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풍속[1]
2. 인날(人日)
정초에는 남의 집에 가서 유숙하지 않지만 특히 7일 인일(人日)에는 외숙(外宿)하지 않는다. 이날 객(客)이 와서 묵고 가면 그 해는 불운이 든다고 한다. 부득이 객(客)이 와서 묵게 될 때에는 불운을 막기 위해서 주인과 객(客)은 머리를 반대로 두고 자야만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옛날 나라에서는 인일제시(人日製試)를 하였는데 인일(人日)에 유생(儒生)들에게 시험을 보여 등용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동인승(銅人勝)을 각신(閣臣)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것은 작고 둥근 거울인데 자루가 달리고 뒤에 신선이 새겨져 있다. (東國歲時記 - 수(隨)나라 유신이란 사람의 아내 진씨가 인일(人日)에 동인승(銅人勝)을 올리는데, 혹 비단실을 잘라 금박(金箔)장식을 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오늘날의 동인승(銅人勝)도 이것을 모방한 것이다.)
제학(提學)을 불러 과거(科擧)를 실시하라고 지시한다. 이것을 인일제(人日製)라 한다.
태학(太學)의 원점(圓點)을 얻은 유생(儒生)에게 시험(試驗)하는데 식당(食堂)에 참석한지 만 30일에 원점이 되면 처음으로 시험을 보도록 한다.
그들에게 시(詩), 부(賦), 표(表), 책(策), 잠(箴), 명(銘), 송(頌), 율부(律賦), 배율(排律)등 각 문체를 마음대로 시제에 맞도록 내게 하여 1등한 자에게는 혹 사제(賜第)도 내리며, 발해(發解)한 자도 시상하는데 차등이 있게 준다.
성균관과 문묘(文廟)에서 시행하기도 하고 대궐 안에서 임금이 친히 시험하기도 한다. 또는 지방의 유생도 불러 함께 보이기도 한다. 명절날 선비를 시험하는 것은 인일(人日)로 부터 시작하여 3월 3일, 7월 7일, 9월 9일에 행하는데 모두 인일제(人日製)를 모방한 것이다. 이런 것을 절일제(節日製)라고 한다.
3.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
3.1 상자일(上子日)
정월 첫째 자(子일)을 '상자일'이라 하는데 곧 '쥐날'이다.
이날 농부들은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 논밭 두렁의 풀을 태우는데 쥐가 없어지고 해충이 제거되고 새싹의 발아도 촉진되어 그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하여 '쥐불놀이'를 한다. 요즘에는 보름날 밤에 횃불놀이를 겸해서 쥐불놀이를 많이 한다. 쥐날 밤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밤중에 방아를 찧는다. 방아에 넣을 곡식이 없으면 빈 방아라도 찧어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상자일엔 일도 하지 않고 백사(百事)를 금하고 놀았다고 하는데, 쥐가 곡식을 축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상자일 밤엔 불을 밝히지 않으며 길쌈을 하거나 의복을 짓는 일도 하지 않는다. 옷이나 천을 쥐가 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식을 볶아서 주머니에 넣으면 재수가 좋다고 전한다. 대궐에서는 주머니를 만들어 명주실로 끈을 만들고 큰 나비같이 두 귀를 싸서 문안(問安)오는 근신(近臣)이나 재상에게 나누어 주었다.
3.2 상인일(上印日)
정월의 첫 토끼날을 상인일이라 말하는데 '상묘일' 또는 '토끼날'이라 부르기도 한다. 토끼날에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야 한다. 가장이 열면 좋으나, 가장이 없을 때에는 누구든지 남자가 먼저 대문을 열기로 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 일년동안 가운이 융성하다고 한다. 만일 여자가 먼저 대문을 열고 밖에 나가면 가운이 불길하다고 한다. 이것을 철저히 지키는 집안에서는 밥짓는 일도 남자가 대문을 열고 밖에 나간 다음에야 방문을 열고 나와서 한다.
토끼날은 장수를 비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남녀 모두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인 명사(命絲)를 팔에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거나 문 돌찌귀에 걸어 두는데, 그렇게 하면 명이 길어 진다고 전한다.
또 상묘일(上卯日)에 실을 짜거나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실을 짜고 옷을 지으며 베틀이 있으면 한 번씩 올라가서 베를 짜본다.
3.3 상진일(上辰日)
정월의 첫 진일을 상진일이라고 하는데 용란을 뜨는 민속이 있다.
즉 상진일 이른 새벽에, 농촌에서는 부인이 남보다 먼저 우물에 가서 물을 긷는다. 상진일에는 천상의 용이 하강해서 우물에 알을 낳는다고 하여 아무도 길어가지 않은(우물에 일찍 가서 물을 뜬다는 것은) 우물속에 낳은 용란을 뜬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 뜨기'라고 하는데 용알을 떠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그 해는 농사가 잘 되어서 풍년이 든다고 전한다. 그래서 농촌의 부인들은 이른 새벽 물동이를 이고 우물에 간다. 용란을 먼저 떠간 사람은 용알 뜨고 없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짚을 우물에 띄운다. 그러면 다음 사람이 보고 다른 우물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3.4 상사일(上巳日)
정월 들어 첫 사일을 '상사일' 또는 '뱀날'이라고 한다.
이날 머리를 빗으면 그해에 집에 뱀이 들어온다는 속신이 있다.
상사일에는 남녀 모두 머리를 빗지 않는다. 뱀이 죽어 귀신이 된 사귀가 사람에 부착하면 악행을 자행하고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고 전한다.
상일에 이발을 하지 않는 것은 사전에 사귀의 침입을 예방하는 것이니 여름에 뱀이 많은 지방에서 이 금기가 엄격하다.
3.5 상해일(上亥日)
정월 첫 해일이 '돼지날'이다. 돼지날에는 얼굴이 검거나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살결이 희고 고와진다고 전한다. 돼지는 살결이 검고 거친데 그 반대의 뜻으로 이런 민속이 생긴 것이다. 상해일엔 바느질을 하지 않고 머리도 빗지 않는다. 바느질을 하면 손가락이 아리고, 머리를 빗으면 풍증(風症)이 생긴다고 해서 금하기 때문이다. 이조(李朝) 때 궁중에서는 젊고 지위가 낮은 환신(宦臣)들 수백명이 횃불을 들고 땅위로 이리저리 내저으면서 '돼지 주둥이 지진다' 하며 돌아다녔다.
또 곡식의 씨를 태워 주머니에 넣어 환신(宦臣)과 근신(近臣)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모두가 풍년을 비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로부터 해낭(亥囊), 자낭(子囊)이란 명칭이 생겼다. 이 해낭과 자낭은 모두 비단으로 만들었는데 해낭은 둥글고 자낭은 길다.
[출처] 전통 풍속, 전통 명절.|작성자 산골 딱다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