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다시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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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 혜영을 데려간 곳은 자신의 교수실이었다. 그곳에는 원통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기둥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것의 겉에는 처음보는 이상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혜영은 그 문자가 나타내는 뜻이 무엇인지 머리속에 들어왔다.
읽지는 못해도 머리속에 뜻이 떠올랐다. 혜영은 무심결에 그 뜻을 말하기 시작했다.
'태초에 절대자 있어 빛과 어둠을 만드시고 그들의 그림자를 만드시도다.
빛과 어둠 바라볼 수 없는 형제로 등을 맞대고 자신의 길을 걷고
그림자 그들의 슬픔과 고통을 짊어지고 그 괴로움을 삭히고 삭히는도다.
반목과 상처를 짊어지다 짊어지다 짊어지다 지친 그림자
빛도 없고 어둠도 없는 무로 파고들었으며 그 무의 끝에서 깨달으니
결국 세상에 남는것은 빛도 어둠도 자신도 아니고 절대자뿐인데
자신은 어째서 빛, 어둠이 느끼는 기쁨을 느낄 수 없고 슬픔만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면 차라리 형제들과 절대자 모두 없애버리고 나 혼자 남으리라.
영원의 고독에 살게 되더라도 나 혼자 이곳에 남으리라 하며 저 나락으로 몸을 던지매
그림자는 무가 되고 무는 그림자가 되었도다.'
"이제 거의 봉인이 풀렸구나. 이걸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봉인? 그게 무슨뜻이지? 혜영은 알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수진을 쳐다보았다.
"사실 난 사람이 아니란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모습은 완전히 인간이다. 하지만 방금전 그가 보여준 힘만
아니었어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난 사실 악마란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네? 제...제가 악마라고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교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은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다. 게임을 좋아한다던가 성격이 좀 괄괄하다던가 하는 것은 있지만
그것은 악마니 인간이니 하는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저 성격이 조금 특이한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자기가 악마라니 혜영은 수진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교수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그는 너무나도 진지했다.
결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악마라니! 전 사람이라고요! 악마같은건 모른다고요!"
"지금 그 모습은 네 부모가 네가 이 세상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네 힘과 모습을 봉인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 봉인도 20년까지가 한계.
이제 넌 그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그러면 넌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
수진은 그렇게 말하고 그 원통형의 기둥을 한바퀴 돌렸다. 그러자 기둥이 회전하면서
나타나는 잔상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둥글게 뭉쳐진 세계와 푸른 빛덩어리,
그리고 땅에서 솟아나오는 무수히 많은 수의 악마들. 그것은 혜영이 어렸을때부터
계속 꿈에서 보아온 것이었다.
"이제 세계는 멸망한단다. 나는 한번 겪어보았지만 지금 이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세계의 전생. 그리고 수태에서 살아남을 자들은
이 건물에 있는 인간들 그러니까 네 친구들 뿐이지."
"그...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모두 죽겠지. 의지가 강한 몇몇은 사념체나 마네카타로서 남겠지만..."
"마... 말도 안되요! 우리말고 다른 사람들이 다 죽는다니! 어떻게 좀 해봐요!! 교수님!!!"
혜영은 수진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세상을 구할 수가 없단다...
이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란다. 무에게서 세계를 지키는 길은..."
혜영은 고개를 들어 수진을 바라보았다. 말은 차갑게 하지만 그의 표정도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그의 슬픔역시 자기 못지 않은 것인가. 막을 수 없기때문에 체념해서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혜영은 수진을 어깨를 잡은 손을 힘없이 떨구었다.
수진은 혜영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건물의 옥상이었다.
하늘에는 해가 떠있고 저 멀리 아파트와 집들이 보이고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창가로 고개를 돌리면 늘 보던 풍경이었다.
"혜영아. 이걸."
수진이 건네준것은 이상한 벌레모양을 하고 있는 돌덩이였다.
"이건 뭐죠?"
"이것은 마가타마. 할 수 있다면 내가 곁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지만 난 그럴수가 없단다.
그래서 이걸 너에게 주마. 이것에 내가 가진 힘 전부와 지식들을 담아 놓았단다.
분명 너에게 도움이 될거다."
혜영은 그가 준 마가타마를 신기한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시후 무언가
지직거리는 소리에 혜영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가 보았던 푸른 빛덩어리가 점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붉은 빛덩어리로 만들 검은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혜영은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수진은 그런 그녀를 붙잡고 억지로 억지로 그것을 바라보게 했다.
"잘 봐둬라. 그리고 결코 잊지 마라. 나 역시 오랜세월동안 한번도 이것을 잊어본적이 없으니."
'제거는 실패란 건가?'
'네. 결국 수태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모두 저희들의 불찰입니다.'
'아니다. 이것은 모두 예상한 것이다. 단지 '핵'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혼돈왕이 먼저 손을 쓴것 뿐이다.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상관없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지. 흩어진 조각을 다시 하나로 모을때가.'
'때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곧 실행하겠습니다.'
첫댓글 음... 주인공이 여학생이면, 교수는 남자이어야... 할 리가 없겠군. 히로인(?)급 남자는 누구일지?
서술의 힘이 좋습니다. 대화도 어설픈 데 없이 적절한 편입니다.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