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은 실학박물관이 개관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기만 합니다. 2007년부터 경기도에서는 경기실학현양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성호 이익, 순암 안정복, 다산 정약용 등 혁혁한 경기도 출신 실학자들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고 그들의 업적을 현양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추진위원으로 처음부터 참여했던 저는 얼마 뒤 추진위원장의 업무를 맡아 수없이 많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위한 작업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원회의 발의로 우선 추진하도록 정한 일의 하나가 바로 실학박물관의 건립이었습니다.
그러나 건립사업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가능하면 자기네 동내에 유치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해야 단체의 업적 하나가 쌓인다고 여겼기 때문에 건립해야 할 장소와 위치 문제가 까다로웠습니다. 몇 차례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으며, 단체장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그 당시의 경기도지사의 굳은 의지와 열성이 합해져 끝내는 오늘의 실학박물관이 자리한 남양주시의 다산유적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고려되고, 실학자의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역시 그곳이 가장 적합한 곳이었음은 분명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일입니다. 장소를 정하는 일도 매우 어려웠지만, 정해진 장소는 상수원 보호지구여서 건축허가나 시설의 활용이 쉽지 않아, 건설부나 행정당국 간의 온갖 노력이 요구되었습니다. 당시 도지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곳은 바로 한강 상류의 강가여서 땅을 파자 바로 강물이 솟구쳐 일을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특수공법을 사용하고 온갖 지혜를 모아 드디어 공사가 완료되었고, 박물관의 규모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 끝나, 2009년 10월 23일 개관식을 거행하는 위대한 성공을 이룩해냈습니다.
임진, 병자의 양대 국난을 겪은 조선은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라는 너무나 가난했고, 백성들은 한없이 가난한데다 탐관오리들의 착취에 시달리느라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내지 못할 실정이었습니다. 주자학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삼아 성리학이라는 학문만이 주조를 이루던 때여서 행동이 배제된 관념론이 판을 치던 시대여서 이대로 둔다면 반드시 나라는 망하고 만다는 애국자들이 나타났으니, 반계 유형원이 선창하였고, 성호 이익이 이어받고, 다산 정약용이 모든 이론을 집대성하여 실학사상의 체계가 세워졌습니다.
관념의 세계에서 실천과 행위의 세계로 방향을 틀고 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큰 명제를 내걸고 국부를 증진하고, 백성들의 삶을 돌보는 일에 매진하자는 실학적 정신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통치세력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국가는 끝내 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실학자들의 사상과 철학 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정신을 다시 연구하고 현양해내는 과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하나가 바로 실학박물관을 통해 실학의 현실화를 도모하는 일이었습니다.
경기도의 경기문화재단에서 그런 일을 책임지고 해내는 일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한때 실학박물관 석좌교수로 일하면서 실학정신의 발양에 나름대로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0년을 맞는 실학박물관이 알차고 진실한 사업을 펼쳐서 우리 국민이 실학 정신에 의하여 더욱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박석무 드림 이번 주 수요일 실학박물관 창립10주년 기념식 및 전시회가 열립니다. - 10월 23일(수) 오후 2시 - 실학박물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