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가 다가온다. 작가는 절기에 따른 주제를 미리 선정해
그날을 준비한다. 단오에 '고전사랑방' 어떤 이야기를 올릴까?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할 이야기는 많고 버려두기는 아깝고
'고전사랑방' 코너가 5분 정도이니 그 짧은 시간에 주저리 주저리 늘어놀 수 없고
해서 이 자리에 두어 둔 단오 이야기 전해볼까 한다.
판소리 심청가에 임당수로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을 부친과 보낸
심청이가 날이 밝아 오는 걸 탄식하며 했던 구절이 있다.
'닭아 닭아 우지마라. 반야진관(半夜秦關)의 맹상군(孟嘗君)이 아니로구나.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죽기를 설잖으나,
의지(意志)없는 우리 부친(父親)을 어이 잊고 가잔 말이냐.'
그 옛날 춘추전국시대 맹상군은 닭이 빨리 울어야 살 길이 생겼고
심청은 반대로 닭이 울면 죽을길로 들어서게 됐으니
이 사설이 주는 엇갈린 비유는 참 절묘하다.
춘추시대 중국에선 단오를 썩 좋은 날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맹상군 부친은 제나라 왕의 아들 이었고 재상을 지냈던 사람으로 이름은 전영(田嬰)
헌데 맹상군은 40여명이나 되는 전영의 아들 중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이였었다.
맹상군이 태어난 날이 5월5일 단오였고 그날 낳은 자식은 죽이거나 버렸으니
그 아비가 장성한 맹상군이 단오출생이란 걸 알고 어미를 나무라자 맹상군이 나서서
'어찌 단오출생이 흉하단 겁니까?'
'이놈아, 키가 지게문 높이 되면 애비를 잡는단다'
'사람 운명이 저 지게문에 있다구요. 그럼 지게문을 확 높이면 되잖습니까?'
이런 자식을 어찌 죽일 수 있으랴. 단오출생으로 당당하게 살아 남은 맹상군은
어느날 그 아비에게 또 대든다.
'손자에 손자에 손자 그 손자에 손자는 누굽니까?'
'이놈아 내가 그걸 어찌 알겠느냐?'
'그럼 어떤 놈인지 모를 그 후손에게 이 억만금 재산을 떨어바칠겁니까?'
'너 무슨 말 하고싶은거냐? '
'삼대 재상집에 쌓이는게 재물인데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니
사람들이 흩어지고 손가락질만 하지 않습니까? 코 앞에 이런 사람을 두고
손자에 손자에 그 손자에 손자를 위해 남길 겁니까?'
이런 놈을 봤나. 싶어 재상 전영은 그날부터 집안 손님 접대를
맹상군에게 맡겼다. 맹상군은 아낌없이 그 재산을 재주있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천하에 큰재주 잔재주 가진 식객 삼천이 모여 들었다.
맹상군 그대로 뒀다간 훗날 진시황 냈던 그 진나라가 패권잡기 힘들겠다 싶어
진나라로 불러들여 죽이려 했는데, 따라 갔던 식객 중에 도둑질 명수가
여우털 옷을 훔쳐 목숨을 구했고, 마지막 국경 관문 앞에서 닭울음 소리 잘내는 식객덕에
관문이 열리고 진나라 탈출에 성공해 귀국했더란 이야기다.
단오가 다가온다. 우리에겐 큰 명절이었던 단오.
그날 우리네 조상님들 단오 이야기 쓰자고 밀쳐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맹상군 이야기.
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를 스스로 당당하게 외쳤던 맹상군.
'지게문 높이에 내 운명이 달렸다면 지게문을 높이면 된다'
그리고 재물 쌓기만 혈안이 된 재상 3대 가문 첩실 소생이
'손자에 손자에 그 손자에 손자는 누구냐?' 물으며
코 앞에 배고픈 선비들 거지꼴로 연명하는 재주있는 사람에게 밥 한끼라도 주자 나선
그 2천 5백년도 넘은 맹상군 앞에 '손자에 손자에 그 손자에 손자놈이 어떤놈일지 모르면서'
재물 쌓기에 혈안이 된 오늘날 그들을 보며
'단오날 엽전똥 가득 찬 머리를 창포물로 감아보라 권하고 싶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04A3D5747B99934)
첫댓글 좋은얘기 잘 보고 갑니다..제가 우리 까페로 퍼 갈게요..
맹상군 생일이 단오날이었군요.
이런 이야기는 첨 보았네요.
아마 열국지에 있었을텐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