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필문학 등단시인(박옥태 래진)

*삶을 관조하면서 산을 오르는 거사(居士) *시인 박옥래 태진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그 사람이 여늬 사람보다 조금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생김새가 특이하다거나 옷차림이 보통 사람들이 흔히 입는 옷이 아니라 중국의 대포(大袍)나 이웃나라인 일본의 유까다 같은 옷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아 얼핏 보기에 도사나 선사처럼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서 철학과 인생을 논하면 마치 뭐가 큰 것이 있나 관심을 끌게 한다.얼굴도 손질을 많이 해서 양 볼따구니에 털을 기르고 머리에는 상투를 틀고 한복을 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신비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人爲的) 눈속임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을 좋게 말해서는 위선자, 고약하게 말하면 사기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자연스러움을 표방하지 않아도 첫 보기에 뭔가 남다른 카리스마적인 분위기가 넘쳐나는 인물이 있다.인생을 한발짝 멀리 떨어져 인생을 관조하면서 시를 쓰고 시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연과 인생, 그리고 죽어가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그런 사람이 쓰는 시를 쓰면 살찐 알맹이가 들어있고 이야기를 나누면 밤새껏 해도 결코 손해나지 않을 사람, 박래옥 태진이 그런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면서 산을 해치지 않고 산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친구로 삼고 대화를 나누는 시인, 그의 외모는 무척 다정다감한 그런 얼굴이다.그런데도 무위의 허망함을 갖게 하는 분위기는 시적인 영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너는 아직도 -박옥태래진- 행복합니다. 하면 될 것을 들을 수도 없는 곳에서- 너는 아직도 잘 지내요. 하고 살면 될 것을 볼 수도 없는 곳에서- 스치는 소식 없어도 이젠 잊었어요. 하면 될 것을 소슬바람 꽃잎 흔들 때마다 너는 아직도 나 처럼- 마음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남들에게 주는 행복을 심어준 매우 따뜻한 시이다.바람결에 스치는 인연도 인연인지라 그것을 크게 생각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와 눈을 열고 기다리는 시인의 맑은 마음이 우러난다.문득 어느 수사(修士)의 기도문이 생각나게 하는 시이다. *사랑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입니다. 어느날 아침, 자고 일어나서 문득 느껴보는 자연의 경건한 이미지는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랍니다. 어느 아침 이제 새날이 시작됐다고 느낄 때 빛고운 한장의 축하엽서를 받아든다고 생각해 보라 낙조낄 무렵 먼곳에 있는이에게서 살아갈 날 살아온 날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는 다고 상상해 보라* 시인들이 이 혼란한 시대에 반드시 있어야하는 이유가 바로 오염되지 않은 산속 깊은 곳의 옹달샘물을 찾아 마시듯 정신의 아름다움을 영혼에 혼합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속의 존재성 -박옥태래진- 억겁의 세월이 지나고, 자연과 만생명이 시간속을 흘러가고, 우리의 존재성이 어느 한 시각을 촌각처럼 머물다 지날지라도, 하늘의 태양을 향해 솟구치는 분수처럼 열정의 순간은 존재하나니, 무궁으로 이어지는 자연섭리 속에서 우리의 생명은 존재하나니, 우리의 인연과 너와나의 사랑도 어느 시간의 역사속에 존재하나니, 생명들이여! 삶과 죽음속의 나날들이란 어느 한 순간도 영광이로다. *자신의 존재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현대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바쁘게 살아가면서 진정 간직해야할 소중한 것들을 허술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가치 있는 것은 물질의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곳에 있는 많은 대상들이다. 꿈과 희망과 미래의 기대와 사랑과 같은 것들이 아닌가.그런 의미에서 그는 사물을 깊이 관조하는 철학적인 시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머리를 가즈런히 빗고 다니는 현대의 규격적인 신사보다 오히려 불교에서 말하는 거사(居士)나 유교의 처사(處士)와 같은 사람, 아니 이 둘을 혼합해서 현대에 탄생시킨 것과 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거사란 학식과 도덕이 높으면서도 벼슬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것은 또 자유인이란 말과 동의어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출가하지 않고 가정에 있으면서 불교에 귀의한 남자를 거사라고 했는데, 거사는 거사지명(居士之名)·거재지사(居在之士)의 준말이다. 즉 집에 있으면서 불도를 닦는 자[在家之佛道者]이다.반면 처사(處士)란 유교사상을 이념으로 한 조선조 시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골에 낙향하여 은둔과 도피, 세상을 부정과 원망으로 할 일없이 세월을 보낸 무능한 남자들을 처사라 하였다. 그러나 박옥태 시인의 경우는 조금 그 궤를 달리한다.그는 열심히 산을 오르면서 삼을 캐고 약초를 수거하고 그리고 그것에 못지 않은 시를 쓰면서 거사와 처사로서의 할일을 다 하고 있기에 그에게는 또 다른 호칭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행복의 조건 -박옥태래진- 외롭다 하고 둘러보니 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내 서실에 있는 것만도 수백 가지요 안방과 거실 안에 수천 가지요 벽에 붙은 벽지와 뒹구는 바둑알까지도 오직 나만을 위하여 존재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정들이고 모두를 아끼고 사랑하여 왔었다 얼마나 나에게 순종하고 다정한 가족인가? 오! 나의 군중이여 영혼의 백성이여! 찢겨진 노트여! 화장실 양말짝이여! 나는 그대들을 위해서라도 날마다 축배를 들어야 한다. *행복의 조건 -박옥태래진- 외롭다 하고 둘러보니 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내 서실에 있는 것만도 수백 가지요 안방과 거실 안에 수천 가지요 벽에 붙은 벽지와 뒹구는 바둑알까지도 오직 나만을 위하여 존재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정들이고 모두를 아끼고 사랑하여 왔었다 얼마나 나에게 순종하고 다정한 가족인가? 오! 나의 군중이여 영혼의 백성이여! 찢겨진 노트여! 화장실 양말짝이여! 나는 그대들을 위해서라도 날마다 축배를 들어야 한다. *시인은 나를 위해 함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둔다.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날들에 대한 반성도 함께 한다.남을 사랑하거 남을 도와준다고 생각햇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다는 것은 나를 크게 실망시킨다는 것을 그는 시에 쓰고 있다.내 앞의 벽에 붙어있는 글귀와 책상과 의자와 컴퓨터와 그리고 만질 수 잇는 모든 것들과 생물과 무생물 등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시인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수양修養하소서 질투하지 않는 질투가 가장 두렵고 복수하지 않는 복수가 가장 무섭다. 용서하지 않는 미움이 가장 고통이요 평정되지 않는 마음이 가장 불행이다. 너그럽지 않은 아량이 가장 가난하고 버리지 못하는 이기가 가장 낭비이다. 일일수양 -박옥태래진-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자기 반성을 한 사람만이 쓸 수 잇는 교훈과 같은 시이다.시인은 일일 수양을 통해서 하루를 허술하게 살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시간에 함몰이 되어 흔적조차 없어지는 존재의 허망함 속에서 나를 찾는 일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수양을 통해서 나오는 시는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을뽑는 무명의 원료처럼 헐벗고 황폐한 많은 이들의 영혼에 맑은 샘물을 아낌없이 부어주리라 믿는다. 약력이 필요하지 않는 유일한 시인이기를 그는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