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유래된 영어의 law
부산시 괘법동(掛法洞), 부산 사상구에 있는 동이다. 원시어소 [굴/kur]과 원시어소 [놀/nor]이 합쳐진 [걸+놀]이란 지명을 한자로 괘법(掛法)이라 차자한 것이다. 掛는 ‘걸 괘’자로 사음훈차다. 그리고 法은 지금은 사어가 되었지만 [놀]을 표기한 것이다.
Wide의 의미를 가진 원시어 [놀/nor]은 호수를 가리키는 몽골어 [노르]의 어원이기도 하고, 평야를 가리키는 일본어 [노(の)]의 어원이기도 하다. 현대한국어 ‘넓다, 너르다’ 역시 같은 어원에서 분화된 말이다. 한국의 옛날 지명에서 [놀/nor]은 ‘奴, 內’ 같은 글자로 음차 표기되었다. 한자 內는 예전에는 [노]에 가깝게 발음되었다.
『삼국사기』에는 “금물노, 잉벌노, 골의노” 등과 같이 [노]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이 실려 있다. 그리고 今勿奴를 今勿內라고도 했다는 부연설명이 붙어있어 內가 奴와 같이 [놀/nor]을 음차한 표기임을 알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차자방식을 숙지하지 않으면 內가 안쪽을 뜻하는 진의훈차인 줄로 오해하게 되고 지명을 엉터리로 분석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한국지명학회가 발간한 『지명학 24(2016.6월)』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괘법동이란 지명은 ‘괘내(掛內)+창법(倉法)’에서 연유한 지명이라 한다. 논문의 내용은 논외로 하고, 여기에 나오는 “掛內”와 “倉法”이란 한자 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자 掛는 ‘걸 괘’자로 앞에서 설명했듯이 [걸/kur] 음을 적기 위해 사음훈차한 것이다. 그리고 內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시어소 [놀/nor]을 음차한 것이다. [굴+놀]로 이루어진 말로 ‘크고 넓은’ 곳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창법(倉法)의 倉은 한국어 ‘곳집’의 [곳]이고, ‘골방’의 [골]이다. 일본어로는 [쿠라(くら)]라고 한다. [굴/kur]을 연진발음하면 [구라]가 된다. 그러니까 倉도 원시어소 [굴/kur]의 부전 [골/kor]을 사음훈차한 것이다.
옛날에는 ‘너르다’라는 말에서 분화되어 ‘표준, 모범, 법률’을 뜻하는 순우리말 [놀/nor]이 있었고 그것을 한자로 法이라 차자하여 쓰기도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길어 여기서는 언급할 수 없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놀부와 노리코』라는 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일본어로 法을 ‘노리(のり)’라 한다는 점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괘법동은 ‘크고 너르다’는 뜻의 [클+놀]로 이루어진 지명이며, 그 [클놀(kur-nor)]을 한자로 “掛法(괘법), 掛內(괘내), 倉法(창법)”이라 차자하여 적었다는 얘기다.
掛法 : 사음훈차+사음훈차
掛內 : 사음훈차+음차 (*內는 [노]에 가깝게 발음했음)
倉法 : 사음훈차+사음훈차
만약 또 다른 글자로 차자한다면 倉獐(창장)이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자 獐이 ‘노루 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