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P>우리는 </P>
<P>서로가 기억하던 그 사람인 척하기 위해</P>
<P>애를 쓰고 있다</P>
<P> </P>
<P>빗방울에 얼굴을 내미는</P>
<P>식물이 되고 싶었다고 말할 뻔했을 때</P>
<P> </P>
<P>너,</P>
<P>살면서 나는...... 살면서 나는......</P>
<P>그런 말 좀 하지 마</P>
<P>죽었으면서</P>
<P> </P>
<P>귀가 아프다</P>
<P>가면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면</P>
<P>이 순간에 가지 끝이 축 쳐졌을 것이다</P>
<P>아니, 부려졌을 것이다</P>
<P> </P>
<P>사실은</P>
<P>이해를 하고 있다는 걸</P>
<P>잊어서는 안 된다</P>
<P> </P>
<P>우리는</P>
<P>어깨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P>
<P> </P>
<P>다가갔다 물러섰다.</P>
<P>빗방울이 앉았다 넓어졌다 짙어지는</P>
<P>우리의 어깨가</P>
<P>얼룩이 질 때</P>
<P> </P>
<P>유리창 같다, 니 어깨는......</P>
<P>고막이 있니, 니 어깨는......</P>
<P> </P>
<P>필요한 말인지</P>
<P>불필요한 말인지</P>
<P>알 길이 없는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P>
<P> </P>
<P>빗방울의 차이에 대해 말할 줄 아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다</P>
<P>하수구로 흘러가는 빗방울이 되어서</P>
<P> </P>
<P> </P>
<P>[현대문학상 수상시집], 20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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