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10회)

[kimdeoksoo]

□ D. -92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요. 어제 저녁에 만났는데 느닷없이 그런 제안을 하더군요.”

국회 문화제육위원회 김 의원과 통화하는 한국체육회장은 출근을 하자마자 사실확인부터 시작했다. 전화를 받는 김 의원도 당황해 하고 있었다.

“혹시 국회에서 결정된 내용이 있나요?”

“아니요, 국회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검토도 하지 않았습니다. 왕인베스트도 이 내용은 알고 있는데……”

“그래요? 이상하네. 왜 그러지?”

“회장님, 제가 왕인베스트를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우리한테도 호의적으로 접근하면서 꼭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그러게요. 이상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는데 이번 건은 의원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뭘요?”

“아니, 내가 왕인베스트 진 대표를 만났고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요.”

“아~ 당연하죠.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조금 있으면 국정감사인데 사소한 일이라도 걸리면 피곤하잖아요.”

“예, 걱정 마십시오.”

전화를 마친 체육회장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괜한 이야기를 건넨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인은 반드시 필요했다. 왕인베스트의 존재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만 했다.

“회장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들어와.”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여 비서가 결재파일을 들고 회장실에 들어왔다.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나쁜 소식을 들고 온 것이 확실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젯밤 WOC에서 공문이 전자메일로 발송됐습니다.”

“그런데? 뭐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

“예, 지금 한국에서 진행중인 전국족구선수권 대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WOC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뭔데? 빨리 얘기해봐!”

“예, 우선 WOC에서 채택하지 않은 종목에 대한 전국단위대회 개최에 유감이라면서, 마을단위 예선이라는 이상한 방법으로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도 않은 선수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되고……”

“뭐라고? 스포츠 정신? 그리고 선수등록은 또 뭐야?”

“예, 그러니까 국가단위 경기에 관한 모든 기록이 WOC에 남아야 하는데 협회에 등록되지도 않은 일반 주민들이 참가하는 경기는 WOC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모든 기록은 무효라면서 전국단위 TV중계도 중지하라고 합니다.”

“뭐? 개새끼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말들이 많은 거야.”

체육회장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자 비서는 당황했다. 평소 욕설은 마다하고 쌍스러운 단어도 입에 대지 않는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체육회장이었다. WOC의 과도한 행동이었지만 이처럼 화를 내는 그를 처음 본 비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놀랐구나. 괜찮아. 그 서류 내려놓고 나가봐.”

“예~”

비서는 출력된 전자메일을 회장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서둘러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회장님!”

상황을 전달받은 최 이사가 회장실에 들어왔다. 비서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 다녀온 WOC회의에서도 종목 채택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힘 없는 체육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법을 찾아야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방법을 찾겠습니다.”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는 최 이사였지만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최 이사는 말을 남기고 회장 집무실을 나섰다.

□ D. -91

“WOC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됩니다.”

한국체육회를 찾은 기찬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WOC의 경기채택 여부를 떠나 지금 벌어지는 대회마저 중단을 요청한 그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이해가 안 되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체육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최 이사의 보고대로라면 올해에도 족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지 않는 수준에서 WOC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공문까지 발송하며 족구 예선전을 취소하라는 요청은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최 이사가 지금 백방으로 확인 중이니까 조만간 답이 나올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WOC에서 문제 삼는 게 선수등록 여부 아닌가요? 물론 우리협회에서도 전국단위에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선수등록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전국초청대회의 경우입니다. 이번처럼 예선전을 거치고 본선이 이루어지는 경우, 예선전 참가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나도 압니다. 우리 족구협회 자체에서도 문제가 없는 건데…… 선수로 등록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경기는 정식경기로 취급할 수 없다는 거니…… 후~ 우리도 WOC눈치를 봐야 하니까 미치겠어요.”

체육회장의 한숨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스포츠는 거대한 사업모체이다.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사업모델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중계권은 물론 관광 등 엄청난 사업들이 연계되어 있었다. 올림픽 경우만 해도 해당 개최도시는 입장권 수입 외 연계된 관광사업에서 얻는 수익으로 개최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중계권 판매 수익은 전액 WOC에서 가져가며 올림픽은 WOC의 가장 큰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회장님, 거두절미하고 WOC가 원하는 대로 참가자들을 선수로 등록시키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요,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참가자들을 무슨 방법으로 짧은 시간에 등록시킬 수가 있어요? 지금 경기가 한창인데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지 않습니까?”

“회장님,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또 한국이 어떤 나라 입니까?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뭐라고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경기 전 현장에서 선수로 등록하는 겁니다. 간단하죠?”

“예? 현장에서 선수등록을 한다고요?”

“예, 간단합니다. 키오스크 시스템을 설치해서 본인 확인절차만 거치고 바로 등록하는 거죠. 아시잖아요, 요즘은 버스표 판매도 터미널에서 자판기 형태 기계에서 하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키오스크 시스템입니다. 물론 우리 협회 직원도 파견할거고요.”

“오~ 괜찮은 방법인데요. 알겠습니다. 우리 체육회 차원에서도 검토해 보고 WOC와 협의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왜 WOC에서 우리 족구를 그냥 놔 두지 않는 거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니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이상한 생각이라고요?”

“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으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가정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족구라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스포츠 경기였다. 이런 경기에 WOC라는 거대조직이 관심을 갖고 관여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 홍 회장 얘기를 들으니 그럴 것도 같습니다. 알았어요, 이것도 확인해 볼게요.”

“예, 체육회 차원에서도 확인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족구협회 자체적으로도 조사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어이가 없습니다. 선수등록을 해야 한다, TV중계를 하지 마라, 이게 말이 됩니까?”

“예~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기찬은 서둘러 체육회장실을 빠져 나왔다.

예선전이 한창 벌어지는 상황에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만약 WOC에서 현장 선수등록을 불허한다면 그 이후 벌어질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족구협회에 대한 신뢰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지며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여명(정봉혁)]

잘 읽었습니다

[kimdeoksoo]

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두루마리]

설 명절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수고 하셨습니다.

[kimdeoksoo]

고맙습니다.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