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동안의 이슬람 신자
최 봉 호
모스크가 있는 이태원은 골목 입구부터 외국인들로 북적거린다. 금요일 아침 여덟 시 반에 양탄자가 깔려 있는 널찍한 광장에 나는 무슬림들 틈에 자리를 잡았다. 확성기에선 ‘알라 아크바르!’라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따라서 해 봤더니 다리가 저려온다. 아홉 시에 ‘이맘’이 기도를 이끈다. 한 30분간 옆의 무슬림을 따라 그대로 따라 해봤다. 절을 하고. 손바닥을 하늘로 해 ’알라 아크바르!‘를 몇 번 읊조렸다. 무슬림이 된 기분이 든다.
전에 무슬림들과 식당에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좀 특이하구나’하고 느꼈다. 음식을 참 많이 가린다. 뷔페식당이었는데, 고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빵이나 채소만 골라 먹는다. 고기를 추천했더니 꺼림칙하다면서 기피한다. 하랄(정화)된 음식이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회의하는 중간에도 알라에게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서 그냥 빠져나간다. 신실한 신자도 아닌 것 같은데, 별수 없이 양탄자를 준비해 주어야 했다. 인사 나눌 때 껴안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린다. 자기네들끼리는 양 볼을 맞대 비비면서 인사를 나눈다. 순박하게 행동한다. 방글라데시, 이집트, 모로코,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무슬림들은 거의 예외가 없다.
무슬림인 모로코 젊은 친구한테 이슬람을 믿는 사람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몇 가지만 지키면 무슬림이 된다고 한다. 하랄 음식을 먹을 것, 술은 마시지 말 것, 라마단 기간엔 낮 동안은 금식할 것, 하루에 메카를 향해 다섯 번 기도하기, 순 수입 중 25분지 1만큼 헌금하는 것 등만 지키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계율 중 음식은 ‘왜 꼭 하랄 음식을 고집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정화된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 몸으로 알라 앞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돼지고기는 진짜 질색한다. 소시지를 먹기에 돼지고기로 만들었다고 하니 뱉어내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 적이 있다. 꼭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문화를 존중할 수밖에. 이외 우상숭배, 도박, 마약, 고리대금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의무는 누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알아서 행하면 된다. 알라는 모든 걸 다 안다. 어떻게 보면 지키기 쉬울 것도 같고, 다른 한편으론 ‘상당히 쉽지 않겠구나!’를 느낀다. 결단력이 미흡한 내가 아무도 채찍질하지 않지만, 알라께서 보지 않고도 꿰뚫어 보는 계율을 혼자 묵묵히 지킬 수 있으려나 자신감이 서질 않는다.
이런 점이 타 종교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타 종교는 교회, 성당, 사찰 등을 통해 믿어야 한다. 이슬람은 신과 신자를 연결하는 성직자 또는 교회 등을 통하지 않고 아무데서 메카를 향해 하루 다섯 번 기도 하면 된다. 알라와의 소통이 직접적이다. 이슬람교도들은 모스크를 단순히 모여 예배드리는 장소로 여기는 것 같다.
‘종교를 가지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다.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가지면 마음이 평안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이성의 힘을 믿더라도 이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팡세>에서 언급한 파스칼은 신을 믿어야 할지 아닌지에 대해 확률적으로 고찰하고 글을 남겼다. 그는 믿음과 신의 존재 가능성을 네 가지 경우로 살펴보았다.
신을 믿었는데, 실제로 신이 있을 경우,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죽은 뒤에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신을 믿었는데, 실제로 신이 없을 경우, 약간의 세속적인 손해가 따른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신이 있을 경우, 모든 것을 잃는다! 죽은 뒤에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 가장 최악의 형태이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신이 없을 경우엔 이득도, 손해도 없다.
그래서 파스칼은 “믿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면서, ‘종교라는 것은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고 감성적으로 먼저 믿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렇게 자기는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하면서, 신의 존재를 강력하게 믿었다.
이 지점이 나의 고민이다. 파스칼을 따르고 싶은데, 그의 말이 다소 막연한 것 같다. 믿느냐, 안 믿느냐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다른 해결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파스칼이 경험한 것 같은 신의 은총이 찾아오면 좋겠다.
무릇 모든 종교는 이론상으로 선하고 바르게 살라고 한다. 그래서 절에도 가보고 교회에 다녀보기도 했다. 그런데 일부 신자들은 종교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구복(求福) 신앙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승진시켜 달라고, 돈 벌게 해달라고, 병 낫게 해달라고, 아들 낳게 해달라고 등등. 인간이 약하기 때문에 어떤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절대적인 존재에게 빌고 의지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나도 점차 나이가 들수록 뭔가에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이런 생각으로 모스크를 한번 찾아가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