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둘레길 60코스(마지막 코스)와 59코스를 걷다
1. 지난 번 길을 잘못 들어 진행하지 못했던 ‘경기둘레길’ 마지막 코스를 답사했다. 60코스는 대명항에서 승마산과 수안산을 지나 함배·수안 마을까지 약 10km코스이다. 코스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두 개의 산을 지나는 제법 힘든 코스이다. 하늘은 쾌청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와 어울리는 날씨였다.
2. 대명항에 주차하고 초지대교를 옆으로 하고 승마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코스는 산자락을 오르내리며 이동한다. 숲의 그늘이 태양의 열기를 막아준다. 바람도 시원하다. 특히 응달에서 만나는 바람은 냉기까지 머금은 느낌이다. 코스는 두 개의 산과 그 산 사이에 있는 많은 공장지대를 지난다. 서울 근교, 특히 김포 지역에는 많은 공장들이 있다. 이 곳의 공장들은 파주지역보다는 규모가 크다. 파주의 의주길을 걸을 때 보았던 공장들이 상대적으로 작고 좁았다면, 김포의 공장들은 넓은 앞마당을 소유하고 있다.
3. 해발 200m가 되지 않지만 산성을 지닌 ‘수안산’에 올랐다. 정상에서는 김포와 인천의 계양산 그리고 영종대교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수안산에는 오래 전부터 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약 700m 정도 자취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성의 모습은 개방되어 있지 않는 듯하다. 어느 곳에도 ‘산성’을 가리키는 정확한 안내는 없다. 김포와 인천을 다른 방향에서 다시 확인한다.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다. 똑같은 영종대교이지만, 애기봉에서, 강화도에서, 그리고 김포의 수안산에서 바라볼 때 그 분위기는 왠지 다르게 다가온다.
4. 경기둘레길이자 서해랑길인 이곳은 다른 코스보다 길안내가 제대로 되어있다. 중요한 갈림길에서 가야할 곳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둘레길이나 서해랑길의 안내에 실망하고 있어서인지 이 곳의 친절함이 새롭게 인식된다. 길안내를 표시한 사람의 세심함을 칭찬하고 싶다. 최근 오래 만에 만나는 드문 경험이다. 같은 일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5. 2시간 반 가량 걸려 코스의 종점인 수안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 다음 코스까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코스도 유사한 모양을 지닌 길이다. 공장이 있었고, 낮은 산이 연결되었다. 산을 계속 만나니 조금만 오르막 코스가 있어도 힘이 든다. 다행히 정상이 아닌 둘레길 형태로 이어져 부담을 갖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59코스의 종점인 가현산 입구가 아닌 큰 도로쪽으로 이동했다. 도로를 이동하다보니, 익숙한 장소가 보인다. 오랫동안 애용했지만 얼마전 폐업을 확인한 차량 정비소 ‘이수카’가 있는 곳이었다. 예상못한 장소를 다시 보게 되니 오래 전에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난 느낌이다. ‘이수카’가 사라진 장소를 물그런히 바라보다 돌아서 대명항으로 귀환한다. 절묘하게도 이곳에는 대명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6. 대명항 함상공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차가운 냉커피를 마시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다. 여름과 가을의 교차점이 느껴진다. 그렇게 한참동안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대명항’, 이 곳은 많은 길의 출발점이자 멋진 휴식 장소가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애용할 탑사 베이스 캠프로 활용할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다. 석양이 지는 서해가 아름답다.
첫댓글 도착점이 출발점으로! 길은 이어지고 끝이 없는 길에서 길찾기 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