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쉽지 않아
기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기도를 노동이라고 했을까.
기도가 어려운 까닭은 일단 혼자서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는 주고받지만 기도는 혼자 말한다. 기도하면서 주의 음성을 들으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 상 주로 홀로 얘기한다. 독백이다. 30분을 기도한다면 30분 동안 혼자 말하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시간 가는지를 모른다. 혼자서 30분을 말하라고 하면 고역이다. 면접 시간에 3분 자기소개 하는 것도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러니 기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음이 필수적이다. 나 혼자 벽 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지금 듣고 계신다는 믿음 말이다. 이 믿음이 없으면 기도는 정말 힘들어진다. 물론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여준다거나 바로 바로 공감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이야기를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듣고 계신다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성령님도 도와주신단다. 칼빈 선생님께서는 성령님을 우리의 ‘기도의 교사’라고 알려주신다. 나는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성령님을 기도의 과외선생님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칼빈과 같은 대 스승님께서 나와 같은 말씀을 하시니 정말 반가웠다. 칼빈 선생님은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의 교사인 성령을 주심으로 옳은 것을 가르치시고 우리 정욕을 억제시키신다.” 홀로 기도하는 게 아니란다.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이 계신다. 곁에서(또는 우리 안에서) 기도하기를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성령님께서 지도해주신단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성령님이 기도를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알려준다면 좋을 것)
기도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눈앞에 대상이 없으니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다. 솔직히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가도 집중하지 않으면 듣는 척 하면서 딴 생각을 한다. 그런데 기도는 혼자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집중이 어렵다. 개인기도하면 수많은 잡생각들이 나를 방해한다. 티비 본 거, 인터넷 뉴스본 거, 오늘 해야 할 일 등등 이게 기도인지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기도회나 수련회 같은 함께 기도할 때는 옆 사람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모른다. 주변에 크고 똑똑하게 들리는 음성으로 기도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귀에 쏙쏙 박힌다. 기도에 집중이 안 된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천로역정으로 유명한 존 번연 선생님도 “기도를 처음 시작할 때면 내 마음에 수많은 구멍들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함정들이 파여 있습니다.”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의 저자 빌 하이벨스 목사님도 “내 경우, 기도하는 동안 온갖 종류의 소음들(목소리, 아이들 소리, 강아지 소리, 새 소리 등)이 집중력이 떨어지게 한다.”고 했다. 나만 집중 못하는 게 아니다. 기도에 집중하는 일은 기도의 대가들도 힘들어 하는 일이다. 그러니 안심하라. 그렇다고 생각에 떠밀려가기만 하면 안 된다.
빌 하이벨스 목사님은 은밀한 장소를 찾으라고 추천한다. ‘은밀한 장소일수록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산만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 말아라. 너희가 진다. 차라리 피해라. 아무 방해 없이 기도할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으라.’고 구체적 이유도 알려준다.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방법도 하나 알려준다. 기도를 글로 적는다. 수첩에 적은 기도문을 하나님께 읽어드린단다. 매달 말에는 기도 수첩을 다시 꺼내서 읽어보면서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이루셨는지 살펴본다고 한다. 믿음이 약해질 때마다 다시 펴서 하나님이 주신 증거들을 확인한다고 한다. 참 좋은 방법이다. 생각을 붙잡아 주니 기도에 집중하기 좋고, 다시 꺼내 읽으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나는 요즘 ‘오늘부터 다시 기도’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기도에 집중하고 있다. 그 날 시편을 읽으면서 기도한다. 한 편씩 읽어 내려가면 어느 순간 머무르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에서 멈춰 서서 순간 생각나는 기도를 한다. 그 기도가 끝이 나면 다시 시편으로 돌아가서 읽는다. 또 읽다가 다시 머무르는 구절에서 마음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시편을 읽으니 하나님 말씀도 읽고, 딴 생각하지 않고 기도에 집중할 수 있으니 참 좋다.
기도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하나님이 들어주시고, 성령님이 가르쳐주시고, 기도의 대가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니 힘내서 또 한걸음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