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체주의의 몰락
주위에 대한 배려 없이 제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자를 흔히 '개인주의자'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주의(個人主義, individualism)는 그러한 경우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개인주의는 개인에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하지만, 개인의 완성은 공동체를 떠나 성립될 수 없다. 이는 상대방과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는 선의지(善意志)가 기반임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기주의(利己主義, Egoism)는 자신의 이익을 타인의 권리보다 우선시 하는 사상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공리주의와 비슷한 맥락으로서 목적은 오로지 자기이며 타인은 수단일 뿐이다. 그들을 향해 인간도리니 국가운명 운운 하는 건 순진한 공염불이다.
그럼에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간의 벽은 그렇게 높지 않다. 권리주장만 부각시키면 자칫 대등소이한 이념으로 비춰질 수 있다. 권리와 책임의 공존은 인간사에 있어 필연적 과정이나, 이의 부조화가 늘 화(禍)를 키운다.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권리주장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개인은 전체 속에서만 존재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에 있다. 개인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자유와 권리라고 하는 이념 자체가 수용될 수 없는 구조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는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 북한ㆍ중국의 공산주의 체제 등을 지칭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등사회를 부르짖지만 오래지 않아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의 주된 원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고 권력자의 독선적인 힘자랑에 있다.
독재자의 시각에서 보면 개인주의는 저항정치의 발로이며, 이기주의는 숙청의 명분이다. 염려가 되는 건 개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국가에서도 전체주의적 현상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모양은 그럴 듯하지만 내실은 이기주의로 점철된 독재가 이의 대표적인 경우다. 지도자 계층의 반성적 자각이 절실한 시대상황이다.
2024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