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윈 소 7마리가 살찐 소 7마리를 잡아먹는 것을 꿈에서 보고,
이집트의 파라오는 해몽할 인재를 수소문했다. 요셉이란 노예가 나타나 7년 풍년 후에 7년 가뭄이 들 계시라 했다. 그래서 풍년 7년 동안 식량을 비축하여 가뭄 7년을 견뎠다. 이 고사는 성경 창세기에도 나오지만, BC 1880년경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로 추측되기도 한다.
4천여 년 후 2011년 초, 같은 땅 이집트에서 30년 독재를 누리던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되었는데 그 도화선에 가뭄이 있었다.
러시아에 가뭄이 들어 밀
수출을 중지하자, 이집트의 빵 값이 폭등하였고, 이에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5월 말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강수량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광역에 걸친 가뭄이 발생했다.
중국의 중부와 남부지방 거의 전역과 일본의
규슈까지 가뭄에 들어갔다. 지금 중국의 가뭄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가장 심하다(월 유효 가뭄지수, MEDI -2.5 기록). 이는 1966년 9월 기록적인 가뭄(-2.7) 이래 45년 만이다. 미국의 남동쪽 거의 전역과
쿠바, 그리고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가뭄이 심하다.
비록 한국을 살짝 피해가긴 했지만 이 광역 가뭄은 심상치 않다. 소위 '
그랜드 극소기' 때문이다. 태양의 흑점수가 아주 적은 시기를 극소기라 한다. 흑점수는 11년 주기로 진동하는데, 그 최대수는 100년 전후의 주기로 진동하기도 한다. 이 흑점이 2008년에 제로까지 갔다. 지금은 다시 증가하고 있으나 2013년 5월부터 다시 감소할 것이며 2020~2030년에 그랜드 극소기가 시작되어 2100년경까지 지속될 것이다.
최근 일천 년 동안 극소기는 두 번 있었다. 마운드 극소기(1645~1715)에는 시작되기도 전부터 많은
재해가 발생했다. 주로 저온과 가뭄이었고, 갑자기 홍수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재해를 견디지 못한 중국 명나라는 청나라에 중원을 넘겼다(1644년). 유럽에서도 저온, 가뭄, 역병과 함께 전쟁, 혁명, 반란,
이민이 성행했고 많은 왕조가 명멸했다. 조선에서도 경신 대기근(1670~1671)을 전후하여 거의 매년 재해가 발생했으며 전체 인구의 25%가 사망했다. 달톤 극소기(1790~1830)에도 독일에 여름이 없는 해(1816)가 나타나는 등 재해가 심했다.
극소기로 명명되지는 않았지만 세 번째로 태양 흑점이 현저하게 준 기간(1880~1930)이 있었다. 이 기간은 강수량이 관측된 기간이라 가뭄이 극심하였음이 드러난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서는 1904년 5월까지 6년 동안 가물어(가뭄지수 -4.5) 중국에서 사망자수를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20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선정했다. 당시 대한제국도 1882년부터 강수량이 격감(1903년 가뭄지수 -5.4)했고, 29년 간 가뭄의 끝이었던 1910년에는 망국으로 이어졌다.
흑점수가 줄면
자기장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 전후 지구에서 재해가 발생한다. 단, 이 발생은 일정하지 않아 '어딘가에서, 언젠가'라는 수준이다. 그래서 현재의 광역 가뭄을 2008년에 나타난 흑점 제로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얽히고 설켜 있지만, 극소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과 식량을 비축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만은 분명하다.
내 땅만은 가뭄을 피해 갈 것이라거나, 지구 온난화가 가뭄을 물리쳐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국운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124년의 가뭄 주기가 있었으며, 이 주기의 다음 중심은 2025년, 그 시작은 2015년경일 것이라 했다.
파라오는 천기에 감응하기 위해 꿈에서도 계시를 찾고 노예의 해몽도 경청했다. 그리하여 이집트를 7년 가뭄에서 구했다. 반면에 무바라크는 인근 지역의 가뭄을 좌시만하다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천기에 감응하는 여론이 나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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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 9면 | 입력시간: 2011-07-02 [15: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