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4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4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심산백로명深山伯勞鳴 깊은 산에 때까치 앉아 우는데
대맥동추경大麥動秋耕 보리농사 가을갈이 시작되었네((大麥↔火麥)
매파풍상조每怕風霜早 언제나 풍상風霜이 이를까 걱정하고
잉우매한병仍憂霾旱并 이어서 흙비와 가뭄 겹칠까 근심하네.
수등연수로瘦藤緣樹老 마른 등덩굴은 나무에 감겨 늙었고
세초복장생細草覆墻生 가는 풀 담을 덮어 돋아났구나.
권객한소일倦客閑消日 게으른 나그네 한가히 소일하며
부려만경행扶藜晚逕行 질려 장을 짚고서 석양 길을 걷네.
깊은 산에서는 때까치가 울어대고
화전 보리밭에는 가을갈이가 시작됐네.
바람서리 일찍 닥칠까 늘 두렵고
황사비와 가뭄이 함께 닥칠까 근심한다네.
등나무가 말라가니 푸른 나무도 시들고
족두리풀이 허물어진 담장에서 자라네.
게으른 나그네는 한가롭게 시간만 때우려고
명아주 지팡이 짚고 저녁마실 나선다오.
►백로伯勞 때까치. 까치보다 좀 작은 여름새
►화맥火麥 화전火田 보리농사
►매파每怕 항상 두려움
►잉우仍憂 ~때문에 근심함
►‘흙비 매霾’ 황사黃砂 묻은 빗방울. 흙비
►세초細草 세신細辛. 족두리 풀.
►복장覆墻 허물어진 담장
즉경卽景 눈 앞의 광경
깊은 산에는 때까치 울고
보리밭에는 가을 농사 시작이라.
바람서리 일찍 올까 두렵고
흙비와 가뭄이 겹칠까 걱정이어라.
마른 등나무에 푸른 나무 늙고
가는 풀은 담장을 덮어 자라난다.
권태로운 손은 한가하게 지나며
명아주 지팡이 짚고 저녁 길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