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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머리재 → 대장 갈림길 → 왕재 → 삼거리 → 헬기장 → 웅석봉 → 무명봉(십자봉) → 암릉 → 임도 → (선녀탕 계곡) → 내리 저수지 → 주차장' 10km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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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석봉[熊石峰]
높이: 1,099m
위치: 경남 산청군 단성면
곰바위 봉우리란 뜻의 웅석봉(熊石峰)이 험준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밤머리재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웅석봉을 오르는 것은 순전히 밤머리재 도로 탓이다. 이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웅석봉 등반하는 일이 천왕봉 오르기보다 더 힘들었다.
밤머리재 도로와 청계 방면의 도로가 산허리까지 개설되면서 웅석봉의 등산로를 흔들어 놓고 있다. 산 중턱에서 능선을 따라 걷는 웅석봉 산행은 더할 나위 없이 힘들이지 않고 운치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밤머리재 정상에서의 웅석봉 산행은 거의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정상까지 대략 7km의 거리로 비교적 평탄하고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거닐며 천왕봉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데다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울긋불긋한 단풍의 절경까지 자랑해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코스다.
여기에다 웅석봉 정상 조금 못 미쳐 헬기장 부근에는 나그네의 목을 적셔 주기에 충분한 샘물까지 기다리고 있어 아무것 하나 부족함이 없게 해준다.
경남 산청군 웅석봉은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지리산 천왕봉과 가장 가깝게 마주 보고 서 있다. 흡사 작은 고추가 맵다는 듯 웅석봉은 산청읍을 감싸 안으며 당차게 솟아있다.
산행 초입은 산청읍과 삼장면의 중간지점인 밤머리재에서 시작된다. 밤머리재는 포장공사가 완전히 끝나고 고갯마루에 넓은 공터가 있어 차를 세워놓고 올라갈 수 있다. 8백56m의 기산 능선에 오르면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1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
합천 쪽 황매산과 가야산 등 경남 일대의 산들도 보인다. 발아래로 경호강이 산허리를 빙빙 돌아 흐른다. 정상에서 올라오던 능선으로 40분 정도 내려가면 8백94m 삼거리 능선. 여기서 지곡사 계곡으로 하산할 수 있다. - 한국의 산하
지리산 자락의 웅석봉은 산악회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 우연히 발견한 봉우리다. 과거에는 지리산을 많이 다녔지만, 주로 주 능선에서만 돌아다녔고 다른 능선에는 관심도 없었다. 해서 서북 능선이나 삼신봉 등을 안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어쨌든 웅석봉에 대해 알아보니 1,000m가 넘는 봉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산행에 부합했다. 문제는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불가능했고, 100대 명산을 선정하는 어느 조직도 웅석봉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다만, 웅석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보는 조망이 최고라 봄 철쭉 시즌이나 가을 단풍 시즌에 몇몇 산악회에서 계획을 세우는 거로 보였다. 고로 시기를 놓치면 오르기가 쉽지 않은 봉우리였다.
애초 10월 첫 주 토요일은 안내 산악회를 따라 금요 무박으로 영남알프스 하프 종주를 진행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른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웅석봉 산행이 눈에 띄었다. 이번을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라 바로 신청을 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산꾼이 있었는지 그때 이미 십여 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그런데 2주가 넘도록 신청자가 성원에 2명이 부족한 18명에서 정체되어 Plan B를 가동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지부진 이어가다 9월 30일 3명이 더 신청해 성원을 초과하며 산행이 확정됐다. 그리고 막상 출발 하루 전 금요일이 되자 거의 만원으로 최종 43 명이 산행을 신청했다. 덕분에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편안히 이동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사라졌다. 태풍 때문에 목요일 오를 예정이었든 팔공산[산행기]을 금요일에 하기로 해 이번 웅석봉이 대단히 어려운 산행이 될 거라 예상되어, 대구 또는 산청에 베이스캠프를 차릴까도 생각해봤었다. 하지만 어디서 자든 다음 날 토에 산행 들머리인 '밤머리재'까지 갈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있더라도, 2일 치 등산 장비를 지고 돌아다녀야 해 쓸데없는 체력낭비를 초래할 여지가 있어 결국 서울 집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서울 집을 베이스캠프로 금 대구 팔공산, 토 산청 웅석봉 산행을 하자니,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나 피곤함도 문제지만, 배낭을 꾸리는 것도 문제였다. 첫날 대구 팔공산은 휴일인 목에 준비했지만, 팔공산행을 마치고 귀가한 금 심야에 토 웅석봉 배낭을 꾸려야 하는 게 문제였었다. 그런데 금요일 대구 팔공산에 가져갔던 음식 중 간식으로 점심을 먹고 애초 점심거리는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다. 고로 토요 배낭에 간식거리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다. 물론 그 간식거리도 금 대구 팔봉산과 같이 준비하면 된다. 여차하면 팔봉산과 같이 간식으로 점심을 끝낼 수도 있다. 팔공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음식이 든 디팩을 냉장고에 넣고, 물통에는 새로운 결명자차를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간식으로 사과 하나, 핫바 하나, 미니 소시지 두 개를 챙기는 거로 웅석봉용 배낭 꾸리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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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알람에 잠을 깨 몸 상태를 확인하니 아주 가뿐한 게 능선 20km는 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서울 집을 베이스캠프로 대구와 산청을 오가는 게 몸을 한층 피곤하게 만들 거로 생각했는데 신체의 반응은 전혀 반대였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든 디팩을 꺼내 배낭에 넣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6시 10분경 집을 나서 불광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등산객의 성지인 신사역으로 향해 6시 58분경 신사역에 도착했다. 성지답게 각산으로 떠나는 등산객으로 역 구내는 붐볐다. 4번 출구로 나가 명동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7시 5분경 도착한 웅석봉행 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패드와 카메라만 들고 버스에 타 내 자리에 가 앉았다.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저기 산악회의 명패가 달린 힙색을 들고 털이 덥수룩한 등산객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안내 산악회 내에선 "도사님"으로 통한다고.
7시 11분경 출발한 버스에서 잠을 청해, 버스 실내등이 들어와 잠을 깨니 인삼랜드 휴게소였다. 휴게소에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풀고 시간이 남아 휴게소 뒤로 돌아가니 유원지처럼 꾸며 놓았는데, 거기서도 상술이 보여 놀랐다. 휴게소가 뭐라고 못에 동전을 던지라니.
다시 버스에 타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자가 이번 산행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나눠주고 코스 안내와 주의사항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먼저 들머리 도착 시각이 11시 15분경으로 예상되고, 이 코스는 5시간이면 충분하니 마감 시간을 4시 15분으로 해야 하지만,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라고 4시 30분애 마감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도에 보면 "선녀탕"이 있는데 '왕재'에서 출발하면 왕복 5km 정도 되니 정말 발이 빠른 사람이 아니면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산 중에 임도를 만나는데 임도로 가게 되면 계획의 날머리가 아닌 다른 마을에 도착하니 절대 임도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갈림길이나 의심스러운 길이 있으면 무조건 왼쪽으로 가라.'가 인솔자의 이번 산행 모토였다.
산행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버스의 실내등이 꺼져 다시 잠을 청했다. 어제 팔공산 산행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실내등이 들어와 잠을 깨고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는 산청 읍내를 지나 산악지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인솔자가 다시 주의 사항에 대해 언급 하는데, 예상보다 빠른 10시 50분경 밤머리재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마감 시간은 예정대로 4시 30분을 고수한다고, 그리고 밤머리재가 해발 600m가 넘고 정상이 해발 1,000m가 조금 넘으니 힘든 산행은 아닐 거라고 얘기했다. 추가로 날머리인 내리 저수지 주변에 식당이 전혀 없으니, 하산 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고로 모두가 빨리 내려오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바로 출발한다고. 인솔자가 나눠준 지도를 다시 자세히 보며, 산악회가 선정한 이 코스 소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총 256분, 4시간 16분이 걸린다. 주어진 시간 5시간 30분. 그럼 남는 시간 1시간 14분, 하산지에 술 마실 곳도 없는데 시간이 남아돌아봐야 별 의미도 없어, 코스를 바꾸기로 했다. 조금 빨리 달리면 2시간의 여유 시간 확보가 가능할 거로 생각되었다. 2시간이면 선녀탕을 다녀오기에, 충분한 시간! 해서 가능한 낭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밤머리재를 향해 힘겹게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내리자마자 달리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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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6분에 웅석봉 산행의 들머리인 '밤머리재'에 도착했다. 밤머리재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낡은 버스를 이용한 간이 식당이 있었다. 대부분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빠른 등산객은 벌써 길을 건너,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도 대충 주변을 사진으로 담고 바로 출발했다.
길을 건너자 어느 등산로에나 있듯 입간판에 지도가 있어 사진으로 찍고 계단으로 이루어진 깔딱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행기를 쓰며 그때 찍은 지도를 보고, 왜 그때 그 지도를 유심히 보지 않았는지 후회하는 중이다. 이 지도에 의하면 왕재에서 '선녀탕'을 다녀오는 건 왕복 4km지만, 날머리 직전의 갈림길에서 '선녀탕'을 다녀오면 왕복 2.3km에 불과하다. 산행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산악회가 준 지도에 의하면 선녀탕이 중간 지점에 있는데, 선녀탕을 갈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인솔자가 왕복 5km가 넘으니 가지 말라는 언급이 다였다. 내 상식으로는 왕재에서 선녀탕으로 내려갔다가 늦으면 선녀탕에서 바로 날머리로 하산하면 되는 그림이었다. 입간판에 있는 지도에는 그게 명확히 표현되어 있는데, 그 지도 사진만 찍었지 보지는 않았다.
밤머리재에서 대장 갈림길에 이르는 1km 구간은 해발 605m의 밤머리재에서 해발 839m(트랭글 기준)까지 235m를 올라가는 힘든 코스다. 길은 통나무로 만든 계단 깔딱으로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에 이르는 5.3km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이번에 같이 온 등산객 중 중간 정도에서 산행을 시작했지만, 이 마의 구간을 지나는 동안 앞서간 대부분을 추월해 갈림길을 지날 때는 내 앞에 한 명만 있었다. 굳이 그 산꾼을 추월할 이유가 없어 왕재까지는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이 좋게 나아갔다. 날씨가 흐려 시야는 좁았고, 조망도 좋지 않아 뭘 찍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다만, 갈림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 정상에 서자 저 남쪽으로 흐리게 보이는 지리산 상봉(천왕봉)과 중봉의 모습에 감탄하고, 사진으로도 남겼다. 내 평생 두 봉우리를 하나의 조망으로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다. 서북능에서도 보이기는 하지만, 저렇게 쌍둥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후 소폭의 오르내림이 있는 평이한 길을 달려 12시 7분에 이번 산행에서 가장 이슈가 된 왕재에 도착했다. 범머리재에서 3.3km, 선녀탕에서 2.0km, 웅석봉에서 2.0km 떨어진 갈림길이다. 왕재에 도착하자마자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고 선녀탕으로 가는 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급경사의 깔딱으로 2km에 불과하지만, 하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즉 다시 올라오는 건 더 힘들다는 얘기다. 2시간 내에 왕복이 가능한 코스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선녀탕에서 들머리로 바로 하산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산악회에서 준 지도에 의하면 날머리에 가까운 '선녀탕 계곡'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 선녀탕이 맞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았다.
선녀탕을 포기하고 나니 이제 서둘러 갈 이유가 없었다. 빨리 하산한다고 어디서 뒤풀이할 환경도 안 되니, 가능하면 산에서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어디 들렀다 올 만한 곳도 없었다. 그저 천천히 유유자적 가는 거 외에는. 그렇다고 일부러 천천히 가는 건 체질상 안 되고, 주변의 찍을 만한 풍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달리는 걸 중지하고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갔다. 웅석봉을 향해 가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웅석봉의 자태가 말 그대로 웅크린 곰의 모습으로 보였다. 세뇌되어 그렇게 보이는 게 크겠지만.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나뭇가지와 잎이 가리고 있어 찍어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 와 사진으로 남기면 가능할 수도.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는 않지만, 주변을 구경하며 길을 가 12시 54분에 웅석봉 직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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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58분에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웅석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 앞뒤로 웅석봉이라는 한자와 1,099m라는 해발, 그리고 곰이 음각되어 있었다. 정상석이 있는 곳이 비좁아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와중에 2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인증 찍는 순서를 두고 약간의 다툼도 발생했다. 늘 그렇듯이 배낭은 벗어 던져두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인증을 찍을까 주변을 살펴봤지만, 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인파로 북적이는 와중에. 누군가에 안증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카메라를 메고 주변 여기저기 찍는 걸 보자 내게 인증을 찍어달라는 등산객이 많았다.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나도 부탁해 인증 두 장을 남겼다.
인증을 찍은 등산객은 정상 좌우에 설치된 전망데크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지리산이 잘 보이는 좌측 데크에 퍼질러 앉아 위스키와 사과, 꼬마 소시지, 핫바를 꺼냈다. 사과와 소시지를 안주로 위스키를 대략 30여 분 마시고 정상을 떠난 시각이 1시 36분이다. 같은 데크에서 빵으로 점심을 먹던 인솔자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나의 질문은 당연히 지도상에 있는 '선녀탕 계곡'이 그 선녀탕이냐? 답이 아주 애매해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점심을 먹고 날머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해 2시 6분에 정상에서 십자가가 보인다는 십자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내가 십자가를 볼 일도 없고 굳이 정상에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이 우회해서 갔다. 그런데 우회해서 봉우리를 돌아가니 우회하나 정상을 오르거나 다를 바가 없었다. 혹시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기면 우회하지 말고 정상을 통과하라고 권한다. 산악회의 인솔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우회를 권하니 무시하기 바람. 십자봉을 지나 날머리를 향해 내려가는데 밑에서 여성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보니 선녀탕을 간다고 했다. 아래 마을에 사는데 웅석봉은 수시로 오른다고 해 선녀탕에서 하산하는 길이 있는 지 물어보니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 있다고 했다. 내 예상과는 좀 다른 답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각자 길을 가 밑으로 산청읍내와, 백무동 계곡과 뱀사골 계곡이 만나 마천에서 임천강으로 불리고 이 후 몇 개의 지류를 더 추가해 산청에서는 경호강 불리는[용 노닐던 용유담….], 경호강이 보이기 시작하는 능선에 도착했다.
웅석봉 정상에서 내리 저수지까지의 하산길 5.3km는 거의 기복이 없는 내리꽂는 코스라 하산도 쉽지 않다. 특히 하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산객에게는 최악의 코스다. 물론 그걸 거꾸로 올라가는 건 더 어려워 보였다. 해서 과거에는 내리 저수지를 들머리로 한 산행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산악회가 등산객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거의 산 중턱인 밤머리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많은 등산객이 등산보다 하산을 어려워해, 하산에서 지체가 심한 데 비해, 등산이나 하산이나 동일한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비록 정상에서 출발은 늦었지만, 하산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등산객을 추월해 선두 그룹에서 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려가다 2시 57분에 임도를 만나는 곳에 도착했다. 인솔자가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임도! 그럼 임도에는 아무도 없고, 누구도 올 일이 없는 곳이란 얘기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는 임도로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이틀 동안 두 산에-팔공산, 웅석봉- 짊어지고 다닌 수고가 아까워 먹고 가기로 했다.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임도 아스팔트 위에 퍼질러 앉아 먹을 수 있는 모든 걸 꺼내 위스키 반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내가 왔다 갔다는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운 후 배낭을 메고 정상에서 안 먹고 가져온 사과 반쪽을 먹으며 다시 등산로 갔다. 그 시각이 3시 2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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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산로로 접어들어 날머리인 내리 저수지로 가고 있는데 의외의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선녀탕 1.45km' 막연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맞았다. 선녀탕 코스의 등산로가 따로 있는 거다. 일단 선녀탕 쪽으로 갔다. 그렇게 선녀탕 쪽으로 500여 미터를 가며 시간과 지도와 산세를 보니, 선녀탕을 다녀와서는 마감 시간 내에 들머리에 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달리면 갔다 오는 거야 가능하지만, 선녀탕에서 탁족도 못 하는데 찍고 오는 게 뭔 의미가 있겠는가. 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려 갈림길로 돌아갔다.
3시 47분에 내리 저수지 갈림길에 도착해 저수지를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 3시 55분에 저수지에 도착했다. 저 위 주차장에 서 있는 산악회 버스가 보였다. 산행 종료까지는 아직도 30여 분이 남은 상태라 바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물로 들어갔다. 충분히 씻고 놀았다고 생각해 복장을 갖추고 물을 떠난 시각이 4시 8분 결국 10분 정도 놀았단 얘기다.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등산객이 다 하산한 거로 보였다. 인솔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등산객을 세고 다녔고 등산객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단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저수지와 주변을 구경하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4시 15분경 버스가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했다. 에어컨이 정상 동작할 때까지 타지 말라는 말에 주변을 더 돌아다니다 25분경에 버스에 탔다. 아직 그때까지 "도사님"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감 2분 전에 선녀탕 쪽에서 달려오는 도사님이 보이고 도사님이 타자 버스는 바로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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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산행의 피곤함보다는 역시 위스키가 강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는 휴게소에 주차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여기가 어딘지 확인해보니 신탄진이었다. 신탄진에도 휴게소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다. 위스키의 영향인지 목이 타는 듯 갈증이 나고 얼큰한게 먹고 싶어 식당으로 갔다. 식당을 찾아보니 한쪽 구석에 기사 식당이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메뉴를 확인하니 동태 매운탕과 몇 가지 눈을 끄는 게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 우동을 시켜 고춧가루를 잔뜩 풀어 해장을 하고 식당을 나갔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버스로 돌아오라는 시간 가까웠다. 아직 몇 분 남았지만, 혹시나 해서 버스로 뛰어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는 내가 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신탄진 휴게소를 출발하자마다 다시 잠이 들어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깼다. 차가 죽전 간이 버스정류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죽전에 일부 등산객을 내려주고 다시 달려 7시 55분경 양재역에 도착했다. 내리 저수지에서 4시 반에 떠났으니 3시간 30분이 걸렸다. 왕복 7시간 30분 멀다. 그나마 산악회를 이용해서 이렇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당일 산행이 불가능하다.
애초 계획대로 '밤머리재 → 대장 갈림길 → 왕재 → 삼거리 → 헬기장 → 웅석봉 → 무명봉(십자봉) → 암릉 → 임도 → 내리 저수지 → 주차장' 10.69km(트랭글 기준), 5시간 7분의 탐방이었다. 이동 4시간 2분, 휴식 1시간 5분. 5시간 30분이 주어진 시간 중 30분 가까이 남았다.
지리산 상봉(천왕봉)과 중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웅석봉이 아닐까 생각된다.
웅석봉에서 본 상봉과 중봉은 형제봉이라 불러도 될 듯.
선녀탕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다녀오지 못한 게 이번 산행의 아쉬움이다. 산행 전 지도를 면밀히 검토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아쉬움이다. 다 귀차니즘이 불러일으킨 참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