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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식은 즐겁지만은 않다. 그러나 봄가뭄이 심하여 식수가 바닥나 걱정들이 심각하다. 당연히 비가 억수같이 내려 물걱정을 말끔하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나의 바른마음이다.
청주버스터미널에서 아침 여덟시에 진주행 버스에 탄다. 비도 온다는 소식에 긴 상,하의 옷을 입고 일회용 비닐옷도 준비하고, 없는 등산지도 대신 비교적 등산로 설명이 잘되어 있는 사진을 지참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에 오른다하면 그저 자유로와서 그런지 흐뭇해서 싱글벙글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없는 화창한 날씨로 기상청의 비온다는 것은 오보로 여겨질 만큼 그런 날씨다. 2시간 50분이 채 안걸린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남해대교에 11시 40분에 도착하여 구수한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고 12시 10분에 노루목으로 출발이다. 아주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탁트인 바다도 보고 아주 순조롭고 즐겁게 발걸음이 가볍게 나아간다. 멀리 보이는 광양제철소에서 내뿜는 연기와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가롭게 고기잡는 배도 보면서 그저 즐겁기만하다. 마루금을 보며 다음방향이 그대로 예측한대로 맞아 떨어진다. 이런 순조로운 진행이면 20시간 이내면 도착가능하지 않겠느냐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구름이 끼고 비가 후드득거리며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 오후 5시 정도로 망운산에 올랐을때의 일이다. 다음 행로는 관대봉으로 가야하나 심한 안개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망운산 정상에서 양방향으로 길이 있다. gps의 출력물 지형도에 좌측방향으로 행로가 되어 있어 진행한다. 많이 불안하다.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니 우측에서 풍경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암자가 있는 것은 틀림없고 들려서 관대봉 방향을 물어보려고 우측으로 내려간다. 간벌작업으로 베어진 나무가 이리저리 길을 막으니 조그만 등산로는 있으나 마나다. 첩첩산중의 암자로 섬짓하다. 심한 안개에 휩싸인 암자로 기분이 묘하다. 식당 안쪽방에 불리 켜져있어 문을 열고 소리치니 아주머니께서 나오신다. 관대봉으로 가는 등산로를 알려달라하니 "서울서 사람으로 이 곳에 사정을 잘모르니 스님께 여쭤보라."하신다. 물을 달게 얻어 먹고 스님을 찾아가니, 스님의 말씀은 정상에서 우측으로 가야하고 지금 날씨가 몹시 않좋으니 포기하라 하신다. 내가 고집을 피우니 우산을 줄 테니 쓰고가라 하시나 거추장스러우니 고맙다 합장하고 나온다. 망운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KBS중계소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표지판을 만난다. 그 표지판에는 좌측으로는 판은 있으나 방향이 비어있어, 직진방향 중계소만 나타나있어 직진한다. 이 지점에서 좌측으로 갔어야만 정확한 마루금인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한 참을 내려오니 거기는 서면면소재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이젠 길을 따라 마라톤으로 삼천포대교로 가자는 방향을 바꾸고는, 비와 추위를 피해서 허기진 배를 채울 곳을 찾아보니 불꺼진 중국집이 있어 문을열고 들어가니 영업이 끝났다하여 음식주문이 안되면 내가 준비한 먹을거리를 먹고 간다하고 불이 나게 먹은 후 남해읍으로 간다. 밤 열시 조금 넘어 남해에 도착하여 분식집이 있어 라면을 시키고 가지고 간 떡을 먹고 11시에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우비를 쓰고 문을 열고 삼천포로 간다. 식당 주인 왈 "세상이 미워졌나요?, 그렇찮으면 도를 닦는 중인가요?" 귓가를 때리나 흘려 들으면서 나선다. 한 참을 뛰다보니 우비단추가 망가졌다. 강풍과 빗물로 신발속은 찌그덕 거리며 한강이다.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전선줄은 마치 활처럼 휘어져 소리를 내고, 내 몸은 80도기 기울었으니 우비가 제대로 지탱할 수 있겠는가. 태어나서 이런 바람을 맞는 것은 처음이다.
마루금을 따라 노루목에는 못 갔지만, 대신 도로로 뛰어서 약속대로 삼천포 대교에 왔다. 시간을 보니 3시 50분이다. 열 다섯시간 사십분(15시간 40분)간 헤맸다. 나도 나와의 약속을 왜 져버리지 못하는지... 다리를 건너서 콜택시를 불러 찜질방으로 가서는 자고는, 이튿날 국물이 많은 해물탕을 먹고, 바뀌기 전 노루 전화번호를 때리면서 마산으로 간다.
마산 버스터미널 대합실 에서 대한민국 야구를 재미있게 보고, 앞에 낯 익은 뒷 모습을 보고 뒤쫒아 확인하니 파랑새다. 우이고 반가운거~ 캔맥주 하나씩 꿔차고 먹으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랑새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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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파랑새가 마산까정 마중나왔나벼?..(수고했구 담에 한번 더가자.- 난 또 절반만 할께.)
제이 3클럽에서 종주 코스 만들어 낫네 함가야 할낀데
마산오며 연락 하지 그래서
안타갑구먼 . 좋지 않은 날씨에 고생 많이 했구먼 . 다시 더 한번 도전 하시게 ...같이 가면 좋으련만 ...
홀로 도전한거여? 그 험한 산길을? 겁도 없이,,,도전할만한 가치있는 봉우리들이네,,,
나에게 전화 하지 망운산 정상에서 길을 잃었구나 서면으로 내려가면 앙따 처가동네 나오는 길인데 좌측 마루금 표지판이 있는데 못보았는것 같구나 수고 많았다 언제 다시한번 하자-
징허다.종단준비 하는갑다.
하여간 수고했다 여명아~~~~~~`
증말 대단들 하구나 고생들 했다.
얘~산속에서 무서웠지? 담력10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