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여름을 떠나 보냅니다. 해시계 위에 주님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여물도록 명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오래 홀로 그의 지친 손으로 집을 짓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일어나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거닐 것입니다.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ss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ü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üdlichere Tage, drä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üß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Autumn Day (Herbsttag)
Lord, it is time. Let the great summer go, Lay your long shadows on the sundials, And over harvest piles let the winds blow. Command the last fruits to be ripe; Grant them some other southern hour, Urge them to completion, and with power Drive final sweetness to the heavy grape. Who's homeless now, will for long stay alone. No home will build his weary hands, He'll wake, read, write letters long to friends And will the alleys up and down Walk restlessly, when falling leaves dance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20세기 독일어권에서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이다. 지금은 체코이지만 당시 보헤미아(오스트리아-항가리)의 수도였던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낸 후 1886년부터 1891년까지 육군 유년학교에서 군인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중퇴하고, 프라하, 뮌헨, 베를린 등의 대학에서 문학, 역사, 철학 등을 공부하였다. 일찍부터 꿈과 동경이 넘치는 섬세한 서정시를 썼다. 그의 문학 생애는 대략 4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시집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들》, 《기수 크리스토프 릴케의 죽음과 사랑의 노래》 등을 발표한 시기이며...
제2기는 뮌헨에서 만난 러시아 여자 살로메(Lou Andreas-Salomé, 1861-1937)에게 감화를 받아 러시아 여행을 떠난 후, 러시아의 자연과 소박한 슬라브 농민들 속에서 《나의 축제를 위하여》,《사랑하는 신 이야기》,《기도 시집》,《형상 시집》 등을 발표한 시기로 볼 수 있다.
1902년 이후 파리로 건너가 조각가 로댕의 비서가 되었는데, 그는 로댕의 이념인 모든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규명하는 능력을 길렀다.
제3기에 그는 조각품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우주와 같은 시를 지으려고 애썼다. 1907년 《신시집》, 《로댕론》을 발표하고 이어 1909년 파리 시대의 불안과 고독, 인간의 발전을 아름답게 서술한 《말테의 수기》를 발표하였다.
제4기는 1913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을 때였다. 그 때까지 작품 활동을 중지하고 있던 릴케는 10년간의 침묵 끝에 1923년 스위스의 고성에서 최후를 장식하는《두이노의 비가》,《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발표하였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한 영혼의 부르짖음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릴케는 수많은 사람들과 편지로 교류를 하였다. 당시 삶과 예술, 고독, 사랑 등의 문제로 고뇌하던 젊은 청년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낸 열 통의 편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독일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