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린 아지랑이
어려서 봄이 되면 늘 그려지던 풍경이 있다. 들판에는 나물캐는 사람들이 보이고 아지랑이 몽실몽실 피어 오를때 하늘에서 울던 종달새 소리. 그런데 어느순간 우리곁에서 종달새가 사라지고 그 아지랑이 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
들판에 아지랑이 피어 오르면 꽃무늬 양산 쓴 아름다운 처녀가 보이던 그 봄의 풍경. 몽실 거리는 그 아지랑이속이 늘 궁금해지게 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종달새와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런 아지랑이가 이젠 봄이 와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 뿌연 황사가 아지랑이를 대신 하는것 같다. 산에 올라 보면 서울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인다. 길을 가도 높은 덩어리들이 시야를 막고 지나가는 차소리에 종달새도 멀리 날아간것일까?
참 이상하다. 도시에 살면서 봄이 되면 늘 그 아지랑이를 기다렸는데 도시에 적응이 된 것일까? 막상 봄이 되면 종달새와 아지랑이 생각이 순간 사라지고 만다. 그저 산에가 꽃을 보는게 유일한 낙이 되고 말았다. 내 기억속에 있는 멋진 봄의 향연은 어느새 도시풍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왜 내가 그것을 몰랐을까? 우리의 무관심이 종달새와 아지랑이를 쫒아 버렸나 보다. 누군가 기다려 주지도 않으니 오지 않는가 보다. 봄의 그 풍경이 어디 종달새와 아지랑이뿐일까 마는 더 그립다. 사라져 가는 많은 풍경들조차도 이제 기억속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만다. 도시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더 내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나 보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속에서 예쁜 양산을 쓴 아름다운 여인을 다시 불러 보고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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