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든
- 청운의 꿈
사랑했다면, 눈물을 흘리지
마라.
돌아서서 울지도
마라.
누더기 육신의 상처를
덮지도 말고
풀어진 모습 그대로 편하게
버려두라.
행려병자 시신을
외면하듯
가던 길을 서둘러
가라.
우둔하여 바보처럼 미로
같은 길
무능하여 돌아서 가는
머나먼 길
머뭇머뭇,
두리번거리며
주춤주춤,
기우뚱거리며
비바람 눈보라
비탈길,
미끄러지고
엎어지며
나뭇가지 움켜쥐고 돌부리
부여잡고
안간힘 쓰고
신음하다가,
노래하다가 춤을
추다가,
오늘 여기 잠시
누웠노라.
언젠가 한번은 가야할
길
누구나 어김없이 가야하는
길
제 얼굴 자기 걸음으로
나아가는 길
아무도 막을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길
억만 년 역사의 바람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러나, 창조 목적의
세계로 걸어가는 길
감추어진 낙원을 찾아
달려가는 길
이 길을 나도 함께 가고
있노라.
누구처럼 편하게 살지
못하고
누구처럼 즐겁게 살지
못하고
누구처럼 멋지게 살지
못하고
지지리도 못난 불쌍한
인생이라고,
눈물을
흘리지마라.
누구처럼 성공도 하지
못하고
누구처럼 명예도 얻지
못하고
누구처럼 존경도 받지
못하고
짐 되고 괴로운, 실패한
인생이라고,
돌아서서 울지도
마라.
나도 가야하고 또 너도
가야하는
멈출 수 없는 숙명의
핸들을 잡고
무언가를 꿈꾸고 찾고
만들며 달려가야할
우리 모두 함께 감사하고
기뻐해야할
한 마당 축제임을
자각하라.
기나긴 세월 달려온 멀고
험한 이 길,
비틀비틀 절뚝거리며,
흥얼거리며
땅 내려다보다가, 하늘
우러러보다가
신호등에 걸려 잠시 여기
먼저 누웠노라.
♣ ○년 ○월 ○일 ○시.
♡자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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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거든
청운의 꿈
추천 1
조회 92
16.09.13 06:2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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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마음에 담아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드레그를 할렸드니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