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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허진호, 드라마, 106분, 2001
2001년 개봉영화를 본 뒤 9년만에 다시 봤다. 두번째 보니 그때보다 더 좋았다.
봄날은 간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그리고 다시 봄이 와도 그 봄은 그 봄이 아니다. 인생은 계절 앞에 속수무책이다. 희노애락이 그렇고 생노병사가 그렇다. 허진호의 영화엔 그런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진호 감독의 감수성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서 물결치는 사람의 마음을 인화지에 그대로 담아낸다. 그의 영화 주제는 사랑이지만 이뤄지지 않은 사랑, 그래서 더 간절한 사랑을 담는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영화는 낭만적이지만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기에 현실적이기도 하다. 모든 이의 현실엔 그래도 지우기 어려운 낭만이 깃들어 있다는 듯. 허진호의 영화적 문법은 탄탄하다. 영상과 스토리, 상징이 자연스럽게 짜여있다. 떠난 남편을 노망이 들도록 잊지 못하고 수색역으로 남편을 기다리러 가던 할머니의 마음이나, 죽은 아내를 대신해 자식을 기르며 노망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버지의 마음이나, 강릉에 사는 이혼녀에 순정을 다하다 결국 결국 혼자 삭히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봄날을 보내는 아들은 서로 닮았다. 그래서 수색! 물빛이다! 그래서 그럴까? 허진호의 영화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고 예민한 감성을 건드리는 게 있다. 대숲소리, 풍경소리, 바다소리, 보리밭의 바람소리, 강물소리 ...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지나간 추억들을 찍던 사진사와 자연의 소리를 담고 자연의 소리 속에서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음향기사는 닮았다. 친밀, 공감, 위안 등을 풀어내는 한국식 어법은 약간은 내향적이면서 그래서 더 극진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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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멩이님이다..ㅋㅋㅋ
헐 ~ 저런 봄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