부족한 시간 때문인지 의도대로 전하지는 못 한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잠깐 경험한 예비 선생님들이, 다음번에 피클볼을 대한다면 훨씬 친숙하고 수월하게 종목을 접하고 또 다른 계획들을 만들어 갈 생각을 하니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다.
*이현숙
테니스를 하지 않고 재능기부를 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능하네요. 비트로팀은 다방면에 능한 최고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피클볼을 접하며 테니스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백정선
재능기부일 당일 아침 비가 내려 팀장님께서 실내 체육관 섭외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체육관에 모인학생들은 특별히 피클볼이라는 수업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참가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적극적이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효과적인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테니스랑 살짝은 다른 느낌이었지만 피클볼도 테니스 자세처럼 무릎을 낮쳐 스텝으로 만들어 치는 방법은 두 종목이 동일했습니다. 즉, 테니스든 피클볼이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결국 같습니다 고운섭팀원님 수업 준비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양명옥
9월 재능기부는 제가 기부를 받은 느낌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피클볼이라는 새로운 종목을 접하게 되어
너무 즐거운시간 이었습니다. 테니스가 아니어서 실망하면 어떻하나 걱정했는데 피클볼 강의에 열심히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김길자
비가 예보되면 준비하시는 팀장님 수고가 두 배가 됩니다. 팀원들은 팀장님과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대처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팀원들 덕분에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듭니다.어제도 체육관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도 잠시. 보다 새로운 피크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고 처음 발리를 접하는 학생들에게 소프트한 레드볼로 발리 자세와 가벼운 터치감을 접하게 할 수 있어 나름 유익한 시간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