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깐 칼
류윤
화석이 될수 없는,
불에 달구고 물에 식혀
두드리는
담금질로 거듭난
연단의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쁨조차 누릴 수 없을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하지만 시간의 살을 저며낼
가혹한 운명만큼 쓰라리지은 않을 것
날선 이마를 들어
몸을 외길 삼아
단말마의 비명을 자르는 데 익숙해 질
독하게 살고 싶지도
차라리 병들어 누울지라
비린 달빛에 비춰
가책에 숨을 끊을 자진조차
스스로는 결정할 수없는 숙명이니
눈물마저 싹뚝 잘라낼
별리가 찾아온들 혀를 데어
변명 한마디못할
바라만 봐도
살벌한 눈길에도
주눅들지 않을
험난한 미래를
온기로 품어줄 이라곤
눈닦고봐도
별수없이
배추 밑둥이나 썰어내면서
잘린 단어인
포기란 말이나 입속말로
중얼거려야 할
육참골단의
신기를 떠내면서도
몸과 마음의 분리조차 모를
번민 한줄기없이
살아내야 할
그렇다고 떠나 갈수도 없는
스스로가 감옥
육욕도 결코 내 것일수없는
속치마같이 벗겨질 새벽이 온다한들
무슨 희열을
노동만 이마에 쌓이고 쌓여
부러지지 않는 한
끝이 끝일수 없는 종지부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의 인색한
자아 비판
목넘이의 울컥도
자진 납세해 버린
면벽의
서늘한 눈빛
칼날 위를 구르는
눈물 몇 방울도 사치
그런 연민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니까
이젠 내가나를 믿지 못하니까
못 박히다
류윤
하늘이 지상에 박아놓은
못
손을 잡고
파스텔조의
봄볕을 거느린
못 둑을 주고 받으며
뭐라 뭐라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
분명 저건 너를
내 가슴에
나를
네 가슴에 못 박겠다는
언약의 못질
하지만
가변적인 세상
사랑 잃고 다시 찾은
누군가의 가슴에
녹슬지도
아직도 번뜩이는
매몰 처리된
못 대가리
눈 앞의
잔잔한 파문조차도 사치일,
애처러운 눈동자에 고인
- 중구문학 시화24. 3.30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못 박히다
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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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3
23.07.07 11:2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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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못이 이런 의미의 못도 있군요...
하늘에서 박아놓은 또 다른 못
그 못 둑길을 걸으며 느끼는
언약의 못질들
류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
언어의 마술사 같은 새로운 언어를 만남에 놀라기도 하지만
어디론가 경사 언덕을 마구 달려가는데
이제는 언덕이 끝나고
저절로 내려가는 언덕길이겠거니 하다가도
걔속되는 경사로에서 숨이 헉헉 막힐 때도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