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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진정한 실력자 김성태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역시 그는 바쁜 사람인 모양이다.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았다. 30분 후에야 그로부터 전화가 도로 걸려왔다. “여보세요? 박홍자 선생님. 전화 하셨네요. 못받아서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역시 그는 예의가 바르다. “예~ 김성규 선생님. 여전히 바쁘시네요. 오늘 제가 좀 찾아뵈어도 좋을까요?” “예, 그렇게 하셔요. 마침 오늘 점심식사 시간이면 괜찮은데, 근데 무슨 긴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 예. 고맙습니다. 우리 대구볼펜문학회 관련 일이구요. 이주석 선생님과 함께 찾아갈게요” “이주석 선생님이 누구시죠?” “아, 이주석 선생님. 사업하시는 분이신데, 지난 일요일 소재발굴 답사모임에서 만나셨던 분이지요. 말씀이 좀 많으시던..” “그래요? 그럼 박홍자 선생님 좋을대로 하십시오. 환영하겠습니다. 그런데 두 분을 어디로 모실까요?” “예, 김성규 선생님 댁 근처 <한 농부의 밥상>이라는 한식당이 있죠? 그곳이 깨끗하고 맛있던 것 같은데요?” “아, 그 식당도 아세요? 그럼 한 시간 뒤 그 식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저희는 둘이 함께 찾아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김성규는 지역 최고의 명문고등학교와 명문대학 출신으로서 1990년대 초 모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평소 말수가 적고 자기를 내세우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시도 쓰고 수필도 쓰지만, 그것보다는 미8군 번역관과 대기업의 해외주재원 출신으로서 상당히 실력있는 번역전문가로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얼마 전에는 영어뮤지컬 <황태자의 첫사랑>도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김성규는 이미 1980년 초 즉, 약관 25살 때 당시 최고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책 시리즈를 번역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1971년 하버드 로 스쿨 교수 존 제이 오스본 주니어가 저술한 책인데, 1권과 2권이 있다.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작품이었다. 특히 제1권 <Paper Chaser> 라는 원제의 소설을 1973년 영화로 각색한 영화감독 제임스 브릿지스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색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남녀주연배우는 티모시 보톰즈 그리고 린지 와그너였다. 린지 와그너. <더 바이오닉 우먼> 그리고 <육백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린지 와그너 말이다. 그 연기 잘하고 177센치의 키 큰 글래머는 1977년 에미상까지 받은 명배우였지. 그러나 킹스필드 역을 맡은 존 하우스만이 아카데미 조연남우상을 수상하여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책은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존 하우스만은 TV 드라마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제2권의 원제는 <The Associates> 였는데, 이들 책을 김성규가 주로 번역하였다고 한다. “페이퍼 체이서”는 책과 논문만 파고드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어소시에이츠”는 로 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초급변호사들을 일컫는다. 김성규는 또 전미도서문학상 수상 작가 릴리안 헬만의 1973년 발간 회상록인 “Pentimento”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더 번역하였다. “펜티멘토” 책의 한 챕터인 “줄리아”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제이슨 로바즈,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남녀 조연배우상과 최고 시나리오 상 등 아카데미 상을 3개나 받았다. 헨리 폰다의 딸인 제인 폰다는 주연여배우상 후보로 만족해야 했던 영화이다. 그런데 김성규는 번역서 뿐만 아니라 자기 개인 작품을 한글 또는 영어로 출간하기도 하였다. 특히 김성규는 지역문단의 동료들을 위하여는 번역료를 전혀 받지 않고 무료봉사해 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동료끼리는 보수를 받는 법이 아니라고 한사코 번역료를 사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수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물론 무료번역의 은혜를 입고도 그의 등에 칼을 꽂는 배신자들도 있다. 한편 김성규는 음악,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아는 것이 많다. 그래서 일간지에 김성규 개인 이름으로 된 칼럼 란을 두고서 다년간 영화평론, 음악평론을 게재하였다. 또한 여러 권의 문화 관련 책까지 발간하여 명실상부한 문화평론가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주석 사장은 사업가로서 꽤 성공하였다. 주로 숙박업에 전문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문학에 발을 디뎠고, 학력이나 다른 경력에서는 특별히 내세우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문학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문화적인 신분상승을 꾀하는 사람인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시집도 한 권 내었다. 그는 말하자면 돈은 좀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필요하고 내가 꼭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지역 문학계에 발이 넓은 과부 작가 박홍자와 돈 많고 문단에 기웃거리고 싶어하는 이주석과는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할 가치가 있다. 좋은 말로는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규는 어떠한가? 그는 번역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주변에는 항상 번역거리가 넘쳐있다. 그가 너무 바빠서 번역하지 못할 경우 그 번역대상들은 나에게 넘어올 수 있다. 그럼 나는 유료로 번역하는 것이다. 나는 초급대학 아동보육과를 졸업하였다. 그래서 사실은 영어의 영 자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이 무식하고 나이만 먹은 아줌마에게 번역수입이라는 아르바이트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참 웃기는 이야기이다. 문인이랍시고 아는 척 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은 영어 하나 제대로 구사 못하다니. 요즘은 중학생들도 영어를 잘 하는데. 사실상 무식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식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나 통할 수 있는 사기행각이 바로 이 번역 사기이다. 그런데 이 사기 행각으로 들어오는 푼돈이 제법 쏠쏠하다. 착하고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김성규는 나에게 번역거리를 많이 넘겨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더욱 수입이 많게 된다. 나로서는 꿩먹고 알먹기인 셈이다. 현재 우리 문학단체 대구볼펜문학회가 발행하는 연간지 <대구볼펜문학>은 전체 원고 중 4분의 1 정도만 번역이 되어 있다. 김성규는 이래서는 안된다 책 전부를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다. 우리 대구볼펜문학회의 정관에 의하면 그 목적에서 제1번이 번역, 제2번이 국제교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회장과 임원들은 이를 거의 지키지 않았다. 한심한 사람들이다. 단체의 정관에도 제 1 순위로 명기된 번역업무를 잘 하지 않는 그 주된 이유는 그동안 이 단체의 회장과 임원 자신들의 외국어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번역은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고 오직 문학단체 임원이라는 자리에 대한 욕심 그리고 시청에서 내려주는 보조금을 챙기는 일 등에만 관심이 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일부밖에 번역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김성규 같은 이가 우리 대구볼펜문학회라는 단체의 회장이나 된다면 당연히 책의 전부를 번역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나에게도 일거리가 많이 떨어져서 결국은 이 박홍자의 생활비 벌이에도 도움되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나의 영어실력이 형편없음을 주변의 문인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언니 박대자의 이름을 팔았다. 우리 언니는 미8군 식당의 웨이트리스였다. 그러나 나는 이를 숨기고 언니가 미8군 번역관이라고 했다. 그래서 번역거리가 넘어오면 나는 언니 대신 나 자신이 이를 컴퓨터로 기계번역을 하였다. 그리곤 미8군 번역관 박대자의 번역이라고 속인 뒤 번역료를 챙겨먹은 것이다. 사실 기계번역이란 오류투성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게으르고 무식한? 우리 단체의 문인들은 모두들 깜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실제로 그들은 남의 번역이 잘 되었는지 못 되었는지 알아낼 실력이 없다. 나아가 자기 작품이 꼬부랑 서양글로 바뀌어져만 있으면 알량한 자부심을 느끼며 만족하는 것이다. 굳이 그 번역이 잘 되었는가 못되었는가를 따져보는 짓은 그들에겐 귀찮기만 한 일이었다. 그런데 박대자의 이름이 너무 오래 팔리었다. 그래서 번역인 박대자가 누구인가 즉, 번역자의 정체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차츰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참신한 새 인물로 정미자 즉, 나의 딸 이름을 팔아서 번역인으로 내세웠다. 물론 나의 딸래미 역시 영어에는 꽝이다. 정미자는 미술을 전공하였고, 겨우 초등학생 미술과외를 할 당시에 영어과외까지 덤으로 해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딸을 영어 박사라고 속이고 어수룩한 노인들로부터 계속하여 번역료를 챙겨먹었다. 그들은 도대체 번역자의 이력이 어떤가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작가들이 나에게 주는 번역료는 얼마던가? 적어도 운문 한 편에 5만원, 산문 한 편에 10만원씩 주었고 나는 날름날름 이를 받아먹었다. 주로 재산은 많지만 나이가 들고 성격이 비사교젹이라서 친구가 별로 없는 노년의 문인들이 나의 밥이었다. 특히 올해 90세가 넘은 이순자 할머니는 나의 영원한 호구였다. 죽은 남편의 유산만도 넘치는데, 의사 아들을 둘이나 둔 이 할머니의 용돈은 무궁무진했다. 다만 나이가 들어 운신이 불편하니 남들과 잘 어울리기가 어려웠고, 다른 사람들 역시 잘 상대해 주지를 않는다. 게다가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서 더욱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순자 할머니는 남들이 잘 상대해 주지 않는 자기를 이 박홍자가 닥아가서 알랑방구를 뀌어주며 자기가 못하는 번역 업무 그리고 궂은 일을 좀 대행해주면 지갑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드디어 점심시간. 시간에 맞추어 식당에 가니 김성규가 미리 나와 있었고 우리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는 이 식당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를 주문하였다. 가격이 다소 높았지만 우리는 결국 김성규가 손님들을 접대해 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식사가 끝난 뒤 식사비는 김성규가 지불하였다. 사실은 우리가 먼저 김성규를 보자고 한 것인데.. 먼저 만나자고 한 사람이 식사비를 내어야지... 김성규는 착한 지는 몰라도 똑똑하지는 못해. 공부는 좀 못했어도 남의 등쳐먹기를 잘 하는 내가 훨씬 더 똑똑하지. 흐흐. 식사를 하면서 우라는 본론을 논하였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김성규 선생님, 우리 대구볼펜문학회의 차기 회장님이 좀 되어 주십시오.” 김성규가 깜짝 놀란 듯 대답을 이었다. “예? 저는 일개 번역인이지 회장직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아닙니다. 김성규 선생님은 번역도 잘하시고 인품이 원만하시니 우리 대구볼펜문학회 회장직으로 딱 적임이십니다. 그저 눈 딱 감고 저희들이 시키는 대로 회장님이 좀 되어 주십시오” “그래도 우리 문학회의 차기 회장직은 이미 손동주씨가 사실상 정해져 있지 않는가요? 지금 수석부회장하는 손동주씨 말입니다.” “에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우리 단체 회장이 되면 절대 안되지요” “아니 왜 손동주씨가 나쁜 사람이지요?” “그 사람 실력도 없고 성질도 더럽답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이주섭이가 거들고 나섰다. “손동주 그새끼. 때려죽일 놈입니다. 개새까보다도 못한 놈이예요”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그 새끼 걸핏하면 나보고 시는 이렇게 써야 한다 저렇게 써야 한다며 잔소리를 해대었지요. 실제로 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 “그래서요?” “아, 그러더니 이 새끼가 내가 쓴 시집의 발문을 쓰겠다고 하는 것이예요. 그리고 출판사에도 싸게 출판하게 해 준다고 해서요. 그래서 제가 손동주 이새끼한테다 제 시집의 발문을 맡겼고, 출판사는 그 자식이 추천하는 곳에 맡겼던 것이지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거지요?” “도대체 이런 놈의 새끼가 문인입니까? 아니 제가 쓴 소중한 시 작품들의 뜻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지 뭐예요? 그래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발문만 잔뜩 그려놓았지 뭐예요. 어휴, 이 새끼 때문에 내 시집을 망쳤어요, 망쳤어” “저런, 정말 안됐네요.” “그뿐이 아니예요, 김선생님. 손가 그 새끼가 추천한 ”그대로“ 출판사 말이예요. 얘들은 또 나에게 바가지를 씌웠지요. 싸기는 뭐가 싸요? 제가 첫 시집이라니깐 완전히 두 배 바가지를 씌울려 하지 뭐예요. 책도 엉망으로 찍어내었구요. 그래서 저는 출판사보고 책을 다시 만들라고 했어요.” “그래 다시 책을 만들어 주던가요?” “아니예요. 그래서 아직도 ”그대로“ 출판사와는 대치상태랍니다.” “그럼, 1차 출판비를 주기는 주었나요?” “아니죠, 아직 줄 수가 없지요...” 잠시 대화 분위기가 냉랭하여졌다. 그래서 내가 말을 이었다. “김성규 선생님, 일단 김선생님은 가만히 계시고요 우리가 김선생님을 위한 서명운동을 해드릴게요. 그래서 손동주 지가 차기 회장 내정이니 뭐니하는 말은 쑥 들어가게 하고 김성규 선생님을 반드시 회장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래서 정관에 하라고 규정된 번역 업무도 우리 한 번 제대로 해보기로 해봐요.” “글쎄요, 그럼 저는 무얼 해야 하나요?” “김선생님은 그냥 가만히 계시고요. 그냥 저희가 김선생님 회장만들기 운동을 위한 서명받기를 하러 돌아다닐터이니깐 택시비만 좀 내어주시면 되어요” “택시비야 문제가 아니지만...” “그럼 됐어요. 그럼 누나인 제가 시키는 대로 가만히만 계시면 회장이 되시고 책 번역도 제대로 되는 겁니다” “.....” 그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김성규가 대구볼펜문학회의 새 회장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나 혼자만 서명운동하러 다녔는가? 아니지. 나는 택시비는 택시비대로 받아 챙기고, 김성규한테는 택시가 잘 안 잡히니 승용차 좀 태워주십시오 하여 김성규의 승용차를 많이 이용해 먹었지. 내가 좀 뻔뻔한가? 김성규는 시간이 아까와 죽을 지경이었겠지만 이 박홍자 누나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하였다. 김성규는 과연 실력자였다. 불과 두 달만에 책 한 권의 원고를 다 수집하여 편집까지 끝내었다. 그리고 여러 회원 작가들의 한글 원고를 적당히 배분하여 세 명의 번역인에게 나누어 주었다. 물론 회장 자기가 번역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예상대로 그는 번역료를 전혀 챙기지 않고 무료봉사하였다. 그리고는 석 달도 안되어서 책 번역이 다 완료된 한 권의 책을 뚝딱 출간해내는 것이 아닌가? 여태까지 이런 실력자가 있었던가?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그가 원고료를 작품당 운문 3만원, 산문 5만원으로 대폭 깎아버린 돈만 지급해 주는 것이 아닌가? 원래는 5만원, 10만원씩 받아야 되는 번역료인데... 그러나 신임 회장은 번역의 완성도를 보아도 그렇고 우리 단체의 예산도 절감해야 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뿔싸! 번역료 할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의 수입 대폭 삭감! 어휴 억울해서 어쩌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김성규가 나의 언니 박대자의 번역 실력을 그리고 나의 딸 정미자의 번역 실력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사실상은 나의 순 엉터리 컴퓨터 번역이었지만. 실상 나는 나의 컴퓨터 번역이 잘 되었는지 잘 못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내게 기본 실력이 있어야지 말이지. 나야말로 영어의 영 자로 몰라. 다만 컴퓨터가 제대로 번역해 주었겠지 하고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김성규는 이런 오역의 예를 들어주었다. 포장도로라고 하는 포도 鋪道 는 영어로 Pavement 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의 번역은 먹는 포도 葡萄 즉, Grapes 라고 번역해 놓은 것이 아닌가? 너무도 명백한 엉터리 번역이었다. 이런 엉터리 번역이 수도 없이 많이 발견된 것이었다. 맙소사. 이제 나의 번역 사기 행각은 끝이 났다. 세상에 믿던 도끼에게 발등 찍힌다더니, 내가 바로 그 꼴이 아닌가? 내가 회장으로 밀어준 김성규 때문에 내가 더 이상 사기 번역을 계속할 수 없게 되다니... 이제 번역을 빙자한 수입은 정녕 못하게 되는건가? 그런데 아니지! 물론 아니지! 그런 걸로 주저 않을 나 박홍자가 아니지. 나는 일단 김성규가 주는 번역료는 챙겨먹고 작가들로부터는 따로 번역료를 더 받아먹었다. 즉, 나는 번역료를 이중으로 받아먹은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지. 이제 나는 김성규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온갖 모함이라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내가 누구야? 내 별명이 마귀할멈 아냐? 무섭지 않아? 나야 말로 닳을대로 닳아먹은 진정한 실력자인 줄을 몰라? 김성태 199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경맥문인협회, 대구북구문인협회, K펜문학회 회장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II>, <신경영과 IMF> 등 저서, 번역서 다수 네팔 히말라야 국제문학상, 일본 홋카이도 국제문학상, 대만 임어당 국제문학상 등 수상 |
댓글2추천해요2
첫댓글 재미있지요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