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14 2 석로釋老 14 봉매우별逢梅又別 매 대사를 만났다가 또 이별하다 4首
1
상인별중하上人別仲夏 대사를 仲夏에 이별한 뒤에
조화수순여阻話數旬餘 말 막힌 지 이십여 일 남짓 되었네.
화악산심처花岳山深處 화악산 산이 깊은 그곳에서였고
춘성수창초春城水漲初 춘성春城에 물이 붙기 시작할 때였네.
의문시작액倚門時斫額 문에 기대다 때로 이마를 깨고
망월우장허望月又長歔 달 바라보다 또 긴 한 숨 지었네.
각희중휴수却喜重携手 다시 손 잡은 것 언뜻 기뻐했더니
금조갱별여今朝更別余 오늘 아침 다시 나를 작별하노라.
►중하仲夏 여름의 한창때 곧 한여름을 가리키는 의미로 음력 5월을 달리 이르는 말.
여름의 중간 달이기 때문에 중하中夏라고도 한다.
<다산집茶山集><하서선생전집河西先生全集>에서는 5월을 가리켜
가운데 中자를 써서 ‘중하中夏’라고 하였다.
►화악산華岳山(1,468)
경기도 가평군 北面에 위치한 산이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걸쳐 있다.
가평군의 진산鎭山이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광주산맥 혹은 한북정맥에 속하며 경기도에서 가장 높다.
►작액斫額
<碧巖錄>71칙 백장문오봉白丈問五峰 백장화상이 오봉의 안목을 점검하다
백장百丈 부문오봉復問五峰 백장화상이 다시 오봉스님에게 물었다.
병각열후진문倂卻咽喉唇吻 작마생도作麽生道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화상야수병각和尙也須倂卻 ‘화상도 역시 목구멍과 입을 닫도록 하시오!’
무인처작액망여無人處斫額望汝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대고[斫額] 그대를 바라보겠노라.’
작액斫額이란 말은 이마에 손을 대고 먼 곳을 쳐다보는 것을 말한다.
오봉의 한 마디가 너무나 멀고도 험준하여 보통 사람들의 안목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이기 때문에 손을 이마에 대고
사람이 없는 無人의 경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無人의 경계란 드높고[孤危] 험준하여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것인데
백장은 오봉스님에게 그대가 말한 경지는 누가 접근 할 수 있겠는가?
그대 혼자 그러한 경지에 살 수 밖에 없기에 나도 멀리서
그대의 모습을 바라 볼 수밖에 없다고 평한 말이다.
말하자면 그대가 체득한 깨달음의 뛰어난 안목은 인정하지만 깨달음의 지혜를
차별세계에서 일체중생과 함께 나누는 자비가 부족하다고 평가한 말이다.
즉 백장은 오봉의 견해에 대하여 반은 인정하고 반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다 보면 잠이 와
꾸벅꾸벅 졸다보면 이마를 책상에 박을 때가 있다.
설잠雪岑(시습)의 작액斫額은 우리의 일상의 일을 선문답으로 연결시킨다.
범부중생의 의문은 雪岑의 수행은 어느 정도였을까?
한용운도 詩만 생각하지 수행을 생각지 않는데 설잠도 그렇다
설잠이 사리가 나왔으니 수행도 당연히 높은 거라 여기지 말고 그의 삶이 수행이었다.
►망월望月 달을 바라봄. 보름날 밤의 달.
견월망지見月忘指 달을 봤으면 손가락을 잊어버려라
►흐느낄 허歔 흐느끼다. 두려워하다. 숨 내쉬다
2
금년매우구今年霾雨久 올해는 흙비 오길 오래 하여서
흉겸문래방凶歉問來方 흉년 들까 오는 그 쪽에 물어보누나.
강수기고창江水幾篙漲 강물은 몇 삿대나 불어났는가?
채전응진상菜田應盡傷 채소밭은 응당 다 상했으리라.
천사기여피天事旣如彼 하늘 일도 이미 다 저러하거니
인정나감상人情那敢詳 인정이 어찌 감히 자상할 수야!
관동교박지關東磽薄地 관동關東 돌 자갈 땅 메마른 땅에서
관조가능당官租可能當 관가官家의 조세租稅를 못 당해 내리라.
►매우霾雨
1. 흙이 날리는 비바람. 큰 바람으로 일어난 먼지나 흙이 비와 함께 내리는 現象.
2. 蒙古의 고비 砂漠에서 일어난 먼지나 잔모래가 空中에 떠 있다가 큰 비와 함께 내리는 現象.
►흉겸凶歉=흉황凶荒 곡식穀食이 잘못되어 農事가 결딴남.
►‘상앗대 고篙’ 상앗대. (배를)젓다
►교박磽薄=척박瘠薄 흙이 몹시 메마르고 기름지지 못함.
3
조비반고향鳥飛返故鄉 새도 날면 고향으로 돌아가나니
소쇄동행장瀟洒動行裝 산뜻하게 행장을 꾸미시게나.
납납강산원納納江山遠 쌓이고 쌓인 江山 멀기도 한데
행행도로장行行道路長 가도 가도 그 길은 길기만 하네.
소양추수벽昭陽秋水碧 소양강 강물은 그대로 푸르고
화악만운량花岳晚雲涼 화악산 늦은 구름 서늘도 하네.
아어군수성我語君須省 이내 말을 그대여 부디 살펴보오.
산승망불망山僧忙不忙 산의 중은 바쁘기도 아니 바쁘기도 하다네.
►소쇄瀟洒 맑고 깨끗함
►납납納納 광대廣大하게 包容하는 모양.
납납건곤대納納乾坤大 싸고 또 싸는 것은 하늘과 땅이 크고,
행행군국요行行郡國遙 가고 또 가매 군국이 아스라하도다.
/<두보杜甫 야망野望>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 가고 또 가고/古詩十九首
4
문설청평동聞說清平洞 들리는 말에 청평의 골짜기는
청태백석간靑苔白石間 푸른 이끼 흰 돌 새에 끼어 있다 하네.
산심리률숙山深梨栗熟 산 깊어 배와 밤이 저대로 무르익고
암정학승한巖靜鶴僧閑 고요한 바위라 학과 중도 한가롭다네.
군거기시반君去幾時返 그대 가면 어느 때나 돌아오겠나?
아귀당공간我歸當共看 내 돌아와 꼭 함께 만나 볼 걸세.
여금분몌후如今分袂後 오늘 우리 소매 나누어 작별한 뒷면
풍엽정란반楓葉正爛斑 단풍잎이 바로 한창 울긋불긋 하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