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영화제에 480만원 지원한 군, 내년 2천만원 증액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 그린 영화 5편 선보여,
우리고장 장애인인권영화제가 두 돌을 맞아 성황리에 개최됐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거나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에게 영화제가 너무나도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를 주최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건 ‘복지’가 아니라 ‘문화’”라고 강변한다. 타인의 시혜적 시선이 깃들어있는 복지와 달리, 문화는 삶의 주체로서 실천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의 둥근 렌즈는 장애인의 삶을 특별하게도, 대단하게도 비추지 않았다. 누구나 사는 모습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우리고장 장애인인권영화제의 존재 이유다. |
“과거로!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
지난 19일 오후2시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제2회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가 관객들의 우렁찬 구호와 함께 막을 올렸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임경미)가 주최하고 옥천군 문화광고마을이 지원한 이번 영화제는 한 살 더 먹은 모습답게 지난해보다 많은 관람객이 몰렸고, 다수의 작품들이 상영돼 관심을 모았다. 김재종 군수와 도 전재수 노인장애인과장, 임만재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도 다수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단연 현수막과 팸플렛에 소개된 ‘0219193B20’이란 문구였다. 올해로 ‘02’회째를 맞은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가 명시한 것처럼 더 이상 장애인들이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있다. 더불어 ‘Build Back Better(3B)’이라는 캐치프라이즈, 즉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출과 올해로 ‘20’주년이 된 이동권 투쟁을 보다 확장하며 우회하거나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올해 옥천장애인인권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군 예산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옥천군은 올해 480만원 예산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옥천에서 자체 영화를 제작할 비용 2천만원 지원을 약속한 상황.
임경미 소장은 “영화제 개최를 위해 이 자리에 오는데 심장이 내내 두근두근 뛰었다. 지난해엔 외부 지원을 받아 영화제를 열었는데, 올해는 옥천군과 군의회의 지원을 받아 영화제를 열게 돼 더욱 의미있다”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개막을 선포했다.
김재종 군수는 “오늘 영화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런 역할을 잘해와주신 임경미 소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대상 아닌 주체’ 장애인 문화가 변화를 부른다
장애인인권영화제는 늘 ‘대상’으로 조명됐던 장애인이 ‘주체’로 나섰다는 데 의미가 깊다. 이날 개막과 폐막이 임경미 소장에 의해 선언됐고 문화공연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 ‘문바위’ 회원들이 장식했다. 스크린에서도 장애인이 아니라 ‘선화’, ‘원형’, ‘건창’이 등장했다.
이날 상영된 영화들도 장애인을 특별하게 대상화하던 비장애인 중심 제작의 틀을 벗어났다. 휠체어 이용자 선화씨가 나들이를 나서던 중 마주한 장애인콜택시 탑승 거부, 허리를 굽힐 수 없는 몸을 가진 건창씨의 제주도 여행, 20년간 발달장애인 시설에서 살다 탈시설을 한 원형씨의 양가적 감정 등 삶의 단면을 그대로 그려냈다. 각 영화마다 자막이 띄워졌고, 스피커에선 상황설명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임경미 소장은 “영화제를 열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멋진 작품이 아니다. 장애 당사자들의 삶이 이렇다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지역 장애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내막을 비장애인들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라며 “많은 역사가 문화를 고리로 찬란한 역사로 이어지고 우리가 기억하듯. 옥천마을장애인인권영화제가 장애인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문화로 연결이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바람을 갖고 시작을 했고, 두 번째 영화제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제에 참석한 임만재 의장도 장애인의 문화가 갖는 중요성을 언급하며 질적 성장을 기원했다.
임만재 의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영화제가 열렸다는 건, 이 영화제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라며 “글 몇 줄, 사진 몇 장보다 이렇게 절절하게 장애인의 삶을 그려나가는 우리고장 장애인인권영화제가 내년에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직접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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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