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詩 혹은 사설시>
다시 입원실 침대에 누워
난
내가 생각해도
내 성질이 좀 지랄맞다.
젊을 적 아주 가끔
허리가 아팠다.
오십 넘으니
고혈압도 오고
허리도 가끔 아프니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클럽에 티비를 보며
런닝머신(트렏밀)을 뛰어보니
발목에 무리도 오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꼭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 같기도 하고 ㅡ
그래서 2005년에 산악자전거를 한 대 샀다.
거금 60만원을 투자해서 ㅡ
당시 거의 1년치 용돈을 투자해서 ㅡ
지난 2016년 봄까지 혹한혹서를 마다않고 어떤 땐 거의 매일 미친 듯 타서
그 세월을 꼽아보니 어언 12년이었다.
지구 한 바퀴가 5만 km라 쳐도
12년 동안 2만 7-8천 km는 탔는 듯
지구 반 바퀴를 훨 넘겼으니
꽤 타긴 탔다.
나이 예순에 도달하니
전립선이 이전 같지 않아
비뇨기과를 찾았다.
전립선 비대이니
자전거 타는 거 삼가하라고 했다.
비뇨기과 의사이니 당연히 하는 말.
부득부득 3년여를 더 탔더니
전립선에 선암 성분이 생겼다 한다.
조직검사를 하니 전립선암 ㅡ
수술 후,
전립선 떼냈으니 MTB 타도 되죠 이제, 했더니 의사가 씨익 웃으며
타도 된다고 했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든다고 하더니 ㅡ
MTB초보 때
한여름 초저녁 포트홀에 걸려
난장판이 됐다.
턱주가리 팔목 무릎팍
까고 부서져 한달 반 기브스도 했다.
겁이 나 반년을 세워뒀다가
아내 몰래 살금살금 타다가
11년을 더 탔다.
그러다 기어이 전립선 떼내고
지난해 이사올 때
당근마켓인가 내다놓고
돈 좀 받고 팔았다.
난 좀 아둔한 인간이다.
의사가 금하면 안타야 하는데
벅벅 우기다 '내 몸의 반란'을 겪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퇴임 1년 전부터
교육민주화동지회 만든다고
퇴직 4년까지 합쳐 한 5년여
좀 미친 듯 몸을 혹사했던 모양이다.
지난 달 19일 2차접종 하는 날
허리통증 신호가 강하게 오더니
어제 기어이 입원했다.
신경외과서 정형외과로
다시 통증의학과로 돌다가
결국은 내과에서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았다.
의사가 하는 말이
대상포진 치고도 심한 거라 한다.
난 주사 알러지이려니 여겼는데 ㅡ
대상포진은 산고보다 더 아프다는데ㅡ
막내딸이 무통 정선생이라 칸다.
단순히 요통이라 생각했다.
난 참 아둔한 인간임에 틀림없다.
심리적으로 강박증세에다
혈액형도 BB형이라
AA형인 아내와 모든 게
정반대다.
스물셋에 만났으니
만난 지 46년 째다.
내 인내심도 대단하다.
근데 아내 포용성이
더 놀라운 거다. 사실,
암만 생각해도
내 성질은 좀 지랄맞다.
'내 몸의 반란'을 무시하고 무감한,
아둔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아내 말로
겉만 멀쩡하지 속은 다 썩은 모양이다.
허우대만 멀쩡하지
알고보면 속은 텅빈 수수깡이다.
사람은 어차피
죽으면 한 줌 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