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心> : “그의 뼈가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사는데
임은 찢기고 벗은 몸으로 매달려 계신다.
모두 보여주지 않고 감추고 오는데
임은 드러내 보이시며 매 맞으신다.
모두 화장인지 분장인지 꾸미고 가는데
임은 그냥 맨 얼굴로 미소만 지으신다.
남들은 그런 임을 바보라며 손가락질이 모자라는지
모두는 임의 마음에 거침없이 비수를 찌르는데
소나기 퍼붓듯이 천만 만만의 화살이 내리꽂혀도
임은 마른땅처럼 기뻐라 피한방울 흘리지 않으니
임의 마음 가뭄으로 숨 쉬는 갈증이려나
임의 마음 사랑으로 넘치는 홍수이신가
참과 거짓으로 꿈틀대는 진리의 숨결처럼 뜨거운 냉정과
차디찬 열정의 부딪힘으로 날개 얻은 바람이 분다.
바람은 물감 없이 색깔로 온다.
바람이 색이 있다면 하늘색일지니
꽁지 빠진 바람이 분다.
바람은 눈물이 마르도록 운다.
바람이 슬픔이 있다면 먹구름
시든 꽃 풍경처럼 대롱거리다 지쳐 말라가리니
바람이라면 천 길 낭떠러지도 오르겠지
바람이 장애물마다 돌아온다면
안개는 태양에 걷혀도 희미하게 딴지 걸지니
바람은 바람인데 불지 않는 바람
임께서 뜯어말리시는 이기적 염원들
세상적 필요를 채우고픈 바람.
바라고 바라는 바람에
초라하게 바수어진 내 영혼의 파편
사랑의 뭇매에 멍든 임의 심장 비추니
이런저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예수님!
임의 애타는 심정
심장 맥박처럼 바람이 분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도 꺾이지 않으니
임은 뼈 하나도 부러지지 않으셨다.
아멘.
<요한>: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내이름은 이 준 범
준걸 준(俊), 법 범(範),
정상에 올라 많은 이를 거느려라
더하여 영웅이 되어 아래를 굽어보라
한 획, 한 글자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자식사랑.
멋진 이름만큼
아들 하나 잘되길 바라시는 마음 감사해
열성모아 새겨놓은 바람
작명가의 심혈 깃든 지음이라 뿌듯해.
그의 이름은 '요한'.
하느님께서 불쌍히 여기신다
더욱이 하느님께서 좋아하신다.
한 빛, 한 마음
즈카르야 귓가에 고즈넉이 들려오는 주님 사랑
가브리엘 천사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
행복에 겨워 믿기지 않아 말 못해.
내 호칭은 일 오 칠 하나
빼앗긴 들판에서 독립을 외친 시인 이육사처럼
호로 쓰일 수 없는 일 오 칠 하나
일요일에 페인트 칠 하냐고
아니, 죄수번호 천오백칠십일
묶인 건 손발뿐이 아니라서
인적 끊긴 나루터 부평초 떠돌 듯
까막 고무신 질질 끌고선 갈수 없는 먼 땅
세월로 굴려야 겨우 도착할 거리에 눈멀어
추첨 지난 복권으로 번호를 수확하는 멍청이.
그의 호칭은 성인 세례자 요한
숨죽은 광야에서 하느님 나라를 외친 주님의 사자
고양이 과의 맹수, 사자, 아니 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
사자 없는 산에 토끼가 왕노릇하지만
주님을 앞서가 걸으며
맨발로 가시밭길 걸어오실 주님의 길
밑창 닳고 끈 끊어진 신발로도
어디든 갈수 있는
언제든 뛸 수 있는 큰 사람 큰 사자
내가 순명한 이름
주님께서 지어주신
하늘 대천사 라파엘!
주님께서 치료하실 때 쓰인 이름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행복을 도살하는 한시름에 깔려
번번이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포스터
기적의 환타지 부싯돌처럼 번쩍이면
꺼진 불씨로 환상을 태우는 황홀한 햇살이고 싶다.
돌아보면
도예 공 자존심 심사에 맞아 깨진 도자기처럼
운명이 빚은 질그릇
불가마 나오는 족족 박살나고 부서졌지만
얼굴 붉힐 짬도 없이
새 옷에 헌 이름표 달고 살았다.
‘안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엘리사벳의 단호함으로 처음불린 이름
즈카르야 입을 푼 성령의 손길
앞서와 큰 이름으로 불릴 만도 한데
무작정 열광할 메시아에 대한 기대로
백성들이 정작 주님은 못 뵐까봐
주님의 신발 끈조차 풀어드리지 못하는 세례자 요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에
누구보다 작은 이름
만백성 하나같이 회개하고 복음을 믿을 때
광야의 흙먼지 꽃향기로 목욕하고
죽음의 그림자 영생 빛에 걷혀서
낮춘 이름 드높아 질세라
“그의 이름은 요한이어라.”
아멘.
첫댓글 주님께서는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계신다. (시편 34,1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