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주말이 기다려진다.
모자에 달린 천으로 변장을 하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면서
그래도 누군가가 보고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
한창 운동회 준비로 바쁜 시기에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그렇게 야반도주 하듯 집을 떠났다.
사랑하는 님과 함께!ㅋ~!
버스 맨 뒷자리 바로 앞,
버스 천장의 창문(?)이
폐가 약한 남편의 산소공급에 도움이 되어
출발부터 기분 좋게 랄랄라~~!
비 온다 걱정했는데 날씨도 맑고
공기 상쾌!
기분 유쾌!
도로 통쾌!
고불고불 해안선이 보여서
소녀 같은 탄성
“우와~! 조오타!”
절로 나온다.
혼자 떠나오는 길이 때로는 캥기기도 했는데
오늘은 옆자리에 같이 있으니 캥기지도 않는다.
맛있는 점심 먹고
건너편 선두리마을까지 가서
요기조기 자리를 찾다가 흑염소네 집 앞에 자리 잡고
화구가방을 열어보니
“아뿔싸!”
남의 가방을 끌고 왔다.
그러나,
무엇이 걱정이랴 급여 없는 조수가 있는데....
다랭이 논의 붉은 흙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타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칼렛 오하라가
‘내일이면 또 내일의 바람이 불겠지...“하며
레드 버틀러를 안개 속에 보내고 떠난 곳 ‘타라’를 생각하며 그린 다랭이 밭!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리라 생각하며 그림삼매경에 빠져든다.
다 그려놓고 나니 나타나서
“별로다!”
하고 ‘깨몽’시킨다.
‘에구~~! 그래서 웬수 덩어리지...’
암튼 그래서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게 된 그림 한 점이 있다.
저녁 내내 ‘산책가자!’ 졸라도 응해주지 않은 이유다.
진수성찬을 차려놓은 저녁상 앞에서 우울한 이유도 그것이다.
옆자리 언니들에게 놀러가서
재미난 이야기 주고받으며 마음을 푼다.
‘그래, 내일 또 다시 시작해 보자’
저녁시간에 고문님 강의를 새겨들으며
새롭게 다짐을 한다.
ㅜㅜ; ㅜㅜ;
이튿날은 나의 다짐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비! 비! 비!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저녁에 산책 가자할 적에 산책이라도 다녀올 걸...’
후회된다.
사람들이 죽을 때, ‘껄껄껄’ 하고 죽는다더니
나도 그렇다 참을껄, 즐길껄, 베풀껄....
늘 참고, 베푸는데 인색하고 그 인색함으로 인생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다.
평산리에서
비바람과 추위에 떨면서
자리를 찾다가
버스에서 ‘쪽 그림’ 을 그리다!
‘ㅜㅜ
고생스럽다, 으휴~!
아직 사가는 사람도 없는 그림인데
이렇게 고생하며 그려야 하나......ㅉ‘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갈 사람과 평산 2리에서 그릴 사람으로 나누었다.
평산2리로 간 사람들은 ‘쪽쪽쪽 그림’을 그리려나???
합방의 기대 속에 숙소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
숙소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놓치기 아까워
같이 쉬자고 조르는 사람을 두고 화구를 꺼내들었다.
비바람 앞에서도 꿋꿋이 그리다가
평산리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고서야 손을 놓았다.
푸짐한 회를 앞에 두고 마냥 행복하다.
식구끼리만 바닷가에 가면
때로 바가지 쓰는 것이 싫어서
때로는 양이 많아서
마음껏 먹지 못하던 회 정식을 앞에 놓고 밥값 걱정없이
“더 주세요!”
외쳐가며 먹는 맛이 정말 꿀맛이다.
광란의 야수가 되어 한바탕 놀고 돌아오니
부드러운 바닷바람 사이로
어머니 자장가 같은 파도소리가 나를 부른다.
이번 비로
그저께 다녀온 고향 어머니 산소자리에도 파랗게 풀들이 돋아나겠지.......?
마지막 날 아침!
왠지 좋은 느낌에 눈을 뜨니 비가 그쳤다.
마을 언덕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사진도 찍고
경치구경도 했다.
아침 먹는 동안
어제 갔던 곳에 가서 사진 촬영할 시간을 준단다.
번개같이 움직여 버스에 탔다.
고향 바닷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지만
바닷가 그 습기와 온도는 나의 체질에 맞는 것 같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미조항으로
날씨는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해안가를 걸으며 사생 장소를 물색하는데
남편이 다가와 좋은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식사할 곳의 2층인데 전망이 좋고 비바람이 없었다.
이상규샘과 문건주샘이 먼저 오셔서 그리고 있었는데
종업원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있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감탄사를 연발하긴 했으나
대체로 조용히 지켜봐 주어서 그림그리기에 무척 좋았다.
모처럼 욕심을 내면서 조심스럽게 그렸다.
유배문학관 초대전에 제출할 그림을 한 장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점심, 맛있는 대화, 멋있는 화우들과 보낸 2박 3일이 아쉽게도 자꾸 흘러간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하며 여행을 마친다.
첫댓글 멋진 사생후기에 박수 보내드립니다.
비바람도 우리들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 없었던 연휴사생
2박3일이 너무나 짧아 아쉬웠던...
다른 회원님들의 사생후기도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용기내셔서 써주시길 바랍니다.
생생함이느껴지는 후기예요 함께했던시간들이었기에 더더욱그리느껴지나봅니다^^ 짧다면짧은2박3일동안 꼭 긴대화를나누진않았어도 한발짝가까워진것같아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
회장님, 사무국장님, 총무님 재무님, 주희님 모두 너무 너무 수고많으셧어요. 덕분에 증말 증말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멸치넣은 된장국! 맛있네요. 비오는 날의 사생보다 더 힘든 운동회 연습에 지친 몸과 마음이 힘을 얻습니다. ^^
두분이서 서로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보기좋았어요~근데 우리가 몰랐던 사랑싸움이~ㅎ
함께했던 시간들 행복했습니다~^^
사랑 싸움도 아니고 밥먹는 일처럼 일상입니다. ^^
숨도 안쉬고 읽었어요 휴~!! 호호 소녀같은 감성이 시간을 잊게하고
그림을 사랑하게 하는 에너지로 느껴지는 쌤님 늘 베푸시며 살고
계시거든요~~ 저도 행복합니다^*^
소내리배꽃마을에서는 뵐 수 있으려나...
그 때가 만개라고 원주민이 말씀하시던데..
요즘 산행에 자꾸만 미쳐간다는 ~ 비오는 날 고개숙인 진달래꽃의 애잔함과
하루가 다르게 살터지게 솟아오르는 잎새에 산속 넘치는 에너지에 매료되서요
눈으로 그림그리고 있어요...용솟음치는 열정을 발길닿는대로 이산저산 헤메고
다니지요 ~~갈 곳은 많고 마음이 자꾸만 점처오르고 산으로 산으로 잠시 외도 좀 하고요~ㅎ
아~~ 함께 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
(ㄴㄱㅈ)이 어떤분일까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한방식구!ㅎㅎ,
후기글 읽으니 지금도 남해 어딘가에 있는듯 하네요.
정말로 행복한 2박3일이었어요 덕분에...^^*
두분의 사생지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듯 글이 술술 넘어가네요.두분 아름다운 동행을 하셨네요.
식당 손님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사실에 밑줄 죽_____ㅋㅋㅋ
멋진 사생후기에 감사드립니다.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많은 후원과 적극 사생참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