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월 세째주 일요일을 좋아했다.
동초앞에서 내장사 가는 길을 걸었던 스물두살을 기억한다.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그해.
지금도 가슴에 젊은 날의 기억들을 안고 살아간다.
틈이나면 매년 사월 세째 주말에는 고향에 다녀오곤 했다.
그 옛날의 신작로는 넓직한 도로로 바뀌고 코스모스를 심었던 자리는 인공적인 조경수로 바뀌었지만
잊혀진 얼굴들이 아직도 거기에 있고 지금 이 순간도 그들의 모습이 그립다.
작년 사월에도 올해처럼 우리의 멋쟁이 캡틴 충석이 고향에 있었다.
영주와 함께 점심을 하고 충석의 집에서 그의 아내와 많은 세월을 이야기했다.
짧게 지나가는 봄날처럼 우리의 살아온 긴날을 몇시간동안 다 쏫아냈다.
충석의 가슴에는 바다에서 배운 삶의 깊이가 바다만큼이나 깊고 넓다.
일찍 고향을 떠났던 영주는 다시 돌아온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떠날 수 없는 공무원이 되어 시계 추 같은 삶을 산다.
나는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어쩌면 고향에 가서 살 수 없는 상황이 되다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두려워서
이대로비겁하게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
직업이 준 내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충석이 바다에서 고향과 친구들을 그리워할 때 나는 서울 중심에서 고향을 그린다.
올해도 고향을 방문하였고 호남 중고앞에 있는 차마루에서 충석그리고 영주와 함께 더덕즙을 마셨다.
영주는 아내가 만든 고추잎장아치를 가지고 와서 내게 줬다.
영주의 아내에게 감사한다. 일요일에는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촬영으로 일주일을 집에서 밥을 먹지 못했다. 다음 주 이삼일은 더 해야 끝이나고 편집하고 컴퓨터작업하면 다음 달에는
결과물이 나오리라.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제는 장시간 촬영장에서 버티기가 버겁다.
날을 새가며 일하던 시절처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욕만 앞서는 .....
이곳을 빌어 영주아내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마도 이래서 어릴적 친구가 부담없이 좋은 것 같다.
인생에서도 자연의 봄날이 가는 길목에서ㅡ
내년 이 날 다시 만나기를 희망해본다.
첫댓글 내가 참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창회의 글을 읽으며 잠깐 했네.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났으니.
그러세. 내년 4월 세째주 고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네
충석이 꼭 내년 4월세째주 일요일 다시 보세.
작년에도 올해도 참 좋은 날씨네.젊은 날에는 꼭 비가 내리곤 했어.
서울에 온뒤에도 비가 내렸지.
젊은 날 토요일 비가 내리는 광화문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했지.
이제는 고향이 있네. 친구들이 있고.
멀리 바다 건너 엘리스나라에서 막 도착하는 친구가 꿈을 가지고 맞이 할 것 같네.