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이와 송희는 아예 이사를 하고 나서 엄마가 우리에게 알려줬다. 은정이가 안정이 되어 간다 싶어 보살피는 보람을 느끼던 차에 그만 떠나버린 것이다. 자기 생의 조건보다 더 절박한 일은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얼마 전에는 현정이가 합정동으로 이사 간다 해서 참 좋은 친구를 떠나보내는 구나해서 마음이 짠했다. 다행히 현정이네는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주거가 안정이 돼서 축하할 일이다. 가까운 공부방으로 소개해 줄까 했는데 구지 전철을 타고 이곳으로 오겠다 해서, 우리는 환송모임을 가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저께는 모임에 갔다가 신당종합사회복지관 이현정 선생님이 재영이네가 독산동으로 이사를 간다고 일러주었다. 사람이 참 무심도 하지 아이를 돌보고 있는 우리한테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다. 그런 부모도 있는 게지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지만, 참 걱정이다. 재영이와 누나 소연이가 어찌 자랄지가 말이다. 실은 이현정 선생님을 만난 김에 동생과 누나가 따로 따로 다니는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공부방으로 소연이도 보내줬으면 하는 부탁을 하려는 참이었다.
재영이가 처한 가정은 최소한의 안전망과 돌봄이 없는 구조이다. 그나마 우리 공부방이 가까이 있고 또 교회도 나와서 따뜻하게 잘 키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내가 이 아이로부터 받은 충격도 크고 그런 까닭에 한 아이의 기고만장한 삶을 잘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아이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것을.
공부방 친구들이나 자기를 돌봐줬던 많은 선생님들에게 꼭 인사는 드리고 가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 인간적 도리다. 일주일에 세 번 꼬박 시간을 내서 한글을 가르쳐 줬던 선생님,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베이커리 선생님… 가는 어른이야 지 갈길 살피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몇 일 안 남았지만 우리라도 그런 시간을 마련해 줘야 겠다. 떠나는 자기 마음은 오죽할까!
부디 곱고 이쁘게 잘 자라다오. 스스로 헤쳐갈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렴.
재영아 소연아, 주님께서 너희들을 날마다 지켜주실 게다. 또 만날 거라 믿는다.
첫댓글 마음이 아프네요.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싶었는데..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 좋은 스승과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가까운 공부방을 소개해 주려고합니다. 공부방이 동네 마다 있어야 할 이유를 절실히 느낍니다.
가을엔 이것저것 하며 놀아야지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미안하네요. 떠나간다는 걸 생각지 못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