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
삶이 문득 따분해진 학자들이 중산층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섹스? 등산? 여행?
뜻밖에도 ‘기분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우선 순위였다고 한다.
공감한다. 두 번, 세 번 공감한다.
물론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기분 좋은 사람’부터가 쉽지 않다.
식사 파트너로서의 기분 좋은 상대가 되려면 그에 걸맞는 즐거운 화제가 필수적이다.
즐거운 대화야말로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유럽의 귀족들은 손님을 초대할 때 구성원에 적당한 화제를 연구한다고 한다.
초대자로써의 기본 예의이다.
상대방을 배려한 풍부한 화제야말로 식사를 즐겁게 하고,
서로의 교감을 넓히는데 양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식사는 곧 문화이다.
한 편으로 ‘맛있는 음식’은 인간의 본능과도 관계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후배 중에 선천성 장애를 지닌 아들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였는데,
서너 살이 되고부터 맛있는 음식을 익히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 뽀뽀를 하려고 엄마가 팔을 내밀자
아이는 방금 밥 말아먹은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 몸을 부르르 떨어 보이더라고 했다.
후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이야기를 나에게 전했는데
자신도 말 못하는 아이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 보였다.
설명이 필요 없는 쾌락이었다.
기쁨과 안타까움의 극치였다. .
반대도 있다. 99세의 외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곡기를 끊으셨다.
바위처럼 사흘을 꼬박 물 한 모금 안 드시더니 지푸라기처럼 사그라져 우리 곁을 떠나셨다.
소리 없이, 조용히 세상을 하직하셨다.
음식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것에게는 몸이 부르르 떨리는 기쁨을 선사하고,
삶이 지겨워진 중년에게는 즐거움과 환상을 제공하다가,
졸지에 노인에게는 그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심심한 학자들은 깜짝 놀라 부랴부랴 설문지를 돌리고,
사태를 분석하느라 수선을 떨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 하고.
첫댓글 맞아요. 좋은 사람들과 먹을 때는 뭣이든 맛있지요.
저는 제가 한 음식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옳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