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 N.베쟈예프 지음/주용택 옮김/행복한 박물관 간
이 책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적, 사상적 배경과 핵심을 연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합한 도서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일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기독교적 관점에서 기술한 도서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서어 이 한권의 도서를 읽기를 마쳤다. 이는 그의 대표적 세계관을 집약시켜 놓았다는데 있어서 충분히 그의 작품을 분석하는데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고싶다. 누구나 독서 또는 평론을 하다보면, 그 집필하는 이가 누구이며, 저자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대하여 주목해야 하는 법이다. 그 만큼 사실에 가까운 평문을 낼 수 있느냐 그렇지 않고 낭설을 쏟아 놓느냐에 대한 결정적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쓴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베르쟈예프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살았던 그가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하여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쟈예프는 러시아의 도시 가운데서도 성시라고 할 수 있는 키에프에서 1847년에 내어났다. 26세 때 그의 최초의 저서인『사회철학에 있어서의 주관주의자와 개인주의』를 출간하였다. 그 때부터 베르자예프는 현대 러시아 작가들 중 가장 다작하는 한편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 한때 망명생활을 하였고 제정이 몰락하기 직전에는 다시 추방의 위협을 받았다. 그 이유는 러시아의 희랍정교회의 지도적 종교회의의 국가 만능론에 대한 비판 때문이었다. 혁명 후 종교 신봉자로서 지탄을 받고 1922년 볼세비키에 의해 추방당하고 말았다. 그 후 베르자예프는 파리에서 생활하였으며 독일에 창설한 종교철학 학술원을 지도하였다.
또한 그는 「「프츠」이라고 불리운 잡지를 편집하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나의 정신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나의 젊은 시절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를테면 접목되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어떤 작가나 철학자가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정신을 향상키기고 뒤흔들어 놓았다. 나에게 있어서 인간은 "도스토예프스키인과 그와는 아무런 인연이 어뵤는 인간과의 두 종류로 항상 분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젊은 나이에 철학적인 문제가 나의 의식에 나타났다는 것도 분명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저주 받은 질문"까닭이었다. 나는 그를 읽을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면이 나에게 계시되곤 하였다.
특히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나의 젊은 마음을 너무나 강타 하였기 때문에 내가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는 그 이야기에 나타났던 모습으로 바라다 보였다. 나의 세계관과 세계 감각의 근저에는 항상 자유의 이념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유의 근본적인 직관 속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른바 자기 자신의 본거지 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이 만큼 한 작가의 사상에 경도되었기에 이 책은 그 만큼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의 중심을 꿰뚫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는 말이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 보다 더 훌륭한 자료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을 볼 때 크게 '인간' '자유' '악' '사랑' 그리고 '혁명'으로 집약 시킬 수가 있다. 그 내면에는 그리스도 예수로부터 오는 신앙의 고백과 기독교적(러시아 정교회) 세계관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 - "도스토예프스키가 오직 몰두 하였던 것, 그 창작력 전체를 단 하나의 주제에 다 받쳤던 것은 인간과 그 운명이다. 그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간학적이었으며 인간 중심적이었다. 인간의 문제는 그를 광기로 몰아가리만큼 그를 흡수해 버리고 그를 파먹었다. 그의 눈에는 인간은 단순한 자연현상, 즉 다른 모든 것과 똑 같은 질서적인, 다만 약간 고급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 그런 존재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소우주, 존재의 중심이었으며 그 주위에는 일체가 회전하는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인간 가운데 우주의 수수께끼가 감추어져 있고 인간의 문제 해결은, 곧 신의 무제 해결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전체는 인간과 그 운명의 변호이며, 이 변호는 신과의 항쟁에까지 이르고 있으나 최후에는 이 인간의 운명을 신, 곧 인간, 즉 그리스도에게 넘겨 버림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자유' - "도스토예프키에게 있어서 인간과 그 운명이라고 하는 주제는 우선 무엇보다도 자유라고 하는 주제였다. 인간의 운명 그 비통한 순례는 그 자유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 자유는 그의 세계관의 핵심에 놓여있다. 그의 숨겨진 비애는 자유의 비애였다. 그가 일반적으로 정치적 자유에 대해서 반대적이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다든지, 스스로 보수주의자이며, 반동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인간은 자유의 이름으로 그 반역을 시작하고 있으며, 자유롭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한 고뇌나 광기라 할지라도 받아드리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궁극적인 최후의 자유를 계속 탐구해 나가고 있다. 사실 자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최초의 것은 발단의 자유이며, 최후의 자유 것은 종말론의 자유이다. 이 양자 사이에는 고뇌와 오뇌에 찬 인간의 도정, 즉 분열의 길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튼 자유에는 최초의 것과 최후의 것의 두 종류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종류만이 아니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나는 선악의 선택의 자유 -비합리적인 자유와 합리적인 것 안에서의 자유이다."
'악' -"악의 존재와 범죄의 문제는 도스토예프스키에 있어서 자유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자유가 없이는 악을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자유의 길에 나타난다. 이 관계가 없으면 악의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자유가 없으면 오직 신만이 악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사실을 누구 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는 또한 자유가 없으면신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선도 마찬가지로 자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생의 비밀 인간의 운명의 비밀은 모두 이와 같은 사상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자유는 비합리적이며 따라서 선과 악을 다 같이 만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수수께끼를 우리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해답을 향해서 노력하였다."
'사랑' -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있어서 사랑은 디오니소스적이다. 그것은 개인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야 마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은 숙명적으로 고뇌에 빠지고 있다. 사랑은 그에게 있어서 화산적인 폭발이며, 사람의 내부에 숨어 있는 결정적인 힘이 모두 파열하는 것이다. 그것은 법도 형식도 아랑곳 없다. 그 저항하기 어려운 압력 밑에서 인간성의 가장 깊은 부분이 표면으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특징을 이루고 있는 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여기이다. 그것은 불길이며 운동이다. 그것은 사물을 형성하는 동시에 모조리 삼켜 버리기도 하는 불이다. 더욱이 그것은 차디찬 얼음으로 변할 수도 있는 불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랑 가운데 있는 인간이 모든 정열을 소모하고 때로는 차디찬 무감각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사화산으로 변하고 만다. 남성과 여성의 사랑, 이웃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사랑이 정신적 자유를 박탁당하였을 때, 그리고 불명성과 영원성에 대한 전망이 흐려지기 시작할 때, 당장 그것은 불경건한 사랑으로 화해버리는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영원성에 대한 긍정인 것이다."
'혁명'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정신, 민중의 정신의 밑바닥에서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던 시기의 작가이며 철학자이다. 표면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 있지 않고 있었다. 낡은 생활양식은 알레산더 3세의 치세 동안 표면적인 안정을 인간에게 부여함과 동시에 자신을 확립하려하고 있었으며 최후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하의 심층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격렬하게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운동을 지도하고 있었던 이론가나 실천가는 진행되고 있는 사태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을 만들어 낸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 운동이 그들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의심할 바 없이 외면적인 활동을 놓고 볼 때 그들은 능동적이었으나 정신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수동적이며 이 지도적인 격류를 따라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여기에 행하여지고 있는 운동과 그것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천재가 가지고 있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그는 러시아 혁명의 이론적 기초와 성격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로써 러시아의 대문호의 세계관 및 사상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독서의 기회가 주어진 것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독자들과의 지적 노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공감의 가치를 경함하시는 시간이기에 더더욱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