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임보다 더! 더! 더! 기다려지는
도서관 밥모심
1.
저는 밥을 참 사랑합니다. 먹는 것은 참 즐겁고 고마운 일이고,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삶의 기쁨이죠. 오늘은 책모임에서 함께한 밥모심을 나눠볼께요.
책모임 전날 무지개가 문자를 보내줬어요. “사랑어린 그대들이여~ 낼 도서관모임 올 때 반찬 한가지씩 가져오세요.^^” 음, 우리 도서관에서 밥을 해먹구나… 반찬은 뭘 가져갈까? 얼마만큼 가져가면 남기지 않고 모두와 나눠먹을 수 있을까?…
작년 백장미 모임 때 밥모심 하던 즐겁고 따뜻했던 추억도 생각났어요. 아침에 혜민이와 소리샘을 기다리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왠지 평소 보다 좀 더 설레였어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보리밥은 몸이 많이 아파서 함께 자리를 못하고 두더지, 소리샘, 푸른솔, 무지개, 혜민이와 함께 <영성수련의 기본>을 읽고 물질과 생각에 집착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2시!! 사랑하는 관옥나무도서관을 생각하며 마음을 모으고 너무~ 사랑하는 점심 밥모심을 시작했습니다. 함박꽃이 곤드레 나물밥을 양푼에 비비고, 무지개가 맛있는 잡채, 푸른솔이 묵은지 김치찌개, 소리샘이 8시간 조린 연근조림을 상 위에 올렸습니다.(그 밖에 반찬도 있지만 대표음식만 짧게 올립니다.^^) 많이 앓고 있는 보리밥을 깨워 맛있는 밥을 먹이려 했으나 너무 곤히 쉬고 있어서 다음 모임을 기약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제니스와 그 어머님도 점심 약속이 있으셔서 아쉽지만 짧게 인사만 나눴는데, 일찍 밥 모임을 끝내고 혜민이를 보려고 온 아몽이 우리의 밥상을 보고 깜짝 놀라며 점심을 두번 먹었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가을 볕을 쬐며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정성어린 음식도 먹으니 그 순간 온전히 행복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늘 도서관에 가면 밝게 웃어주고 커피도 타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던 보리밥이 없으니 너무 허전하고 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보리밥의 소중함을 새삼 또 알았지요. 보리밥 이제 아프지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따뜻한 책 모임에서 밥 드시고 힘내세요.
이 글을 읽는 사랑어린 그대!! 매주 화요일 12시 관옥나무도서관에 따뜻한 밥 드시러 오세요.
2.
<영성수련의 기본>을 함께 7장까지 읽으며 제일 많이 이야기하고 기억에 남는 단어가 집착이다. 그래서 오늘은 욕망과 집착의 사전적 뜻을 찾아봤다. 책에선 우리들이 집착과 욕망을 혼동함으로 많은 고통을 격고 있다고 한다. 욕망은 생명의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요소지만 집착은 없어도 되는 고통의 근원이며 집착을 버릴 때 우리는 더욱 의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욕망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히 바람
집착 - 어떤 일이나 사물에 마음을 쏟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림
오늘 이야기는 집착을 버리고 더 높은 동기들(眞 참 진, 善 착할 선, 美 아름다울 미)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우리에게 안내해주고 있다. 나의 마음 속 많은 고민과 걱정, 두려움 속에서 집착하고 있는 일이나 사물을 스스로 알아차린다면 나의 마음과 생활은 훨씬 고요하고 밝고 알찰 것이다. 높은 동기를 추구하는 삶이 깨어있는 위대한 성인과 현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진실을 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글이 가슴을 떨리게 한다. 그럼 나도 우리들도…
- 공자는 열다섯 나이에, 자기 생을 배우는 데 두겠다고 결심한다.
- 나이 서른에, 그 결심이 확고해져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
- 마흔 살에, 경쟁적 갈망으로 말미암은 의혹과 갈등을 떨쳐버린다.
- 쉰 살에,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맑고 고요해진다.
- 예순 살에, 높은 동기를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쟁적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 드디어 일흔 살에, 머리와 가슴이 완전하게 변화되어 오직 선만을 욕망하게 되고 그 욕망을 망설임 없이 좇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집착을 버리고 성숙된 동기로 전환하는 것이 결코 자기 희생이 아니며 우리가 더욱 성숙된 높은 동기들을 추구할 때 명예나 재물을 탐하는 어른의 욕망도 시들해지고 흥미를 잃게 된다고 한다.
3.
<영성수련의 기본>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과 연습을 조금씩 해보고 다음 모임 때 자신의 경험을 나눠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연습이 있을까?
선민이를 가졌을 때 비구니 스님들이 하시는 요가원을 잠시 다닌 적이 있다. 그 때 간단한 동작들을 배우며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스님 말씀이 “잘 할 필요 없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시고 천천히 호흡하세요.”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편안하던지… 천천히 호흡하며 아무런 생각이 없는 순간들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래서,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잘 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그냥 그냥 해봤다.^^ 매일 한 것도 아니고 딱 한번 해봤다.
먼저, 심호흡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준비되었으면, 얼마쯤 세월이 흐른 뒤에, 지금으로부터 몇 년쯤 뒤에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 본다. 특별한 모습을 생각해 내려고 일부러 애쓸 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떤 모습이 떠오르도록 내버려둔다. 꽤 분명한 모습이 그려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막연한 느낌만 전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가장 있고 싶은 장소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당신 모습을 상상하라. 바라던 소원을 이루고,
배우고 싶던 것을 배우고, 남들에게 보람 있는 일을 해주고, 어그러진 인간 관계를 바로잡고,
새로운 인간 관계를 이루는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미래 자기 모습 상상하기(본문 86쪽)>
혜민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거실에 편안하게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목과 어깨, 팔과 손 등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몇 년쯤 뒤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머리로 구체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그냥 호흡하면서 멍~한 상태로 떠오르는 그림을 기다렸다. 조용히 쉼호흡을 하며.
‘아이들과 따뜻한 보금자리’란 단어들이 떠올랐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나 스스로는 조금 놀랐다. 몇 년쯤 뒤엔 직장에 복직해서 바쁜 생활을 할 수도 있고, 다시 기회가 오길 기다렸던 여러 배움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이런 단어가 떠오르다니! 그래, 그래,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며, 내가 한 일들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며, 아이들을 통해 값진 배움과 교훈을 배울 것이며,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내가 한 가장 좋을 일일 것이다.
미래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나는 지금 당장!! 나에게 배움을 주는 친구들을 만나러 관옥나무도서관에 간다. 관옥나무도서관이 지금 내 옆에 있어 참 감사하다.
[동그라미, 2014년 1월호 '풍경소리'에서]
첫댓글 동그라미를 만나서 이 글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 10년이 지난 지금 어디쯤 가고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