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과연 내가 나의 크리스마스를 희생해야 하나 였다. 다른 때 같으면, 집안에서 나갈 생각도 안하고 있었을텐데,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공휴일에 이것저것 준비해서 이천까지 간 것에 나는 몹시 불만족스러웠다. 도착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포장하고 같이 놀아줄 기구를 설치하다보니, 나의 이런 부정적인 시각은 순식간에 변하였다.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상을 뒤엎고 수많은 다문화가정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구 가족 놀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타난 것을 보며, 나는 이 분들이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열심히 그들과 즐길 수 있게 노력하였다.나를 비롯해 우리 그룹은 스위스의 Le Rosey에서 처음으로 전교생중에 10명 정도 밖에 안되는 한국인들이 모인 그룹이다. 학교 내에서는 친하게 지냈지만, 다같이 힘을 합쳐 한개의 활동을 하기에는 다소 손발이 안맞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다같이 좋은 뜻을 가지고 노력했다는 그 취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동력이 없는 활동은 그저 수박 겉핥기식의, 보여주기 위한 억지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우리 그룹은 왕다루마와 유령 권투라는 두가지 게임을 준비해갔다. 왕다루마는 조그마한 해머를 가지고 탑처럽 쌓인 원통들을 하나씩 쓰러뜨리지 않고 쳐내는 게임이고, 유령 권투는 조그마한 두개의 원단위에 두사람이 주먹이 달린 장대를 들고 서로를 밀어내는 게임이다. 축제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학교들이 준비한 부스들에 많이 가서 우리 부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른 팀들의 아기자기한 놀이들에 비해, 우리의 게임은 우선 덩치부터 컸기에 부담을 느낀 듯 보였다. 허나, 우리가 직접나서 사람들을 모으고 여러차례 시범으로 경기를 해보자, 조금씩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축제 후반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준비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나는 큰 희열을 느꼈다. 나의 조그마한 희생에 몇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위와 같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우리가 설치한 게임을 같이하고 즐겼다.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나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들과 같이 놀고 즐기게 되었다. 이 이상으로 봉사활동이 보람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불만이 있다면, 이 행사 진행이 많이 미숙했다는 점이다. 보미를 비롯해 많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식등을 진행하고 악기를 연주하는등 축제의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지만, 단체와 이천시의 축사등이 오히려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역효과를 냈다고 본다. 또한, 축제 막판에는 경품 추첨등을 통해 여러 가족들에게 많은 선물을 나눠주었지만, 축제라고 하기 보다는, 시장판에서 경품을 나눠주는 듯 하였다. 이같은 진행 오류등을 수정할 수 있다면, 다음번에는 더욱더 보람찬 축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