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4 아침단상
●아이리스
아이리스(iris)는 드라마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서구에선 연조가 꽤 깊은 어휘이고, 뜻도 다양하다. 무지개라는 뜻도 있고, 붓꽃이기도 하며, 눈의 홍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그리스어로 iris의 복수형은 irides인데, irides 역시 다양한 색깔을 나타내는 물체의 이름에 등장한다. 물 위의 기름이나 비누거품, 조개 껍데기의 안쪽에 생기는 얇은 막 등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 빛깔이 달라지는데 그것들을 일러 iridescence(무지갯빛, 진줏빛)이라고 한다. 무지개가 그렇듯 붓꽃 역시 여러 가지 색깔을 머금은 꽃이다.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데미갓(demigod, 半神) 중 하나였던 아이리스는 애초 신의 전령사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야만 했는데, 이때 사용된 계단이 바로 무지개였다.
1803년 영국의 화학자 스미스 테넌트는 다른 원소와 결합하면 다양한 색깔의 물질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는데 그는 이 원소의 이름을 iridium(이리듐 : 금속 원소, 기호 Ir, 번호 77)이라고 지었다. 복수형인 irides의 활용형이다.
내 삶의 색채는 어떤 변화를 겪었던 걸까. 내 마음의 무지개 역시 다양한 색깔로 다채롭게 수놓았을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7월 24일 거리>에는 사람을 색깔로 구분하는 청년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메구미는 그 청년에게 자신의 색을 물은 뒤 좌절한다. "저는 무슨 색으로 보이나요?" 돌아온 청년의 대답은 "안 보여요."였다.
당신은 어떤 색깔의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