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8주일 강론 : 혼인잔치의 비유(마태 22,1-14) >(10.15.일)
1. 모든 사람에게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 소중한 삶을 저처럼 성직자나 수도자로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평생 함께 지낼 동반자를 찾고 정하기가 힘듭니다. 일찍 만나기도 하지만, 아주 늦게 만나기도 하고, 평생 못 만나고 혼자 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결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옛날 부부 중에는, 결혼 전에 얼굴 한 번도 못 보고 집안 어른들이 결정해서 결혼식 때 처음 만난 부부도 있습니다. 물론 한눈에 반해 결혼한 부부, 연애나 중매를 통해 결혼한 부부도 있습니다. 어떻게 결혼하든 서로 일치하며 행복과 사랑을 키워나가야 하고, 자녀들을 하느님 선물로 생각하면서 온 정성과 사랑을 다해 키우면 좋겠습니다.
2. 서양속담 중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은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로 나가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한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것은 모험적인 일이고, 전쟁터에 나서는 일은 더 위험하고, 결혼은 그보다 몇 배나 더 모험적인 일이라는 뜻입니다. 요즘처럼 물질주의사고가 팽배한 시대에는 결혼생활을 원만히 해나가는 게 정말 큰 모험 같습니다.
저는 2010년에 7개월 남짓, 1대리구 가정 여성 담당신부로 기혼자들 및 미혼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맡았었는데, 혼인강좌도 몇 번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강자들을 살펴보니까, 초혼, 재혼, 국제결혼 등 다양한 부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상황이 어떻든, 혼인생활 잘 해 나가길 빌면서, 강의와 혼인축복미사를 해줬습니다.
3. 사랑하는 사람과 최후 순간까지 동반하면 좋겠지만, 한 쪽 배우자가 사고나 병으로 먼저 죽기도 있고, 이혼으로 남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부간에 신의와 사랑을 잘 지켜나가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몇십 년 함께 한 부부라면, 짝 잃고 혼자 남게 될 때를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유능한 남편이 아내에게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만 시키고, 세상 물정 모르게 하고 죽으면 아내는 황당해하며 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잘 나가던 의사 남편을 둔 자매가 있었는데, 남편이 60대에 죽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없고 아이들도 잘 자랐지만, 온실 속 화초처럼, 평지풍파 없이 살아온 그 자매는 허탈감에 빠져 의욕을 잃고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벌어둔 돈 없고 애들도 미성년자였다면 애들 공부시켜야 하고, 먹고 살길 찾으려고 우울증에 걸릴 틈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볼 때, 적어도 50세 때부터는 어느 한 쪽이 먼저 죽거나, 외짝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뒤처리하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70대 형제님은 집안일을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아내가 큰 수술을 두 번 한 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라면도 끓여 먹고 혼자 밥을 차려 먹습니다. 밥물을 잘 못 맞춰 밥이 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식사를 직접 준비할 수 있습니다. 미리 해둔 반찬을 꺼내 데워 먹고, 계란찜 등 간단한 반찬은 손수 하십니다.
그렇게 될 수 있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훈련시켜 미안하긴 했지만 참 잘했습니다. 옷도 분류해서 장에 넣고 직접 찾아 입게 했습니다. 예금통장, 보험증권, 패물, 금붙이, 부동산 문서 등을 할머니 혼자 관리하다가 남편에게 말하고, 은행에 가서 담당자를 소개하고, 금고 여는 방법도 실습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배우자가 죽으면, 돈 갚으라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돈 받아야 하는데도 손해를 봅니다. 남자 혼자 남으면 건강과 집 관리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여자 혼자 남으면 우울증에 걸립니다.
어떤 자매는 3-5년간 한 번도 안 쓴 물건을 정리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재활용할 것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에 보냈습니다. 사진마다 추억이 있고, 젊은 시절 얼굴에 애착이 갔지만 과감히 없앴습니다. 집 평수도 ⅓로 줄이고, 가구와 집기도 줄였습니다. 이처럼 배우자 중에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4. 오늘 복음은 ‘혼인잔치의 비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모든 잔치가 다 기쁘겠지만 혼인잔치는 몇 배 더 기쁜 잔치입니다. 잔치 날이 정해지면 가족, 친구들뿐만 아니라 평소에 잘 지내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손님들은 잔치에 맞는 옷을 입고, 축의금을 들고 혼인잔치에 참여합니다. 혼인잔치에 가지 못할 상황이 생기면 축의금이라도 보냅니다. (cf) 9/9(토) small wedding 참석
오늘 복음에는 왕자의 혼인잔치를 준비하고 손님들을 초대한 왕이 등장하는데, 초대받은 손님들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왕이 종들을 다시 보냈지만 마찬가지였고, 초대받은 자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습니다. 왕은 군대를 보내 그들과 그들의 마을을 없앴습니다.(마태 22,7) 하지만 왕은 백성을 사랑했기 때문에 혼인잔치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누구든지 잔치에 초대했고, 갑작스레 초대받은 이들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천국에 초대하시지만, 초대받아도 천국에 갈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늘 깨어 준비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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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유머 : 금혼식을 한 할머니에게 기자가 인터뷰!
☞ 할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가 “할머니, 오늘 기쁘시죠?”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다시 태어나도 할아버지와 결혼하실 거예요?”라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물으니, “무슨 소리? 내가 50년간 저 영감한테 맞출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딴 영감한테 어떻게 또 맞추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