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 미터 급 산 중 유일하게 동계 등정되지 않은 K2(8611m)에 도전장을 내민 폴란드 원정대가 등정에 실패하고 하산했다.
1954년에 초등된 K2는 현재까지 306명이 등정에 성공했고 80명이 사망한 악명 높은 산이다.
‘사람잡는 산’(savage mountain)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카라코람에서 동계등반은 특히 베이스캠프(5000m)에서도 영하 40도를 밑도는 추위와 초속 20미터가 넘는 강풍으로 등반이 절대적으로 어렵다. 해가 비치는 시간도 짧다.
폴란드 산악계는 히말라야 동계등반에 특히 강해 ‘얼음 전사’(ice warriors)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동계시즌 8천 미터 산 정상에 오른 이는 전 세계 31명에 불과한데 그 절반인 14명이 폴란드인이다.
크지슈토프 비엘리키(68) 대장은 에베레스트(1980), 캉첸중가(1986), 로체(1988)를 각각 동계 초등한 인물이다.
80년대 폴란드팀은 8천 미터급 봉우리 7개 동계초등에 성공했다.
2002년 비엘리키는 ‘동계 선언’(Winter Manifesto)이라는 글을 기고해 ‘젊고 분에 넘치고 기개 있는’ 폴란드 차세대 산악인들에게 ‘할 일을 마무리 하라’고 독촉해 동계초등 도전의 물결이 다시 시작됐다.
그후 2012년 가셔브룸1봉, 2013년 브로드피크를 폴란드인이 동계초등에 성공했다.
아담 비엘리키(34) 등 당시 초등정자 및 러시아 태생 폴란드 시민권자 데니스 우룹코(44)까지 이번 K2 원정대에 합세해 13명의 초강력 원정대를 구성하고 정부 지원까지 받았다.
폴란드는 87~88년, 02~03년에 각각 K2 동계등반에 나섰으나 해발 7300m까지 오른 게 최고였다.
11~12년 시즌에는 러시아팀이 K2에 나섰는데 대원 한 명이 폐렴과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말 카라반을 시작해 K2 등반을 이어 온 원정대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인근 낭가파르바트 동계등반 중이던 토마스 마키에비치(폴란드)와 엘리자베스 레볼(프랑스)로부터 구조요청이 와 바로 달려가기도 했다.
헬기를 이용 아담과 우룹코 등 정예 대원 4명이 이동, 밤새 고도 1300m를 올라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던 레볼을 극적으로 만나 구조했다.
급히 설치한 텐트에서 정신을 차린 레볼은 위쪽에 남겨진 마키에비치를 구조하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조대는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하산했다.
동계 고산등반에서 극적인 구조가 이뤄졌으나 K2 등반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K2 등반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가파르지만 등반거리가 짧은 체센 루트를 선택해 등반에 나섰다.
산에 눈이 별로 없고 낙석이 많아 등반이 어려웠다. 주먹만 한 돌이 마구 날리곤 했다.
결국 아담 등 대원 2명이 낙석으로 부상을 입었다.
2월 11일 비엘리키 대장은 결국 낙석이 적은 아브루치 능선으로 등반루트를 변경했다. 아담과 우룹코가 선두에 서서 3캠프(7200m)까지 루트설치가 완료됐다.
그런데 우룹코가 3월 초로 예정된 기존 계획보다 2주 일찍 정상등반을 서둘러야겠다고하여 대장 비엘리키와 언쟁이 있었다.
우룹코는 아담 비엘리키에게 함께 오르자고 권하기도 했으나 아담은 팀과 원래 계획에 따라야 한다며 거부했다.
우룹코의 고집엔 이유가 있었다. 동계시즌에 대한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기상측정 기준으로는 동계시즌이 12월 21일 시작해 춘분인 3월 20일까지다.
하지만 우룹코는 2월 28일까지를 동계등반으로 간주한다.
우룹코는 폴란드인이 성공한 브로드피크와 가셔브룸1봉 동계초등이 3월 초에 이루어졌다고 하여 진정한 동계초등이 아니라고 주장해 불화를 빚기도 했다.
우룹코는 폴란드 시민이지만 러시아 출생이다.
8천 미터 급 동계등반을 15차례나 연속해 온 시모네 모로(이탈리아)는 우룹코가 등반에 있어서 러시아 군인 기질이 있어 아주 저돌적이라고 주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로는 우룹코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고산등반을 함께 해 왔으나 불화로 인해 서로 갈라서게 되었다.
비엘리키 대장과의 말다툼 이후 우룹코는 무전기도 지참하지 않고 홀로 등반을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대원들은 우룹코를 지원하기 위해 고소캠프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2월 19일 우룹코는 3캠프까지만 진출하고는 내려왔다. 팀 내 불화로 우룹코는 등반을 그만두고 먼저 하산했다.
남은 폴란드팀은 우룹코 대신 다른 대원을 고소적응시켜 정상공격하는 방안을 고심했다.
정상등정이 가능할 만큼 고소적응이 충분한 이는 아담 뿐이었고 단독등반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씨가 여의치 않아 3월 5일 철수를 선언했다.
K2 동계등반은 무척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비엘리키 대장은 ‘우리는 다시 돌아와야 할 것’이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 마운틴저널 오영훈 미국통신원의 기사에서 퍼옴.
첫댓글 울주산악영화제의 라스트마운틴이라는 작품의 실화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