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우리반 아이들은 3월에 비해 일취월장하였는데도 4교시, 5교시만 끝나면 정말 딱 어디서 한 시간만 자고 싶을 정도로 노곤한 시기다. 할 일이 쌓여 있는데도 진척은 없고 더디기만 한게, 그냥 딱 안하고 싶어지는 때가 되어버렸다.
아래 그림이 그 별도의 통지양식이다. 유현초에 있을 때 2013년 1학년 부장을 하면서 중간통지 양식으로 만들었던 것을 해마다 조금씩 수정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 6학년을 하면서는 6학년에 맞게 수정을 하였고, 학교의 공식 통지와 별도로 그냥 담임 재량으로 통지를 내 보내고 학부모 회신서를 받기도 했다.
1학년이지만 아이들의 의사는 분명하다. 그래서 개인별 체크리스트를 제일 먼저 받는다. 항목마다 하나씩 읽어가며 동그라미를 하게 한다. 그리고 반별로 통계를 낸다. 이유는 교사가 아이들의 경향과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또 부모도 우리 아이만의 응답이 아닌 전체적인 응답 속에서 우리 아이의 응답이 어떤지 확인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이런 응답을 한 아이는 통지표를 내보내기 전에 담임교사가 상담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대개는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다. 그런 상황을 부모에게도 알려주고 적절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아이의 1학년 1학기 학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기술한다.
여기에서 최소성취기준이 작동한다. 그 많은 성취기준 중 1학년 1학기 핵심성취기준에서 "부족함"이 있는 경우에는 꼭 기술을 해준다. 국어의 경우 문장 수준의 읽기가 가능한가(쓰기는 2학기로), 수학의 경우 한 자리수의 덧셈과 뺄셈이 어느 정도 숙달되었는가, 이 두 가지다. 그 외는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의 모습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그리고 교장감님의 결재를 받고 가정으로 보내고, 회신서를 받는다.
이 학교는 모든 학년이 교과별, 영역별 성취기준에 잘함/보통/노력요함(상/중/하) 통지만 해주던 학교였는데 새롭게 시도하는 이 방식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잘 모르겠다. 우리 1학년 선생님들은 "부족함"에 대해서 써주는 것에 대해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이 들어올까봐 모두 두려워하신다. 그래도 성취기준에 대한 잘/보/노보다는 나을 거 같다는 믿음으로 설득하며 가고 있다. 처음하는 도전에, 그것도 1학년만 하는 도전에 믿고 따라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반마다 통계가 나오면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빌려 읽는 아이인데, 책 읽기를 좋아하냐는 문항에 아닙니다라고 해요. 애들이 노래를 담은 시집이나 내 마음의 노래 엄청 잘 불러서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5명이나 안좋아한데요. 아이들 소근육 발달이 너무 더딘 것 같아서 가위로 오리고 풀칠하고 이런 활동 많이 했는데 그거 싫어하는 아이들도 꽤 있어요. 15번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에 부정 응답을 한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이고, 16번 나는 우리반 친구들이 좋습니다에 부정 응답은 상대에 대한 평가니까 신경을 좀 더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15번은 부정응답이 더 높고(자신에 대해 엄격), 16번은 긍정응답이 더 높다.
이렇게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생애 최초의 "학교" 경험이, 나에게는 무수한 1학년 경험 중 최근래이기에 가장 늙은 나이에 하는 1학년 담임경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