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창훈 라파엘 형제님 안녕하십니까?
저는자매님과 함께 같은 신앙으로 한 공동체 안에 몸담고 있으면서 본당 선교 부분에 봉사를 맡고 있는 손병구(요셉)입니다.
형제님, 얼굴은 잘 모르지만 왠지 낯설지 않고 반가우며 오랫동안 잘 지내온 친형제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같은 주님이시고 같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서 맺어준 예수님의 사랑 받는 귀한 자녀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형제님께 애착이 가고 또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자신도 별로 특별히 잘난 구석이 없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그러나 제가 이렇게 마음먹고 글을 쓰는 것도 다 우리 주님의 도우심이라고 아버지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일이기에 용기를 내어 형제님의 마음을 노크해 봅니다.
형제님, 저는 처음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동기가 우리 둘째 아들 라우렌시오 때문에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신앙을 받아들이기 전에 처음에는 아들의 장애를 못 받아 들여서 크게 좌절과 실망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형제님 가정에는 모두 건강하시죠?
사실 모르고 못 느끼고 살아서 그렇지 건강하다는 것은 주님의 커다란 축복이고 은총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들은 건강을 잃기 전에는 그것의 소중함을 못 느끼고 삽니다. 지금부터 현제님께 자녀의 장애로 인하여 제가 주님께로부터 받은 놀라운 사랑, 축복, 감사한 마음을 형제님 가정에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조금이나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열정이 잠시 식어 있는 형제님의 마음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부싯돌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형제님의 가정이 좀 전처럼 하느님의 축복받는 성가정으로 거듭 태어났으면 합니다.
저는 처음 대하는 우리 형제님께 부끄럼 없이 제 마음에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형제님도 우리 주님 앞에서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주십시오. 새롭게 태어나시는 형제님을 우리 아버지께서 참으로 받갑게 맞아주실 것입니다. 예쁜 옷과 신발도 금가락지도 준비하시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랑하시니까요.
처음 저희 부부는 친척의 도움으로 부부의 연을 맺어, 첫째(딸) 마리아를 낳았고, 둘째(아들) 라우렌시오를 낳고부터 마음의 갈등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우리 라우렌시오는 처음 출산했을 때는 병원에서도 아무런 증상을 못 느끼고 건강한 아이로 퇴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보통 건강한 아이들 하고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낀 건 세 살 되던 해부터였습니다. 걸음마를 배우고부터 뜀박질을 잘 하지 못하고, 쉽게 잘 넘어지고 하였습니다. 원인을 몰랐던 저희 부부는 이러저리 백방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습니다. 그러나 쉽게 원인을 밝혀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톨릭병원에서 진행성 근이영양증(근육병)이라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병명을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치료약이 없다는 것과 점차적으로 근육의 힘이 약해져서 장차 걷지 못하게 된다는것과 무엇보다도 저희 부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수명이 20세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아무런 신앙도 갖지 않았던 저희 부부 입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오!하느님, 우리 진곤이(라우렌시오)를 살려주십시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배우지도 않았던 기도의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를 쳐다볼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왜 하필 우리 부부에게 이런 불행이라니, 하느님에 대한 반항심도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나, 거래처 손님을 만나도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라우렌시오 생각뿐이었습니다.
운전 중에도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어느새 저절로 불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하느님,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하면서 말입니다. 집에서는 자매(로사)도 슬픔과 눈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들 걱정으로 집안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기 이를 때 없이 적막했습니다. 한해 두 해 가면서 그 무서운 병은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의사의 말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행여 오진이려니 했던 기도대 사라졌습니다
걸음을 잘 걷던 아이가 서 있기조차 힘들어지더니 마침내는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 방 저 방을 온 힘을 팔목에만 의지한 채 기어다니는 아이를 볼 때 저희 부부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아픔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덧 아들로 인하여 가정에 웃음은 사라지고 부부사이에도 서로 눈치를 보며 좋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던 때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부부에게 대부모님의 하느님 말씀에 대한 설득은 저희 부부를 크게 감동시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의지하기로 결정하고 저희 부부는 나란히 대부모님의 손을 잡고 천주교회로 인도되었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교리교육도 받았습니다.
1997년이었습니다. 시간을 거듭하면서 하느님의 참 사랑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 하느님께서도 저희 부부를 지극히 사랑하고 안타까워하고 계심을 알았을 때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암울했던 가정이 밝아지면서 웃음이 점점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병의 원인이 상대방의 잘못에 있다고 생각하며 굳을 대로 굳어버렸던 미움의 감정이 겨우내 눈 녹듯이 녹아내리고 '하느님 저는 죄인의 몸입니다. 모든 잘못과 원인은 저에게 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자매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하며 모든 잘못을 본인 탓으로 서로 돌리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차 나 자신보다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치유해 주는 법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의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을 바꾸고 나니, 마음 또한 평화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라우렌시오가 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앞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이처럼 아프다면 이 아픈 자녀를 묵묵히 지켜보아야 하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더 애통해 하시고 마음 아파하신다고 생각하니 우리 부부는 지금의 현실이 조금도 두렵거나 외롭지 않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저희 부부와 모든 어려움과 고통도 다 함께 해주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원망만 했던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불행이...'라는 생각도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죄 없으신 우리 주 하느님 아버지께서 십자기에 못 박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심으로 인하여 하느님과의 막혀있던 장막은 걷혀지고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저희 부부를 극진히 사랑하셔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저희 부부에게 우리 라우렌시오를 보내주셨고 저희 부부의 영혼도 마침내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더욱 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라우렌시오를 저희 부부에게 보내주시지 않았더라면 하느님의 참 사랑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영혼조차도 구원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주님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저 아무렇게나 세상의 온갖 유혹과 쾌락에 사로잡혀 적당히 살다가 영혼을 구원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늘 이렇게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하느님을 알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를 알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희 부부에게 라우렌시오를 보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라우렌시오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를 알 수 있었고 아버지의 참 사랑을 깨닫고 느낄 수 있었던 복도 함께 더불어 주신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우리 라우렌시오를 거둘 수 있고 등에 업을 수 있는 건강과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불구의 몸이었다면 우리 라우렌시오의 불편한 다리를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나마 열렬한 마음이 식어서 망설이고 계시는 형제님, 제가 체험한 신앙의 힘은 이처럼 놀랍습니다. 어떠한 생각과 사고로 마음을 바꾸느냐에 따라서 모든 삶 자체도 바뀌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앞날도 바뀌어진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많은 고심 끝에 이 글을 적습니다
자기의 약점을 쉽게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용기 내어 형제님께 이 글을 적을 수 있었던 동기는 멀리서 아니, 좀 더 가까운 내 마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셉아, 무엇이 창피하고 두려우냐. 드러낼 것이 있으면 드러내고, 네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그렇습니다. 저희 부부는 라우렌시오를 통하여 많은 은총과 사랑을 선물 받았습니다. 형제님 가정도 늘 주님 은총과 함께 사랑이 충만한 성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성당에 등나무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많은 교우 형제자매들이 커피를 마시고 차를 나누면서 서로 어렵고 힘든 점을 이야기하며 친교를 이루는 장소입니다.
우리 형제님과 두 손 꼭 잡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정식으로 인사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사랑이시고 자비로우신 분이기 때문에 지난 잘못을 용서 청하시면 더 이상 묻지 않으시고 다 받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 거듭 새롭게 태어나실 것을 기대하며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 그리고 선교 책자도 함께 동봉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또, 특별히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듣고 있는 성가 테이프도 선물로 드립니다. 음악이 참 좋습니다. 5번에 <하느님 당신 아들이 이렇나이다>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
형제님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