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철도공사는 선로보수 작업 관련하여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라.
-고 김창수 동지의 산재사망사고와 이에 따른 노량진역 분향소 설치에 즈음하여
또 한사람의 철도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고 김창수 조합원 동지는 2017년 6월 28일, 노량진역 구내에서 선로보수 작업준비중 전동차에 치어 유명을 달리하였다. 광운대역에서 고 조영량 조합원 동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한달만의 일이다. 우리는 김창수 동지의 죽음에 애통함을 참을 수 없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철도를 사랑했던 사람, 불의를 보고 참지 못했던 사람, 그래서 노동조합 지부장을 세 번 지내고 본부조합 시설국장까지 역임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김창수 동지는 연봉제를 막기 위한 74일 파업에서 지부장으로 분투하였다. 공사 징계에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복직한지 불과 한 달만에 사고를 당하였다. 파업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안산선 외주화를 막기위해 본사앞 농성장을 내집처럼 오가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 어찌 슬프고 안타깝지 않으랴. 우리는 광운대 분향소에 이어 노량진역에 분향소를 설치하여 김창수 동지의 명복을 비는 한편 시설 유지보수 작업에 대한 안전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기로 하였다.
철도의 선로보수 시스템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며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두 정권은 철도 노동자 정원을 5,115명이나 줄여서 정상적인 선로보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홍순만 사장은 부족한 인력 1500여명을 의도적으로 방치하여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형국이 되었다. 영등포 시설 조합원들의 말을 들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수 있다. “정상적 선로보수가 불가능하다. 전에도 자갈교체등 작업이 근근히 이어졌는데 지금은 불량한 개소가 누적되고 있다. 분니작업(부서진 자갈이나 흙을 걷어내는 작업)이 안되고 있어 겨울철에 선로파괴등 대형사고가 걱정된다.”
철도공사 홍순만 사장에게 묻는다. 도대체 그런 식으로 인력을 줄여서 얼마나 경영이 효율화되는가? 철도공사 적자의 근본원인은 SR분리등으로 억지 경쟁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근본적으로는 용산 역세권 개발등 엉터리 부동산 정책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철도에 입혔기 때문이 아닌가? 거기에 사장 당신이 80량 화차, 2층 화차개발등 전시성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놓고 선로나 전기시설등 필수 보수인력을 몇 명씩 줄이는 일은 “노적가리 불질러놓고 이삭을 주워먹는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열차가 운행하는 조건에서 선로보수나 선로상 전기 및 신호보수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 특히 수도권의 열차빈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른바 상례작업이라 부르는 열차 운행사이에 벌어지는 보수작업은 한 시간에 한 개 정도의 열차가 다니던 시절의 산물이다. 철도공사 경영진은 물론 전기, 시설분야의 관리자들까지 타성에 젖어 아직도 그런 관행을 고수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노동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3일 산업안전 보건의 날 기념식 메시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한 노동청을 찾아 작업중지명령 구간변경을 요청하였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두로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한강철교-대방역간을 제외한 구간은 작업을 개시할 것을 지시하였다.
철도공사 경영진에 묻는다. 한강철교-대방역간 외 다른 구간에서는 안전이 확보되었는가? 영등포역 구내에도 선로간 거리가 좁아 대피거리가 나오지 않는 구간이 있다. 뿐만 아니라 3복선에다 대피,교행등 정신없이 열차가 운행하는 영등포-금천구청 구간에서 무슨 근거로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왜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기는커녕 미봉책조차 세우지 않고 작업개시를 지시하는 것인가? 홍순만 사장은 사고후 며칠간 매일처럼 안전점검회의를 하였다고 하는데 바로 작업중지명령구간 축소해석 및 작업지시를 검토하고 지시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작업중지명령 구간의 축소를 기도하고 마음대로 해석하여 작업을 지시한 관련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안전에 대한 단호한 태도와 인식의 전환이 없이 노동안전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 산재사고를 예방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도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은 철도 개통이래로 타성에 빠졌던 안일한 사고방식을 혁신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과 노동자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
1.철도공사는 열차가 운행하는 시간에 선로 및 선로상 전기,신호 보수작업을 금지하라.
1.철도공사는 시설 유지보수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라.
1.철도공사는 작업중지명령 구간축소를 기도하고 작업을 지시한 책임자를 문책하라.
2017년 7월 5일
철도사고 예방과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투쟁하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