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3] 이봉운(李鳳雲) - 축복 3. 3년 제주도 피난생활 - 2
13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이 선생은 “하늘이 이 부락을 떠나라 한다”하며 석양에 떠났다. 날이 저무니 내일 떠나라 하여도 막무가내이니 우리 6명은 동구 밖까지 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돌아왔다. 고독함을 금할 수 없었다.
14 피난민들은 우리도 이단과 상종한다고 돌려놓았으니 믿을 곳 없는 고도에선 고독감이 솟아오른다. 밤에 누웠는데 눈물이 흐른다. 하나님 따르는 길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15 나는 기쁘나 슬프나 가슴만 답답할 뿐 눈물은 아니 흘리는데, 고향의 노부를 떠날 때도 겁에 질려 섭섭함을 느낄 수 없었는데, 노상에서 만난 한 청년을 생각하며 그렇게 눈물을 흘리니 나도 모를 일이었다.
16 이 선생이 떠난 날 밤 신앙의 첫 꿈을 꾸었다. 나와 수경이 마당에 서 있는데 구만리 상공에 제비 한 마리가 구름 사이로 나타나더니 무언가 입으로 토하고 사라졌다.
17 그것들은 마치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선전 비라처럼 공중 가득히 반짝이며 내려오더니 우리가 서있는 마당으로 모두 떨어졌다. 하얗게 반짝이는 공 모양의 표면에는 아름다운 꽃이 조각되어 있었다.
18 공중에서 “이것들을 모두 잡으면 하늘의 비밀을 모두 알 것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따라다니며 모두 잡아 가슴 가득히 안으니 내 몸이 기우뚱하며 공중으로 떠오르고 한없이 마음이 상쾌했다. 꿈은 매우 생생했고 모두 대몽이라 기뻐했다.
19 그러나 우리는 자립할 만한 신앙을 가지지도 못했고 모두 외면하는 사면초가의 상태에서 용기도 의지도 없이 두문불출하였다. 이때 부인이 “우리끼리 믿어 봅시다” 한다. 잘 믿어 보자고 결심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믿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20 하나님은 보이지 아니하고 주위엔 사람도 없지, 난감할 뿐이었다. 우리는 죽어도 하나님을 찾는 길밖에 없다 생각하고 모여 앉아 노력 끝에 “신앙의 지침은 성경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40 평생을 신앙한다 했으나 성경을 한 번도 통독하지 못했다. 기껏 마태 마가 정도를 읽고도 수석 집사라 했다.
21 우리는 성경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뜻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참다운 신앙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 온유 등 구절마다 뜻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연구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22 하면 할수록 지혜가 생기고 재미있고 통쾌했다. 그리고 절실히 깨달은 것은 비천하지 아니하고는 하나님과 관계없다는 것이었다. 비천하려면 물질을 초월해야 된다. 물질과 신앙은 겸유할 수 없다. 그리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를 앞세우고서 남을 사랑할 수 없다.
23 우리는 목표를 정하고 신앙생활을 했다. ① 충성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자. ②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자가 되지 말자. ③ 타인을 내 몸같이 사랑하자. ④ 범사에 감사하라. ⑤ 참고 견디자. 이상과 같은 신앙 지침을 벽에 붙이고 명심했고, 적은 일에도 실천에는 완전하려 했다.
24 나는 신앙의 방법을 깨닫는 대로 서로 토론하고 같이 실천하도록 했다. 신앙생활은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모두 동일하여야 하며 작은 일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기도는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기도는 사람이 할 부분을 하나님께 떠맡기는 일이 많다. 실천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지 아니하니 별로 구할 말이 없었다.
25 성경에는 제 눈에 들보를 두고 남의 눈의 티를 탓한다는 말이 있고, 불교에서는 몸 안에서 부처를 찾지 않고 몸 밖에서 찾는 자를 마의 자식이라 했다. 또한 천도교에서는 인내천이라 했으니 신앙은 마음에서 출발해야 되는 것이며 마음 하나 찾는 것이 종교의 목적이다.
26 그렇지 아니하고는 개인의 완전 천국을 이를 수 없다. 각자가 마음을 찾으면 천국은 되며, 헐고 디디고 올라가려는 것이 타락이니 이러고서는 전체가 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