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살이 되니
여건도 그렇지만 스스로 안이함인지 다 그렇게 되는 건지
그저 아이를 옆에서 바라다만 보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인스탄트, 우유, 밀가루, 라면 등은 절대로 안된다고 하던 것도
이제는 제 원하면 그저 구워줍니다.
절대 안된다던 라면도 이제는 산에 데려가는 유인제로 쓰지요.
한편으로는 이제는 큰 발전은 없고
아이가 나이를 먹을 수록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에
안이함이 생기지만
한편으로 아이의 장애를 내 인생에 포함된 하나의 장애로 보고
몸에 생긴 큰 반점처럼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멀리 다니던 조기교실도 이제 그만두려고 하고
학교에 충실하고
놀이하는 곳에 한번씩 데려가고
시간 봐서 수영이나 시킬까 생각중입니다.
물이라면 사족을 못써 막 뛰어들어가거든요.
예전에 이 카페에서 틈틈이 익혔던 지인님들께서도
아이들 잘들 데리고 계시죠?
그러고 보니 저와 비슷하게
뜸해진 분들도 많네요.
한겨울에 눈길에 차를 몰아
경주에서 포항까지 매일 아이 교육시키러 가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어떻게 보면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다 싶기도 하고
또 부족했다 싶기도 하고......
몰랐던 세계에 대해 많이도 알았습니다.
포항에서 아버지들 모아 [장사모]도 만들어 열심히 활동했고
또 그 모임이 경북장애인부모회와 경북교육권연대 결성에 모태 내지는 큰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그 외에도 많이도 뛰어다녔지요.
아이 데리고 안 가본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둘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변 정리는 거의 다 가능한데
아직 대변 정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주절주절해 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제 글에 반가워해 주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참 많은 분들을 알았거든요.
직접 본 분은 이경아님, 늘푸른님 밖에 없지만.....
출처: 발달장애(자폐) 정보나눔터 원문보기 글쓴이: 원중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