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죽음을 생각해 보며

[신정주(본명 신경희)]

                                                                                                                  신경희 작


죽음을 생각해 보며

                                  신정주



아이들 등굣길을 지켜보느라 아파트 복도 창가로 나왔다

8층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이들보다 5층 창밖으로 근조 등이 걸려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돌아가셨나 보다 곡소리가 없었는데 호상인가?

처서가 지나고부터 아침저녁으로 상큼한 코스모스 향기 같은 바람이 좋아 문마다 활짝 열어 놓았더니

온종일 상갓집에서 피워놓은 듯 향 내음이 바람을 타고 올라온다

즐겨 피우는 이화 향에 익숙해서 향 내음이 싫지 않다.

평상심으로 소파에 앉아 아이들 학습 문제집을 사 들고 나오면서 집어 온 새 책 정보지를 뒤적거려 본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 말 말... 책 책 책...뭉뚱그려 봤자 삶과 인생에 관한 문 제련만 무엇이 그리 복잡다단한지

아침부터 만난 한 생명의 주검을 대하메도 이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무감각해져 있는 것을..

내가 앉아 있는 내 발아래에서 생명의 불꽃 하나가 꺼지며 영원히 이 세계를 떠났는데 말이다

전혀 무관하지 않은 죽음이 언젠가는 피할 수 없이 내게도 필경 올 것인데

절대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생소함... 19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