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제인거실題人居室 사람 사는 집에 쓴 것
2 희제원부장가벽戱題元部將家壁 장난으로 원 부장의 집 벽에 쓰다
언실가원화기반彥實家園花幾般 언실彦實의 화원엔 꽃 종류 몇 가지이던가?
지유봉선정계관只有鳳仙楨鷄冠 봉선화와 붉은 맨드라미 뿐 일세.
초간현목구내속初看炫目久乃俗 처음 보면 눈부시나 오래 보면 속되어
대경소경퇴란간大莖小莖堆闌干 큰 줄기 작은 줄기 난간 위에 쌓여 있네.
원씨본래은부자元氏本來殷富子 원씨는 원래 부잣집 아들인데
종화치생역여시種花治生亦如是 꽃 심고 생활함이 역시 이와 같네.
단취번서불이간但取繁庶不以簡 번성한 것만을 취할 뿐 가리지 않아서
내적내창여산치乃積乃倉如山峙 창고에다 쌓아 두니 산같이 높았네.
우견아손여립죽又見兒孫如立竹 또 자손들이 대같이 서 있음을 보니
삼삼희홍사봉시森森戲閧射蓬矢 늘어서서 장난하고 떠들며 봉시蓬矢 쏘아댄다.
계소기구약종사繼紹箕裘若螽斯 세전 가업 계승할 이 메뚜기 떼[螽斯] 같으니
내지비속즉시지乃知非俗即是祉 이제야 알겠도다, 속된 것이 곧 복인 줄을.
언실초문불연변彥實初聞艴然變 언실이 처음 듣고 불끈 얼굴 변하더니
지시개이소차희至是開頤笑且喜 그제서야 턱 벌리고 웃으며 기뻐하네.
수연막작수전로雖然莫作守錢虜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수전노는 되지 말게.
천석이부기용이天錫爾富冀用耳 하늘이 부富를 내림은 잘 쓰기 바람이리.
차수고주십천배且須沽酒十千盃 우선 술 받아다 열잔 천잔 마시려고
란만화정개준뢰爛熳花庭開樽罍 꽃이 만발한 뜰에 술자리를 마련했네.
여빈진일취배회與賓盡日醉徘徊 손님과 진종일 취해서 배회하리니
지이저저비귀재知爾貯儲非鬼財 그대 저축해 쌓은 것 귀신의 재물 아님을 알라.
약야학취하동민若也學取河東民 만일에 하동河東의 백성에게 취하기를 배웠다면
언실수부기속재彥實雖富其俗哉 언실이 부자라도 속인일 뿐일세.
►언실彦實
임완林完(1088-1152)은 송나라 출신의 고려의 문신이다.
자字는 언실彦實이다. 나중에 이름을 임광林光으로 바꾸었다.
본래 송나라 장주 사람으로 1112년(예종 7년)에 장삿배를 따라 개경으로 들어왔다.
1114년(예종 9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예부원외랑에 이르렀다.
이때에 인종이 서적소를 설치하자 김부철 등과 함께 고문이 되었다.
1135년(인종 13년)에 국자사업 지제고로 있을 때 왕에게 묘청이 상하를 현혹시키고
서경에 태화궁을 세우려고 백성들을 괴롭히니 처형해야 한다고 극간하였다.
언실彦實 원元나라 사람으로 성명은 사휘謝暉.
본래 자양資陽 사람으로 은鄞으로 이주하였고
영강永康의 호장유 胡長孺에게서 배웠다.
어떤 사람이 과거科擧의 업業을 권하자 그는
“학문이 古今을 통하는 것은 문행文行에 바탕할 뿐이라.”고 대답하였다.
그의 시문은 간담簡淡하고 준영儁永하며 또 조맹부趙孟頫의 글씨를 배워
그 글씨는 그때 사람들에게 진중히 여김이 되었다.
(이 부분의 注는 잘못된 것 같다. 그래서 위의 注를 첨가했지만 글 내용과는 시대적 차이가 난다)
►봉시蓬矢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
쑥의 줄기로 만든 화살로 초상이 났을 때 이것을 상가喪家를 향해 놓아두면 불길한 것을 물리칠 수 있다 하였음.
옛날에 사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이것을 가지고 천지 사방에 쏘아 미래에 사방으로 웅비雄飛하기를 빌었다.
남자의 뜻을 세움을 말하며 심봉지지尋蓬之志(봉황의 뜻을 찾다)라고도 한다.
►하동河東 하동 지방의 백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