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3일 성주간 월요일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11 1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베타니아로 가셨다.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가 살고 있었다. 2 거기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마르타는 시중을 들고 라자로는 예수님과 더불어 식탁에 앉은 이들 가운데 끼여 있었다. 3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4 제자들 가운데 하나로서 나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하였다. 5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6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하였다. 7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8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9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들의 무리가 몰려왔다. 예수님 때문만이 아니라,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10 그리하여 수석 사제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11 라자로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떨어져 나가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노인 냄새
나는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방에서 자꾸만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내가 냄새를 잘 구별 못해도 정말 없애버리고 싶은 냄새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냄새는 별로 좋은 냄새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고발합니다. 그래서 자주 신경을 써서 그 냄새를 지우려고 애쓰지만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외국에 갔다가 선물로 사온 작은 향수를 뿌려 보았지만 골치만 아파서 잘 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상한 냄새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냄새를 없애버리려고 향수를 쓰는 것이 아니라 냄새가 좋게 하려고 향수를 쓰는 것이라는 것을 언제나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냄새를 하느님께 올리기 위해서는 나의 좋지 않은 냄새를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냄새를 가지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천지만물이 언제나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냄새로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고, 사향과 같이 좋은 냄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약재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한약에는 아주 독특한 향이 있어서 그 향을 맡기만 해도 무슨 약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당귀는 한약방의 냄새를 아주 좋게 하는 약초입니다.
그리고 대미사를 올릴 때 유향을 사서 잘 빻아 가지고 향을 피웁니다. 사람들은 좋은 향기를 언제나 발산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조상에게나 세상을 떠난 어른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에도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실 때에도 향을 먼저 맡으며, 술을 마실 때에도 그 향에 취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허브(herb)향을 좋아해서 집집마다 향초를 키웁니다.
생물학에서 실무율(悉無律, all or none theory)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시골집의 재래식 화장실이나 학교의 재래식 화장실의 냄새는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고도 견디지 못할 것도 조금 참고 있으면 그 냄새를 맡지만 자극이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도록 해서 지독한 냄새를 견디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냄새에 둔감해지고 무디어지는 것을 ‘실무율’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에서는 <단일 세포들은 역치(閾値)이상의 자극과 역치이하의 자극은 구분하지만, 역치이상의 자극이 주어질 때 자극의 세기변화를 식별하지 못하므로 자극의 세기가 커져도 반응의 크기는 일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개의 세포가 모인 근육조직이나 신경다발에서는 자극의 세기변화를 식별할 수 있으므로 실무율을 따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근육이나 신경다발을 이루는 각각의 세포들은 반응하는 역치가 다 다르고, 자극의 세기가 증가할수록 반응하는 세포수도 증가하므로 반응의 크기도 이에 따라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백과사전 참조>
그래서 토끼나 돼지가 새끼를 낳았을 때, 사람들이 손으로 그 새끼를 만지면 어미가 자기 새끼를 물어죽입니다. 자신의 냄새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끼를 만질 때는 어미의 오줌을 묻혀서 만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향이 진한 로션이나 크림을 어미에게 먼저 발라 주어서 어미의 코를 마비시켜 버리는 것이 새끼를 보호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언제나 좋은 냄새를 품고, 좋은 냄새를 퍼뜨릴 수 있을지 자신은 모르고 삽니다. 자신의 냄새에 취해서 다른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냄새에 젖어 있으면 금방 그 냄새에 익숙해져서 그 냄새를 맡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향기도 맡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냄새에 점점 익숙해져서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최고라는 환영에 빠져서 자신의 냄새에 도취해서 제 잘난 멋에 살 때도 많이 있습니다. 죄를 짓고 있으면서도 죄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고, 자신에게서 풍겨 나오는 비굴함이나 잘못을 구별하지도 못합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자신이 익숙한 것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그 안에 빠져서 절대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은 나자로와 마르타, 마리아 자매를 아주 사랑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예수님을 정말로 연인으로 사랑했나 봅니다. 주님으로 사랑하기 뿐만 아니라 연인으로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온갖 땀 냄새와 발에서 풍겨 나오는 고린내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오빠를 살려주신 예수님께 향유를 부어 모든 냄새를 감추어버립니다. 향유는 휘발성(揮發性)을 늦추어 향기를 오래 지속하게 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몸에 밴 그 향기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힐 때까지도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당연히 그렇게 향을 받으셔야 하실 분이십니다. 그러나 나는, 나는 더러운 죄에 빠져 좋지 않은 냄새를 피우면서도 그 냄새에 취해서 향기를 맡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이라도 향기를 피우면서 살고 싶습니다. 주님의 향기를 피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